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언어
제목:보편의 언어
지은이:이기주
출판사:말글터
독서일:2024.726.~2024.7.29.
페이지:
ISBN13:9791195522187
소장여부:대출(전자책)
※2024년 33번째 독서
독서배경
벌써 7월 말이다. 밖은 지루한 장마는 물러가고 도시를 달구는 태양이 작렬한다. 하늘은 기분 좋게 새하얗고 뭉실뭉실한 큰 뭉게구름이 떠 있지만, 땅은 뜨거운 태양열과 아직 증발되지 않은 습기가 가득 차 있다.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 있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아파트 복도로 나가는 순간 습하고 더운 공기에 깜짝 놀랐다. 에어컨이 없는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기가 싫어진다. 더운 것보다 습한 느낌이 좋지 않은 기분을 만든다. 그냥 오늘 낮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파에 기대어 전자책을 열었다.
《보편의 언어》는 그냥 어렵지 않고, 담담하고 짧은 이야기를 듣고(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 선택하였다. ‘삶의 의미’, ‘의지와 실천’ 이런 형이상학적 말보다는, 마치 카페에서 만나면 기본 좋은 지인이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는 공감할 수 있는 말을 듣고(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따라 나보다 나이 많은 저자의 철학, 이성, 원론, 고전 이런 말 말고, 젊은 청년들의 사는 이야기, 생각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물론 공감 가능한 이야기로 말이다.
커피를 내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왕창 넣고, 아이스아메리카노 기분을 낸 아이스블랙커피의 머그컵을 옆에 두고 시원한 카페에 온 듯한 기분도 내어본다.
표지
표지는 정말 단순하다. 솔직한 느낌으로 컴퓨터 그림판으로 1~2시간 작업하면 나올 정도로 단순하게 느껴진다.
표지 디자이너를 따로 두지 않고, 저자 본인이 표지를 만들었나라는 생각도 든다.
단순한 표지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사실 단순하고 보편적이고 일상적이고 과하지 않는 느낌 좋아한다.
전체적으로 비취색(옥빛) 단색 배경에 옅은 적갈색의 작은 네모가 2개씩 패턴처럼 3개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비취색 배경에 흰색 글상자를 덮어서 제목과 표지 문장, 저자를 표시하고 있다.
차례
책을 건네며
어쩌면 우린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1.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고귀하다
일상 불행의 반대
평범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
애증 가장 복잡한 감정
원칙 거절과 승낙의 근거
아픔 삶은 고통 속을 통과하는 일
기분 얇은 종이처럼 찢어지기 쉬운 것
불안 우린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탈출 어쩌면 가장 강력한 삶의 동력
놀이 휘청이는 마음을 다잡는 시간
구현 스스로 삶을 살피고 가꾸는 일
2. 하나의 면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없다
시간 세월의 바람
복잡 난해하게 얽혀 있는 것들
한계 오를 수 없는 나무
생각 마음이라는 밭에서 자라는 것
울음 감정의 범람
지탱 익숙한 것의 소중함
대조 다르기 때문에 더 선명한 것들
평가 작가는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
친구 무조건 인맥을 넓히며 살 필요는 없기에
무력 게으름이 아니라 좌절감에 가까운
여백 여유가 없으면 흔들릴 수밖에
3.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준다
위로 괴로움을 덜어주는 행위
친밀 가장 가깝기에 가장 만만한
염려 사랑의 동의어
휴식 삶의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
교환 부모와 자식 간에 주고받는 것들
상처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균형 어쩌면 사랑은 시소를 타는 일
섬세 상대를 향한 감정의 촉수
공부 깊이 파고들어 헤아리는 일
재회 예전과 다른 마음으로 만나는 일
4. 조금 알면 자랑하고 많이 알면 질문한다
알다 진정한 앎에 대하여
질투 남들 앞에선 안 그런 척하지만
안부 때론 괜찮다는 말 뒤로 숨고 싶어서
상상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
소멸 세월 속으로 흩어지는 것들
시작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
냉소 한없이 슬픈 시선
과시 결핍의 산물
유행 세상의 흐름
편견 늘 형편없이 빗나가는 짐작
5. 손잡이 없는 칼은 위험하다
감정 물 또는 불
분노 격노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
지적 타인의 삶을 허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조언 잘 모르면서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
절실 오르막에서만 작동하는 엔진
후회 선택의 부산물
떼돈 별안간 큰돈을 쥐게 되면
욕심 내려놓아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소유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여행
황금 쇠도끼 혹은 금도끼
6. 저마다 다른 짐을 어깨에 지고 살아간다
변화 다가오는 것과 사라지는 것
최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기에
행운 우리가 운에 집착하는 까닭
물결 쉼 없이 흐르는 세월의 강물
홀로 어떤 과정은 혼자서 겪어야 하기에
희망 대체로 밝지만 때로는 어두운 것
속다 때론 자신마저 속이는 사람들
건사 스스로를 보살피고 돌보는 일
관문 삶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죽음 유한한 시간에 갇힌 존재
최종 감상
책은 쉽게 잘 읽어졌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과 행위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 속 이야기는 나와 코드가 맞다고 할까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하였다.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도 쉽게 한 번에 술술 쓰는 게 아니라, 처음 글을 몇 번이나 조탁하며 완성한 글이거라 생각하지만, 이런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제부터 블로그에도 짧은 산문(에세이)을 좀 더 적고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책 속의 발췌(또는 생각나는 줄거리)
개인의 정체성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는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정서와 사유 체계는 우리가 자주 사용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때론 친밀한 사람 앞에서 꾸밈없이 내뱉는 말 한마디가 마음의 민낯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때론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짧은 글귀에 삶의 희로애락이 새겨진다. 때론 일기장 귀퉁이에 끄적이는 낯선 낱말이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의미한 단어는 없다. 우리가 자주 일고 쓰고 떠올리는 모든 단어엔 각자의 삶이 투영돼 있기 마련이다. (4%)
일상 불행의 반대
사람은 마음을 잃어버리면 자칫 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홀로 불행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잡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일수록, 남들처럼 행복해지려 애쓰기보다 마음의 균열을 메우고 일상을 정돈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하는지 모른다.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5%)
평범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평범한 삶’은 무난한 일상을 반복하는 보통의 삶을 가리키지 않는다. 웬만한 삶의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돼야, 혹은 어떤 수준이나 대열에 속하진 못하더라도 크게 뒤처지지 않아야 평범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인식이 퍼져 있는 이유는 뭘까. 본래 인간 욕심의 지향점이 평범보다 높은 곳을 향하는 데다, 대부분 현대인이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평범의 기준을 설정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7%)
기분 얇은 종이처럼 찢어지기 쉬운 것
매 순간 우린 다른 기분으로 살아간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기분은 얄븐 창호지와 비슷하다. 타인이 더러운 말과 행동으로 찌르면 힘없이 찢어지고 만다.
기분을 회복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이나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다정함을 접착제 삼아 마음에 고르게 펴바른 다음, 시간이라는 바람 속에서 천천히 말려야 한다.
기분이 부서지거나 조각나는 건 한 순이다. 하지만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다. (15%)
불안 우린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정체를 알 수 없거나 자기보다 압도적인 것과 마주하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낯설고 거대한 대상 앞에서 불안한 마음을 품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다.
불안의 농도를 묽게 만들기 위해 우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어떤 이는 불확실한 존재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어떤 이는 불안으로 물든 마음에 타인에게서 건네받은 위로와 응원을 한가득 쏟아붓는다. 후자의 경우 누군가가 건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버팀목 삼아 힘든 시기를 버티곤 하지만, 그런 말을 끝내 듣지 못하면 낙담과 실의의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있다. (17%)
놀이 휘청이는 마음을 다잡는 시간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아나 아무 목적성 없이 즐기는 유희적 활동의 효용은 상당하다. 우린 스트레스를 받거나 평소보다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일이 아니라 놀이에 기댄다. 휘청거리는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놀이에 탐닉하는 시간이 현대인의 지친 영혼에 숨결에 불어넣고 준다고 할까. (20%)
시간 세월의 바람
시간은 결코 인간에 끌려다닌 법이 없다.
시간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높은 위치에서
우리를 근엄하게 내려다보며 흘러갈 뿐이다.
인간은 시간의 보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때가 되면 세월의 바람에 으깨어져
시간의 바깥쪽으로 내쫓김을 당하고 만다.
그렇게 언젠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24%)
생각 마음이라는 밭에서 자라는 것
초고는 아무 생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쓴다. 생각은 나중에 한다. 머리와 마음에 빼곡이 들어차 있는 것들을 밖으로 드러내는 게 급선무다. 물론 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의 형태로 말이다.
‘내가 써 내려가는 문장을 누군가가 읽고 밑줄을 그을까?’, ‘지금 쓰는 글을 훗날 책으로 엮어서 출판할 수 있을까?’ 따위의 질문은 품지 않는다. 질문을 떠올리지 않으므로 답을 구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너무 복잡스러운 생각이나 고민도 하지 않는다.
글쓰기의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28%)
친구 무조건 인맥을 넓히며 살 필요는 없기에
영국의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는 현대인이 진정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이 고작 15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중략)
온라인상에서도 원시 부족과 동일한 150명 이하의 타인과 소통할 때 최적의 친분이 이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35%)
위로 괴로움을 덜어주는 행위
과연 위로란 무엇일까? 상대의 괴로움과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내가 건네는 모든 말과 행동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저마다 삶이 괴로운 사정과 이유가 다르므로 위로의 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위로의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모범적인 위로가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을 듯하다.
다만 무엇이 위로를 방해하는지에 대해선 조심스레 생각을 꺼내놓을 수 있다. 현실성 없는 해결책을 무턱대고 들이미는 이들의 조언, 그리고 고민에 휩싸인 상대에게 멋진 말을 들려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이 구사하는 그럴싸한 격언 같은 위로는 슬픔을 달래주지 못한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위로받기는커녕 저항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중략)
우린 타인을 내려다보면서 위로할 수 없다.
위로의 언어는 평평한 곳에서만 굴러간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선 무턱대고 따뜻한 말을 쏟아내기 전에 상대와 마음의 높이부터 맞춰야 하는지 모른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높은 곳을 향해 고개를 들 힘조차 없는 사람이다. (39%)
질투 남들 앞에선 안 그런 척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은 질투의 보균자다.
질투의 감정을 품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남들 앞에서 잘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중략)
또한, 질투의 화살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한때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을 겨냥해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상대와 알고 지낸 세월이 길수록 화살촉은 날카로워진다. 질투의 속성이 그렇다. (53%)
냉소 한없이 슬픈 시선
타인을 불친절하게 대하는 건 쉽다. 반면 친절하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게으른 습관을 버리지 않는 건 쉽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울 뿐이다.
공간을 어지럽히는 건 쉽지만 정리하긴 어렵다. 규정을 무시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지키긴 어렵다. 남들과 똑같은 걸 만들긴 쉽지만 개성 있는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긴 쉽지 않다. 더러운 걸 발견하고 침을 튀기며 손가락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입을 닫고 묵묵히 청소하는 건 아무나 하지 못한다. 편견과 혐오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쉽다. 하지만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61%)
편견 늘 형편없이 빗나가는 짐작
알다시피 편견의 사전적 정의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편견을 품지 않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 주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타인이 겪는 커다란 시련보다 자신이 느끼는 작은 불편함을 훨씬 중요한 문제로 여긴다.
어떤 면에서 편견은 일종의 ‘심리적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눈앞에 있는 대상을 빨리 판단하고 상황을 쉽게 확정 짓고 싶어서 머릿속 ‘편견의 길’로 빠르게 내달리며 치우친 생각을 강화하는 것인지 모른다. (66%)
분노 격노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
분노에는 나름의 관성이 작용한다. 특정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고 크게 성을 내게 되면, 훗날 우린 비슷한 조건에 직면할 때마다 또다시 화를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든 이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평생 분노에 끌려다니며 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인간 내면의 에너지는 무한정으로 흐르지 않는 법이다. 한정적인 것은 귀한 것인데 그걸 오로지 분노를 폭발시키는 데만 사용하다 보면, 정작 ‘나’를 위해 써야 하는 에너지가 바닥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중략)
기억 속에서 몇 번의 사건과 몇 명의 얼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다만 그때 내가 왜 분노했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뜨거운 감정을 폭발시킬 정도로 상대가 큰 잘못을 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한때는 내 마음에서 불처럼 타올랐으나 지금은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진 분노의 흔적들을 좀체 되 짚을 수 없었다. (71%)
지적 타인의 삶을 허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악플이 달리기 시작할 즈음 나는 죽기 직전까지 펜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날 이후 내 마음속엔 아래와 같은 문장이 진하게 새겨졌다.
‘타인이 건네는 칭찬뿐 아니라 비난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오래 일할 수 있다!’
(중략)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화를 나눌 때 자기 생각과 감정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다. 누군가를 지적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않으면서 부득이 고쳐야 하는 점만 콕 집어 말한다. 언어를 낭비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언력言力이 부족한 사람은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탓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말을 토해낸다. 남을 지적할 때도 간결하게 말하면 될 것을 쓸데없는 설명을 덧붙여 말의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다. (74%)
조언 잘 모르면서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 앞에서도 함부로 충고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인생이 버거울 때가 있는데 무슨 수로 타인의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타인의 진심 어린 조언이 필요한 순간도 분명히 있다. 혼자선 파악할 수 없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헤쳐 나갈 수도 없는 ‘인생의 시각지대’ 같은 것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난관과 역경 가운데 타인의 조언 몇 마디로 해결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개의 경우, 조언의 효련은 제한적이다. (76%)
최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기에
사회 각 분야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노력을 쏟아부으면 이루어질 법한 일은 점점 줄어드는 데 비해 개인의 노력만으론 성취하기 어려워 보이는 일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하면 된다’ 같은 문장에 서려 있는 도전 정신이 때론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구호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다간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인간은 로봇이 아니기에, 모든 일에 균등한 에너지를 쏟아가며 최선을 다할 수가 없다. 역량을 응집해서 밀어붙여야 하는 일이 있으면, 일은 적당히 완수하되 다음 도전을 위해 다소간의 힘을 비축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86%)
홀로 어떤 과정은 혼자서 겪어야 하기에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버티는 동안 나는 명징하게 깨달았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면서 살아가려면 다른 작가가 이미 걸어간 길을 답습하기보다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인파가 북적이는 큰길에서 벗어나 때로는 아무도 없는 샛길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는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삶이라는 항해 속에서 남보다 멀리 나아가려면, 결국엔 남이 아니라 내가 일으킨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91%)
속다 때론 자신마저 속이는 살마들
우린 때때로 남은 물론이고 자신마저 속인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감을 잠재우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과 감정에서 도망치기 위해 눈앞에 거짓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매번 거짓을 꾸며내다 보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거짓말에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진실한 것과 거짓된 것을 분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건 물론이고 참된 자기 모습과도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거짓으로 지어낸 타인이 내 안을 비집고 들어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잃고 살아간다는 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닐 것이다. (94%)
죽음 유한한 시간에 갇힌 존재
어쩌면 우린 죽음에 깃든 쓸쓸함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떨쳐내기 위해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오직 사랑만이 삶의 유한성에서 비롯되는 허무와 공포를 사그라들게 만든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남루해질 수 밖에 없는 몸과 마음을 온전히 누일 보편의 은신처는 사랑밖에 없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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