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언어
제목 : 하루키의 언어
저자 : 나카무라 구니오, 도젠 히로코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21세기북스
독서일 : 2021.12.01.~2021.12.31.
소장여부 : 소장
《하루키의 언어》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책이다.
책 자체가 특이하다.
일반적인 판본이 아니라, 10.5 * 14.5cm 크기(Hagaki size)에 두께가 4.5cm이다.
일반적인 소설책에 비해 절반 크기에 두께는 두배(총 687페이지) 정도 된다.
엽서 크기의 페이지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관련된 하나의 토픽이 글과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마치 인터넷 상의 블로그나 잡지의 칼럼을 보는 것처럼 각 토픽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오래전에 읽은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밖에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키의 명성이나 인기는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 한 페이지씩 하나의 토픽을 읽어 나갈 때마다,
‘음 이건 무슨 말인가?’ 싶은 것도 많다...
토픽은 하루키의 팬이라면 쉽게 알 것 같은 단편 소설이나
각종 작품과의 연관성이나 캐릭터, 관련 장소, 사물, 인물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00 세계관' 이란 말처럼
'하루키 세계관'에 구축되어 있고,
그 안에서 각종 요소들은 연결되고 관련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이 자신의 세계(작품)를 알아주고(해석해주고),,
꾸며주고 그 세계 안에서 여러 의미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목차는 하루키에 관련된 500개의 토픽에 대해서 가나다 순으로 나열하였다.
하나의 페이지는 하나의 토픽을 간단히 설명하고,
관련 사진 대신 아크릴 그림 또는 해당 출판물 표지가 배치된다.
책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사전처럼 토픽명에 따라서 필요할 때 쉽게 찾아서, 가볍게 읽어보라는 뜻 같다..
하루키 정도의 유명 작가이기 때문에 풍부한 작품과 발상發想이 있었고,
각종 의미부여로 이 책을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하루키는
'이런 관찰을 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렇게 표현했구나.'.' 하고 생각을 하였다.
이제 나도 비슷한 사물, 장소 등을 볼 때, 이 책 속 하루키의 토픽이 생각 날 것 같다.
책 마지막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르별 작품 목록’을 보니
정말 열심히 작품을 쓰고, 번역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편소설 14개, 단편소설 수십 개,, 여러 편의 단편집과 엽편집,,
24편의 수필집, 8편의 기행문집, 8편의 그림책,
수 십 편의 번역 작품이 있다.
작가로서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창작하고 번역하였다.
이런 열정과 능력이 부럽다.
《하루키의 언어》 중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토픽 캐럴을 작곡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양 사나이(羊男). 그러나 구멍 뚫린 도넛을 먹어버린 탓에 곡을 쓸 수 없는 저주에 걸리고 만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구멍에 빠져야 하는데……. 사사키 마키(만화가,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의 환상적인 그림이 즐거운 크리스마스그림책 (P.399,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
이 토픽을 읽다가, 처음에는 '하… 이게 무슨 말이지?' 싶었다.
하루키는 이런 발상도 책으로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책 전체를 읽어 본 게 아니라서 애매하지만,
‘양 사나이는 뭔가?’,
‘캐럴 작곡을 왜 부탁 받았지??’,
‘구멍 뚫린 도넛을 먹어버린 게 저주와 무슨 상관이 있지???’,
‘저주를 풀기 위해서 어떤 구멍을 빠져나와야 하는 거지????’
라는 물음표만 쌓여간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를 찾아보니
2019년 출판된 한국어판이 있었다.
책 설명을 보니 환상 동화책에 가까운 각종 상상력이 듬뿍 들어간 크리스마스용 책 같기는 했다.
결국, 복잡한 생각을 안 하기로 했다.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어?'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발상을 끌리는 이야기로 엮는 게 중요하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토픽을 하나 따라 해 보았다.
하루키 스타일로 흉내 내어 발상을 해보았다.
크리스마스 3일전에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여사친의 반려묘를 부탁 받은 곰군(熊君),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다 지나가고 연말이 다가와도 여사친은 연락이 안된다. 여사친의 반려묘를 소중히 챙기고 잠든 밤, 반려묘가 곰군의 꿈 속에서 말을 한다… |
이런 식의 플롯이 떠오른다. (일단 흐름이 이상해도 판타지 동화? 수준 풀어가려고 생각한다.)
‘곰군’은 하루키의 ‘양 사나이’이란 작위적 인물을 따라 참조해서 겨우 만들었다.
평소 내 머릿속에서는‘홍길동’, ‘소심남’처럼 일반적 성명이나 보통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키를 따라 하니
‘곰처럼 무디고 둔한 느낌을 갖는 남자’란 뜻의 ‘곰군’이란 고유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이제 '곰군' 이야기에 내가 창의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기만 하면 될 것이다...
때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하루키의 언어》를 읽으면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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