그냥 의미 없는 사람들의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 속에 인간의 외면 세계와 내면 세계를 담고 있다
#소시민이 1904년 6월 16일에 하루 종일 더블린 시내를 돌아다니며 겪은 많은 경험,
#과잉의 예술, #의식의 흐름, #문학적 실험, #일상의 위대함

제목 : 율리시스(Ulysees) 1, 2
지은이 :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옮긴이 : 이종일
출판사 : 문학동네
독서일 : 2025.10.3.~2025.10.18.
페이지 : 699(1권) + 699(2권)
ISBN : 9788954696852(1권), 9788954696869(2권)
소장 여부 : 대출(종이책)
※ 2025년 13번째 독서
독서배경
오랫 만에 10일 연휴를 맞게 되었다. 일상에서 긴 연휴를 받게 되니 오래 전부터 못했던 일을 하고싶었다. 긴 시간에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던 책이 생각이 났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몇 년 전부터 읽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첫 100페이지 정도까지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분명 한글로 쓰여진 책인데, 여기서 이 사람이 도대체 왜 이야기를 하는지 맥락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3~4번은 대출과 포기를 반복했 던 것 같다.
저자소개

제임스 조이스는 아일랜드가 낳은 현대 영문학의 천재 작가로 알고 있다. 책 2권 해설에서 밝히고 있는 미국 출판사에서 선정한 20세기의 걸작 영어 소설 100편 중에 1위를 차지한 ⟪율리시스⟫를 비롯하여, 언어 실험의 새 지평을 연 ⟪피네건스의 경야Finnegans Wake⟫ 등을 저술하였다.
차례
1권
- 제1부 텔레마키아드
- 1장 텔레마코스
- 2장 네스토르
- 3장 프로테우스
- 제2부 율리시스의 방랑
- 4장 칼립소
- 5장 로터스 먹는 종족
- 6장 하데스
- 7장 아이올로스
- 8장 레스트리고니아 사람들
- 9장 스킬라와 카립디스
- 10장 떠도는 바위들
- 11장 세이렌
- 12장 키클롭스
- 13장 나우시카
2권
- 제2부 율리시스의 방랑
- 14장 태양신의 황소들
- 15장 키르케
- 제3부 귀가
- 16장 에우마이오스
- 17장 이타카
- 18장 페넬로페
- 주
- 해설 | 세계의 백과사전적 축소판
최종감상
‘율리시스’, ‘오디세이아’ 와 같은 단어를 들으면 그리스 신화시대의 영웅서사시와 같은 이미지가 먼저 생각이 났다. 사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의 내용을 잘 알고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어릴 때 본 ⟨우주 대선장 율리시스⟩와 같은 만화 영화과 컴퓨터 게임 속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오딧세이’라는 단어에서 받은 선입견 때문이었다.
역시, 사전 지식 없이 바로 읽기 시작하니, 1권의 시작(1장) 은 여전히 어려웠다. 책 속에서 처음 등장하는 ‘벅 멀리건’이 주인공인가 하는 마음이 지나갔다. 2장과 3장에서 ‘스티브 데덜러스’의 이야기로 진행되니 주인공은 ‘스티브’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도 상황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아니고 대략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장소 이동만 파악하고 있었다. 주변 등장인물도 많고, 중간 중간 고학력자(아일랜드 트리니티 컬리지, 영국 옥스포드 대학 재학생)들이 마구 내뱉는 라틴어(물론 옮긴이의 각주가 바로 달려 있지만… 그것만으로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문장, 19세기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역사, 유대인에 대한 인식 등이 부연 설명도 없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4장에서는 갑자기 시점과 장소가 바뀌어서 중년 신사 ‘리어폴드 블룸’ 과 그의 부인 ‘몰리’ 집에서 일상 이야기가 시작된다. 갑자기 무슨 흐름이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1권 내내 ‘블룸’의 하루 일과가 나온다. 장소나 사건,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묘사가 있는 것이 아니니 읽는 내내 ‘이게 무슨 의미?, 갑자기 여기는 어디?, 도대체 왜?’ 라는 물음표만 계속 쌓여간다. 그래도 읽다보니 ‘블룸’이 잔잔하게 계속 더블린 시내를 싸돌아 다니는 것은 알 것 같았다.
거기에 숨겨진 의미와 비유, 은유, ⟪오디세이아⟫와 대응하는 구조, 서술된 문체 등은 전혀 모르고 한글 문장을 읽어가기 바빴다. 꾸역꾸역 추석 연휴의 한가한 시간들을 몰아서 삼일 정도만에 약 700페이지의 1권을 다 읽었다.
1권 '12장 키클롭스' 장을 읽기 전에 '키클롭스=사이클롭스Cyclops=외눈박이 거인괴물' 이니까, 뭔가 극적인 사건이 있을 줄 알았다. 다양한 게임 속에서 사이클롭스는 주인공을 압도하는 눈 1개의 거인에다가 바위를 뽑아 던져서 막대한 피해를 주는(게임 초보자나 저레벨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강적이었다. 그래서 책 속에서 뭔가 극적인 사건이나 투쟁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부분도 그냥 '블룸'의 하루 중 하나의 작은 사건이었다.
✻ 나중 2권의 해설을 읽어보니, 12장도 주인공의 작지만 용감한 투쟁과 ⟪오디세이아⟫의 '키클롭스' 장을 차용한 전개였다는 걸 알았다. 원전에서 키클롭스가 주인공에서 날리는 커다란 분노의 바위돌은 작은 ?????로 바뀌었지만....

불확실성의 세계관
여기까지 읽고 솔직히 좀 짜증났다. ‘그래서 블룸씨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는 건데? ⟪오딧세이아⟫와 같은 영웅의 대서사 구성은 어디에 있는 건데? 막말로 말하고 싶은 게 뭔데? 작가는 자기 똑똑하다는 걸 불친절하게 자랑만 하고 싶은거야?’ 라는 생각이 막 올라왔다.
그래서 2권에는 가장 뒤에 ‘해설’ 부분부터 읽었다. ‘세계의 백과사전적 축소판’이라는 제목의 ‘해설’ 장은 내가 의문을 가졌던 부분을 말끔히 설명해주고 옮긴이의 친절한 설명으로 힘이 되었다. ‘아, 내가 몰랐던 ⟪율리시스⟫의 중요한 의미가 여기에 있는 거구나. 작가 제임스 조이스는 정말 이걸 혼자 다 생각해서 적었다구 천재인데…’ 라고 감탄하였다.
문학적 실험
2권의 ‘14장 키르케’는 정말 연극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연극의 과장성과 상상을 마구 소설 속으로 불러오며 표현하는 부분에서 재미와 놀라움을 느꼈다. 갑자기 책이 이렇게 360도 바뀌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블룸’과 ‘스티브’, ‘창녀들’, ‘상상속의 인물들’, ‘주변사물’ 들이 연극처럼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정말 연극 대본(시나리오)처럼 각종 상황과 구체적 행위와 반응에 대한 지문을 꼼꼼하게 적어 놓아서 그대로 읽으면 머릿속에서 연극(오페라) 무대가 자동으로 전개될 정도였다.
연극에 몰입하다 등장인물의 내면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요즘말로) 4차원으로 넘어가고, 4차원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다시 현실을 말해준다. 정말 작가는 재기발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대부분 장들이 작가가 실험적, 도전적으로 글쓰기를 해서 인지, 같은 서술 방법을 쓰지 않고, 14장처럼 연극 대본체로 쓴 것도 있고, ‘17장 이타카’ 처럼 Q&A 또는 교리문답 형식으로 쓴 장도 있다. 1권에서도 잘 생각해보니 일반 소설처럼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쓴 글, 그냥 신문기사처럼 보도문 형식으로 작성한 글 등 다양한 글쓰기 형식이 나왔던 것 같았다.
그리고 청소년 도서로 지정하기에는 좀 통속적이고 직설적인 성性에 대한 묘사도 제법 많았다. 물론 성인이 보기에 너무 외설적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청소년에게 바로 보라고 말하기에는 확실히 수위가 높다고도 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일상의 위대함
결국 추석 연휴는 지나버렸지만 2권 해설을 읽고 탄력을 받아 완독할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120년 ‘ 전의 아일랜드에서도 현재와 다름없이 일상에서 현실적인 여러가지 고민과 갈등이 있었구나’, ‘ 중년에게 소소한 하루와 신념과 체념’, ‘가족 간의 사랑과 가족 밖에서의 일탈(불장난)’ 등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소설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도시 소시민의 하루를 대서사시 ⟪오딧세이아⟫에 대응해서 그려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시대상(현대의 시대상과 다름없는)을 거칠 것 없이 썼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에는 묘한 여운이 남았다. ‘몰리’는 남편 ‘블룸’을 사랑하는 것일까와 ‘블룸’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라는 물음이 남았다. 하지만 그것을 묘사하지 않고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 놓은 부분도 좋았다.
‘그냥 의미 없는 사람들의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 속에 인간의 외면 세계와 내면 세계를 담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덮고 생각하니, '인간관계', '사랑', '성性', '불륜', '성장', '19세기말 20세기초 아일랜드', '세계', '철학', '역사', '민족', '종교', '지리', '예술', '재산', '상품' 등 다양한 이야기가 지나갔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정말 옮긴이의 해설처럼 '19세기말 세계의 백과사전적 축소판' 이었던 것 같다.
책 속의 발췌
1권
제1부 텔레마키아드
1장 텔레마코스
(P.9, 율리시스 1권 첫 시작 문장)
* 당당하고 통통한 벅 멀리건이 계단 꼭대기에서 나오는데, 손에 든 비누거품 사발에는 거울과 면도칼이 열십자 꼴로 놓여 있었다. 포근한 아침 바람에 허리띠가 풀린 노란 실내복이 그의 몸 뒤로 헐겁게 걸쳐져 있었다. 그는 사발을 높이 치켜들고 읊조렸다.
- 인트로이보 아드 알타레 데이.*
* 가톨릭에서 사제가 미사를 시작하며 복사에게 건네는 라틴어 성구로 '하느님 제단으로 올라가리라'는 뜻
2권
제3부 귀가
18장 페넬로페
(P.660, 율리시스 2권 끝 문장)
그래서 난 눈빛으로 이 사람에게 요구했지 그래라는 말을 다시 요구하라고 했더니 이 사람이 내가 그래라고 할 건지 물었어 내 산 꽃이여 그래라고 말해 이러면서 그래서 난 먼저 이 사람을 두 팔로 감싸안았어 그래 그리고 내 가슴을 만질 수 있게 이 사람을 내게 끌어내렸어 향기는 진동하는데 그랬더니 이 사람 가슴이 쿵쿵대겠지 그래서 난 그래라고 말해줬지 그래 그럴게 그래.
트리에스테-취리히-파리
1914~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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