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제목: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지은이:리처드 J. 라이더Richard J. Leider, 데이비드 A.샤피로David A. Shapiro
옮긴이:김정홍
출판사:북플레저
독서일:2024.5.13.~5.15.
페이지:
ISBN13:979-11-93937-01-305190
소장여부:대출(전자책)
※2024년 30번째 독서
독서배경
오랜만 전자책을 읽었다. 이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느끼는 마음의 고뇌라고 할까 지금 뭐를 위해서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번아웃의 전조이거나 이미 번아웃 상태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내 나름의 방어논리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있다고 자기 암시를 걸고 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제목이 눈에 쏙 들어왔다.
표지
책의 표지는 사막 같은 모래 구릉 위에 나무 한그루가 중간에 서 있고, 하늘에는 달이 초승달에서 반달, 보름달
과 함께 제목을 감싸며, 나무 위에 있는 그림이다
제목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이고 제목 아래에 ‘Repacking Your Bags’라는 문구가 있다. 아마 책의 원제목인 것 같다.
표지 핵심문장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중년 또는 중년이 될 독자의 고민을 풀어줄 만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다
표지 아래쪽의 띄지에는 ‘30년 동안 사랑받은 베스트셀러의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라는 문구가 있다. 원작이 나온 지 30년이 넘은 것 같다.
저자
책의 저자는 2명이다.
‘리처드 J.라이더’는 상담전문가이자 동기부여 코치, 베스트셀러 작가로, ‘데이비드 A.샤피로’는 ‘기업이나 조직을 위해 사람이 기계의 부속품 이상의 가치 있는 존재가 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첨단기술과 멋진 삶을 융합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주관했다.’라고 (상당히 모호하게) 설명되고 있다.
차례
프롤로그: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01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02 바람직한 삶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다
03 인생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04 도대체 왜 이 짐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가
05 성공했는가, 성취했는가
06 삶은 애초에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07 인생의 여정을 함께할 친구를 가졌는가
08 이미 답은 내 안에 있다
09 하나의 문을 닫으면 또 다른 문을 열 준비가 필요하다
10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
11 지금과 꼭 다른 삶을 살 필요는 없다
12 ‘타임아웃’이 충만한 하루를 만든다
13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14 내가 찾아야 할 것은 마지막 목적지가 아니다
에필로그: 내일의 목적을 갖고 오늘을 살아가라
최종 감상
우선 책의 내용 대부분이 좋았고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현재를 즐겨라’, ‘스스로 변화하면 세상이 변한다’라는 대부분의 심리학, 철학, 자기위로의 책과 비슷한 주장 위주이다.
2024.05.02 - [0500_독서] -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책 속에서 직접적으로 ‘카를 융(칼 구스타프 융)’, ‘아들러’의 주장을 인용하여 설명한 부분도 있어 재밌었다. 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도 2~3 부분 인용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시작은 저자(아마 리처드J. 라이더)가 딕(아마 데이비드 A.샤피로)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마사히족을 만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딕은 아프리카 탐험 여행을 위해 풀소유로 가방을 준비해 여러 문명의 도구를 마사히족 족장(코이에)에게 자랑하지만, 창 한 자루와 몸에 걸치는 옷 한 벌의 족장은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줍니까?’라고 묻는다. 딕은 그 후 풀소유로 준비한 가방을 비우고, 꼭 필요한 것으로 다시 가방을 꾸리는 것을 실행한다.
책에서는 바람직한 삶을 위해서 ‘장소’, ‘사랑’, ‘일’ 그리고 ‘(삶의)목적’이 중요하며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몰라서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생활하는 게 아니지만, 저자는 스스로 판단해서 짊어진 짐을 자신에게 알맞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 거는 본인 잘못이 아니라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삶’ 그 자체 이기 때문에 자신을 책망하지 말고, 그 상황에 맞춰서 (인생의) 가방을 재구성해서 여행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2024.04.03 - [0500_독서] - 나라는 착각(그레고리 번스)
에필로그에서는 ‘내일의 목적을 갖고 오늘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전에 읽었던 《나라는 착각》의 주제인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 과거의 나를 교훈으로 삼아, 현재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인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대답을 명확하게 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장소’, ‘사랑’, ‘일’을 통해서 삶의 ‘목적’을 행복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얻은 것 같다.
새롭게 알게 된 단어
1. 명현현상 : 복약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반응
2. 제테오포비아zetteophobia : 탐색에 대한 두려움
3. 테크노포비아technophobia : 과학기술공포증
책 속의 발췌
프롤로그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8/206) 딕은 코이에의 호기심이 그저 반갑기만 했다. 자신이 얼마나 여행 준비를 철저히 했는지, 온갖일에 대비하여 어떻게 짐을 꾸렸는지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중략)
코이에는 검은 눈을 반짝거리며 작은 쇼핑몰과도 같은 짐을 하나하나 뜯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몇 분 뒤 딕을 쳐다 보며 간단하지만 깊은 울림이 담긴 질문을 던졌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줍니까?"
(10/206) 지금까지 직장과 가정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에 일일이 부응하느라 마치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악전고투하며 살아왔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스위스의 위대한 심리학자 카를 융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라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인생의 오후를 살 수는 없다. 아침에는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에는 보잘 것 없어지고, 아침에 진리였던 것이 오후에는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2/206) 가방을 다시 꾸린다는 것은 끝없는 재평가와 재창조를 의미한다. 우선순위를 정한 뒤 바람직한 삶의 조건들을 바꾸고 살아 있다는 강렬한 느낌을 뒤살리는 것이다. 우리가 믿어 왔던 삶의 방식들이 앞길을 인도하기는 커녕 걸림돌이나 족쇄가 되지 않게 하려면 가방을 다시 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략)
'당신의 가방 안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
(중략)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다.
01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16/206) 앞으로도 끝없이 반복될 것 같은 이 지루한 삶을 생각하면 맥이 빠지고 만다. 덫에 걸려 꼼짝할 수 없는 삶의 한가운데에 나만 덩그러니 홀로 던져진 기분이다. 사는 시늉은 하지만 삶에는 이미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한숨만 나와. 이제는 재미란 것이 뭔지도 모르겠어."
과여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하던 그 많은 재미가 모두 다 사라져 버린 것일까? 사실은 재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재미에 너무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중독성 물질이 그러하듯 사람들은 재미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내성을 키워왔다. 그래서 재미 있는 일을 하면서도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 정말로 잃어버린 것은 재미와 즐거움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감각이다.
(중략)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활기와 행복에 꼭 필요한 미묘하고도 결정적인 요소를 잃어버렸다. 그것은 바로 '독창성'이다. 나를 진정 '나'이게 하는 것, 나를 남과 다른 존재로 만들어주는 독창성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20세기의 유명한 교육자이자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독창성이야 말로 행복하고 충만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시키는 필수 요소라고 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그가 만든 신조어 '라이프스타일'은 이제 거의 '독창성'의 반대 개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2023.10.26 - [0500_독서] - ALFRED ADLER(알프레드 아들러)
(17/206) 언젠가 《포브스Forbes》가 출간 75주년을 기념하여 '왜 우리는 그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토록 불만인가?'라는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거기 실린 유명한 저술가들의 글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그들의 삶에 뭔가가 빠져 있기 때문이며, 그 빈자리는 세상의 어떤 신기한 발명품이나 재미있는 장난감으로도 채울 수 없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는 늘 어딘가를 향해 가지만 그 어디에도 다다르지 못한다. 뭔가를 선택하자마자 다른 것을 갈망하며 안달하기 시작한다. 애당초 내게 맞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런 라이프스타일을 갖는다면 행복해질 거야.'
그리고는 거기에 따르는 모든 것을 살 수만 있다면 나도 행복해질 거라고 여기지만 그것은 생각의 덫에 불과하다.
(19/206) 영화 〈007〉의 주인공 피어스 브로스넌이 멋진 정장을 입고 우아하게 보드카마티니를 마시고 있다. 이 한 편의 광고가 전파를 타는 동안 TV 앞에 앉아 있던 내 친구는 배우가 입은 양복을 이미 마음속으로 주문하고 있었다. 잠시 후 친구는 캔 맥주를 따려다 갑자기 근처 술집으로 달려가 이렇게 주문했다.
"보드카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아무렴 무슨 상관이랴. 적어도 그날 저녁만큼은 〈007〉주인공처럼 매력적인 남성이 된 기분에 한껏 젖어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친구가 주문한 것은 럭셔리한 양복이 아니라 등산 장비들이었다. 출근할 때 펼쳐든 쇼핑 카탈로그에서 히말라야를 오르는 탐험가의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한 것이다. 그 뒤로 나는 그 친구가 히말라야를, 아니 마을 뒷산이라도 오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무수한 광고에서 우리는 포장이 잘된 라이프스타일을 날마다 접한다. 아무리 절제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한두 번쯤은 광고 속 이미지들에 현혹되어 제품을 구입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그래서 그 제품만 사면 광고 이미지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우리 삶에는이렇게 욕망의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들만 무수히 쌓여간다.
(20/206) 늦은 저녁 퇴근길에서 문든 차창에 비친 자기 얼굴이 낯설게 느껴진 적 있는가?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던 그 젊은이는 어디로 갔을까? 어렵게 취직한 직장에서 청춘을 바쳐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던 이들이 어느 시점 -대개는 중년 무렵이지만-에 이르러 깊은 한숨을 내쉰다.
"아니, 이게 다야? 즐겁고 행복한 인생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되는 거야?"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사람들이 대부분 겪는 비애는 자기만의 성공관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들은 잘 포장된 행복의 이미지를 돈으로 사면 행복해진다고 믿어왔다.
(25/206) 인생의 절반쯤에서 잠시 멈춰 섰을 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은 자신과의 대화다.
"지금 여기가 어디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지?"
자신과의 대화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면 행운이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그런데 누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누구나 간절하게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화는 허기나 갈증만큼이나 강렬한 인간의 본능이다. 다만 대화가 끊어진 지 너무 오래되어 물길이 말랐을 뿐이다.
(중략)
훌륭한 대화상대를 만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훌륭한 대화상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들에게 엽서를 보내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사소하고 가벼운 주제가 아닌 가슴에서 솟아나는 진지한 주제로 대화해야 한다.
(27/206) "바람직한 삶이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며, 목적이 아니라 방향이다." -칼로저스-
02 바람직한 삶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다
(29/206) 스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마이클 아가일Michael Argyle은 《행복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Happiness》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질적으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삶의 조건은 인간관계, 일, 여가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 세 분야에서 만족의 경지에 이르는 데 있어 절대적 혹은 상대적 부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치 못한다."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 《신화의 힘The Power of Myth》에서 말한 내용은 좀 더 가슴에 와닿는다.
"당신은 인생에서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라. 당신의 삶이 어떠했는지, 당신의 삶에서 좋았던 것은 무엇인지. 당신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하나도 못했고, 당신의 몸과 마음이 가고자 했던 곳은 한 군데도 가보지 못했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극심한 생존경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할까? 위기의식에 쫓겨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찾아낸 해결책은 매일매일 짊어지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다시 가볍게 꾸리는 것이다.
(30/206) 여기 바람직한 삶을 위한 공식이 있다.
자신이 속한 곳에서 Place |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며 Love |
삶의 목적을 위해 Purpose |
자기 일을 하는 것 Work |
이 한마디에 들어 있는 네 가지 요소는 각각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삶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31/206) '일', '사랑', '장소' 이 세 분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각각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대체로 지위에 대한 집착을 덜하는 대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 또한 그들은 이 세상이 꽤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속한 곳에서 얼마든지 자유의지를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
(32/206) 많은 사람이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삶에 대한 정의를 바꾸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때까지 품어왔던 삶에 대한 정의가 외형에 치우친 것이었다면 이제 좀 더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신기한 장난감 따위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다. 그 대신 좀 더 의미 있고 생을 풍요롭게 할만한 일들을 찾기 위해 '장소', '사랑', '일', '목적' 중 하나 이상을 붙잡고 사색에 잠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장소에 대한 집착이 큰 편인데, 가령 오래 전부터 동경하던 전원생활이 대표적인 예다. 비록 직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편의시설도 없어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도 어떡하든 시골로 옮겨가 그곳에 둥지를 트는 것이다.
(34/206) 외톨이가 되는 것이 두려워 평생 사랑을 쫓아다니지만 이따금 혼자서 자아를 들여다볼 용기가 없다면 참된 사랑을 찾기 어렵다. 사랑이 없는 인생, 진정 사랑하는 존재를 갖지 못한 인생은 그저 환등기로 슬라이드 영상을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슬라이드를 한 장씩 넣다가 금방 싫증이 나서 기계를 휙 감아 돌리듯이 말이다.
또한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 우리는 한 곳에 얽매여 산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멀리 떨어져보지 않고 어떻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왜 인간은 그토록 단단하게 자신을 땅에 뿌리박고 살아왔을까? 그와 똑같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수도 있으면서," 마지막으로 삶의 목적을 찾으려는 노력 뒤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중략)
바람직한 삶에 이르는 길은 결국 자기 자신과 진심으로 화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죽음에 이르는 네 가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 장소, 그리고 일을 위한 적절한 공간을 찾아내고 그것을 지켜나감으로써 바람직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은 아주 단순한 문제다.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찾아 그것을 지키고 중요하지 않은 의무나 책임 따위는 과감히 떨쳐버리는 것이다.
2023.10.12 - [0500_독서] - 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
(38/206) 나이가 들고 삶의 단계들을 하나하나 밟아감에 따라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을 이루고 있던 일부를 버리게 된다. 가방을 푼 뒤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은 버리고 새롭게 찾아낸 것들을 챙기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혹은 버리기가 아까워서 가방을 '전에 꾸려놓은 그대로' 놓아두는 사람들은 거짓 안정만을 얻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가방을 다시 꾸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방을 풀어헤칠 자아인식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분별하기 위한 훈련은 오직 자기만의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03 인생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45/206) 삶에서도 똑같은 법칙이 되풀이된다. 온갖 물건이며 책임을 악착같이 끌어모으다 보면 결국 그것들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고 만다. 이것이 '가방꾸리기 법칙'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짊어져야 할 짐의 양을 결정하는 것이며, 둘째는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것이다. 결국 무언가를 계속 갖고 가려면 어떤 것은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상충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단계다. 당신은 삶의 어느 부분을 지키기 위해 어느 부분을 내줄 것인가?
가방을 푸는 과정은 갖고 있는 짐들을 검토하고 어떤 것들이 서로 상충관계에 있는 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대표적인 상충관계는 대략 다음과 같다.
- 자유 vs 안전
- 더 많은 연봉 vs 더 큰 책임
- 물질 vs 시간
- 안주 vs 성장
- 가정 vs 직장
- 자기 방식 vs 남의 방식(또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
- 업적을 남기는 것 vs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
-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 vs 길을 잃어보는 것
가방을 다시 꾸리는 일은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짊어진 짐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그것이 당신의 선택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50/206) 우리의 삶은 여행이다. 그다지 길지도 않을 뿐더러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이 여행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여행가방이 짓누르는 무게에 시달린다.
(중략)
"내가 꼭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여행이 중반에 이르면 사람들은 종종 너무 많은 짐 때문에 지쳐버리고 만다. 짊어진 무게로 인해 웃을 수 있는 여유조차 잃어버린다.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내가 가져온 물건이 쓰레기로 여겨질 때가 있다. 특히 삶의 중턱쯤에 접어들면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심정이 되고 만다.
책임감과 집착에 억눌려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어진다. 이른바 '중년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04 도대체 왜 이 짐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가
(56/206)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제니퍼가 했던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보다 더 어리석은 짓도 할 수 있다.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유를 모른다면 영영 달라질 수도 없고 새로운 목적의식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자, 이제 바람직한 삶의 구성 요소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 나는 '왜' 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가?
- 나는 '왜' 이곳에 살고 있는가?
- 나는 '왜' 이것을 나의 목적으로 삶고 있는가?
물론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도 또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는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짐을 가볍게 만들기 위한 첫발을 뗀 셈이다.
(59/206) 가방을 풀고 다시 꾸릴 때 우리는 어떤 것이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즉,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가능한 한 즐거운 마음으로(그것이 비록 여전히 짐처럼 느껴질지라도) 그 짐을 지자.
당신이 웃음 띤 울굴로 짐을 질 수 있도록 몇 가지 정보들을 정리해 보았다(우리는 이것을 여행 체크리스트에 있는 물품들과 관련지어 정리했다. 하지만 이들 정보를 응용하는 것은 당신 몫이다).
짐을 나눠들자(주소록)
맡겨진 책임이나 의무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다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자.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주 흔쾌히 도와주는 것을 보면 아마 깜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이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 깊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하나는 내려놓자(가방)
짐이 무거운 이유는 온갖 물건을 쌓아 올렸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가끔 잊어버리곤 한다.
(중략)
짐을 바꿔 들어보자(여행일지)
우리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고단한 일상에 점점 지쳐간다. 날마다 똑같은 일을 계속하다 보면 작은 짐일지라도 쌓이고 쌓여 결국 거대한 바위처럼 우리를 짓누른다.
(중략)
왜 이 짐을 지고 가는지 묻자(여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잊어버렸을 때 짐이 더욱 무거워지기도 한다. 가끔 내가 왜 이 짐들을 지고 가는지 되짚어보면 힘이 생길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면 그 짐은 당신에게 계속 짊어져야 할만한 가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착지를 보여주자(지도)
언덕 너머 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걷는 자의 발걸음은 그다지 무겁지 않다.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나 괴로운 인간관계, 혹은 아무리 불쾌한 장소라도 그것이 이대로 영영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견디기가 훨씬 수월하다.
(중략)
여행일정을 잡아보자(모험정신)
이따금 지고 있는 짐이 너무 많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재주가 없기 때문이다. 책임에 대해 회의가 생기면 발걸음이 더뎌지고, 실제보다 두배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중략)
자신을 세계 속의 한 사람으로 바라보자(지도)
이따금 자신의 어깨 위에 온 세상을 올려놓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혹은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략)
역할을 서로 바꿔보자(모험정신)
(중략)
휴식을 갖자(가방)
휴식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다. 만일 당신이 유난히 지쳐 있다면 잠시 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중략)
당신이 관광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모험정신)
(중략)
지금이라도 당장 집을 나서보자. 모험정신을 갖고 도전해 보자. 아마 바보 같은 짓이었다거나 시간 낭비였다거나 지루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수도 있지만 해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알겠는가?
자신에게 관대해지자(여행자수표)
물론 돈을 물 쓰듯 하거나 즐길 대로 실컷 즐기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계속 스스로에게 안 된다고 거절만 한다면, 줄줄이 늘어서 있는 가능성 가운데 어느 하나도 맛볼 수 없다. 그러니 이따금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을 스스로 허락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략)
(64/206) 딕은 자신에게 잇따라 울렸던 경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 나는 잘나가던 직장인이었다. 어느 정도 명예도 얻었고 자신감도 충만해 있었다. 성공한 사람답게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일들이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이 일제히 끽 소리를 내며 멈춰서 버린 것이다.
아버지가 동맥경화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나는 아내와 이혼했으며, 사업 파트너가 사고를 당했고, 아들은 자기 인생을 찾아 집을 떠나버렸다. 찬란했던 나의 삶은 무너지고 하루아침에 어두운 동굴로 변해버렸다. 나는 갑자기 노인처럼 늙어버렸다. 어둡고 음울한 날들을 보내던 어느날, 나는 지금이 바로 가방을 다시 꾸려야 할 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로부터 11년 후, 어머니가 내 팔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우린 서로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한 세대 막이 완전히 걷어 올려졌다. 이제 내 인생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라는 사실이 가슴에 와닿았다. 마치 미지로 떠나는 모험 앞에 보호해 줄 그 무엇도 없이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이젠 가방을 풀고 다시 꾸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중년의 사내가 서 있었다. 어떻게 보면 18세 때의 내 모습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 그때처럼 지금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두려움에 차 있으며, 무지개 저 너머에 대한 동경,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낭만에 가득 찬 열정으로 가슴이 뛰고 있었다. 18세와 49세 사이의 세월이 찰나처럼 느껴졌다.
(67/206) 중년이 되면 종종 삶이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에 씨름했던 의문들이 다시 우리를 사로잡는다. 중년이 되면 사춘기가 다시 찾아온다.
사춘기 때처럼 삶의 새로운 지점에 서 있게 되고, 자신감과 절망감이 뒤섞인 야릇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인생에 대해 좀 알 것 같다 하면서도 한편으론 질문들이 갑자기 바뀐 건 아닌가 싶어 두려워한다. 10대 시절처럼 삶의 책임감을 어깨에 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주저하고 망설인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18세 때는 없었던 유리한 점들도 생긴다. 가령 무無에서 자신을 창조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면 다시 그래야
되는 건가?
05 성공했는가, 성취했는가
(74/206)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준비가 된다. 중년은 청춘과 노년의 경계지점이며 전환의 시기다. 이 시기의 사람들은 아직 팔팔한 과거의 감각과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서 막막함과 설렘이 묘하게 뒤섞인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때 단지 기억을 더듬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과거의 매 시기마다 가장 바람직했다고 생각되는 삶의 형태를 선명하게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일궈낸 것들을 살펴보고, 앞으로 그보다 더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75/206)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처럼 현대인의 딜레마는 "살기 위해서 일하느냐, 일하기 위해서 사느냐?" 하는 것이다. 대부분 일하기 위해 산다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결국 그런 구분 자체가 허울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깥세상과 내면세계를 모험하고 있을 때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정말 어려운 것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차곡차곡 산더민처럼 쌓아놓은 수많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털어버리는 것이다.
(중략)
바람직한 삶을 산다는 것은 '현실적인 낭만주의자'가 되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고 학비도 내면서 가족을 사랑하고 좋은 일도 해야 한다. 융자금도 갚아야 하고 치과에 갈 돈도 벌어야 한다. 단 하루도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우리는 낭만적이어야 한다. 사람원 원래 사랑을 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들, 내가 몸담은 곳, 내가 추구하는 목적을 사랑해야 한다. 바람직한 삶을 살려면 철저히 낭만적이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어리석을 만큼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그로 인해 숱한 방황을 하게 될지라도.
삶이란 일직선이 아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이르는 길은 지그재그로 꺾여 있어 회전에 회전을 거듭해야 한다. 때문에 인생은 무수한 뒷걸음질로 파헤쳐진 'W'자 형태의 꺾인 길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직선으로 뻗어 있는 길만을 '성공'으로 여긴다. 그래서 얻는 것이 뭔가?
한평생 굴곡 없이 잘 살다파 성공적으로 은퇴하여 깨끗하게 인생을 마감한다는 뻔한 건전 드라마뿐이지 않은가?
(78/206) 사실 인생의 초입에서부터 스스로 자기 직업을 선택하고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누군가가 나의 직업에 관한 시나리오를 대신 써준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쯤에 접어들었을 때에는 내 직업의 각본을 다른 사람과 함께 쓰거나 혹은 편집하거나, 아니면 원래 각본을 집어던지고 다시 새로운 각본을 써야만 한다.
인간은 역동적인 존재다. 가만히 정지해 있는 법이 없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우리가 원하는 것도 끊임없이 변한다. 잘못된 출발과 무수한 실수를 거듭해 가며 실전을 치른 뒤에야 자신의 천직이 무엇인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중략)
생의 절반에 이르러 자기 일, 자기 삶에 변화를 꾀할 때면 종종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우리는 단지 직업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성의 문턱을 넘어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82/206) 누구나 자신이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이길 원한다. 누구와도 같지 않은 혼자만이 지닌 타고난 재능을 찾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남과 다른 자기만의 독특한 면이 흉한 모습으로 고개를 쳐들 때마다 부랴부랴 감추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더더욱 간절히 자신의 재능을 찾아 헤맨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남과 다른 특별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은 대부분 자신이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어쩌면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일이 겸손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갈매기 조나단》의 저자 리처드 바크Richard Bach는 《환상Illusion》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한계에 대해 논하라. 틀림없이 당신은 그것을 지니고 있을 테니!"
누구나 개인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다만 잘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다. 그런 재능을 펼치려면 자전거나 수영을 배울 때처럼 단계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다. 앞 단계를 완전히 익히지 못하면 결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하지만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로 일단 익히고 나면 절대로 잊어 버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숨겨진 재능을 찾기 위해 당신의 내면을 살펴보자.
- 배운 적은 없지만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는 일
- 별로 노력하지 않고도 탁월하게 잘하는 일
- 당신이 남들의 솜씨를 지켜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주로 당신의 솜씨를 지켜보는 일
- 빨리 배우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지는 일
(83/206) 당신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가진 뛰어난 재능도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 당신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가? 당신은 계속해서 자신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는가? 설사 대답이 '그렇다'라고 할지라도 숨 가쁜 경쟁과 급속한 과학기술의 변화, 그리고 무자비한 구조조정으로부터 영원히 당신을 지켜줄 무기가 될 수 없다.
어쩌란 말인가? 살아가는 동안 언제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설 태세를 늘 갖추고 있을 수밖에 없다. 당신에게 일자리를 줘야 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현재의 고용주나 당신이 속한 노조, 심지어 당신의 부모가 회사의 주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미래를 창조하는 일은 오직 당신에게만 달려 있는 문제다. 다가올 미래는 가장 꼭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가들 조차도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재능을 골고루 갖추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평생학습과 고차원적 사고의 필요성이 커지는 동시에 조직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다툼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모두가 일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고, 다시 만들어내며 끝없이 다시 꾸려야 한다.
이제 갈수록 점점 '당신의 직위가 무엇이냐'보다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스스로 똑같은 질문을 할 때가 되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인가?"
(87/206) 개인의 성장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책임질 수 있는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중년 의 내적 탐험이란 책임을 깨닫고(가방을 풀고), 그 책임을 받아들여(가방을 다시 꾸려) 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과감히 떠나는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J.부어스틴Daniel Joseph Boorstin의 명저 《탐구자들The Discoverers》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중세시대 때 지도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지리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사람들이 한 번도 살지 않았던 장소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했다. 원래는 '미지의 땅terra incognito'이라고 표시해야 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거부했다. 아예 그 지역을 지도에서 빼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땅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세상의 범위를 좁혀 생각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판단은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인류의 탐험 역사가 수세기나 늦춰진 것이다.
(88/206)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살아 있었으면 그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모든 모험은 불안을 낳는다. 하지만 모험하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아예 잃는 것이다."
(91/206)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면, 웬만큼이라도 자유로워져랴." -램프 월도 에머슨
06 삶은 애초에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93/206) "이봐,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요즘 같은 시대에 뭘 더 바라겠어?" 이것은 마치 돈을 받으면 어떤 고역도 참을 수 있다고 얘기처럼 들린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첫째, 세상에 있는 돈을 다 준다 해도 고역을 참을 수는 없다. 둘째, 당신은 당신의 꿈보다 못한 일에 더 이상 매달려 있을 필요가 없다. 누구나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그런 행운은 단지 축복받은 소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완벽한 직업이 어떤 것인지는 모두 알고 있다. 아름다운 곳을 마음껏 여행할 수 있고, 여가 시간이 엄청나게 많으며, 멋진 사무실과 엄청난 보수를 받는, 그러면서도 아무도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듣지 않는 꿈의 직업…, 하지만 세계적인 갑부 조차도 그런 직업을 꿈구고 있다면?
그렇다. 그런 직업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직업'을 그런 식으로 정의한다면 '완벽한 직업'이란 이 세상에 없다. 모든 직업에는 좋은 면과 싫은 면이 공존한다. 모든 시간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직업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완벽한 직업'은 즐거움과는 무관한 이야기다. 완벽한 직업이란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 일에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담아낸다'는 의미다.
(94/206) '완벽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은 재능과 열정과 가치관이 모두 한 가지에 집중되어 한결닽이 깊은 성취감을 느끼며 산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찾아낸 공통점을 우리는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이라 부르기로 했다.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략 이렇다.
- 그들은 자신의 욕구나 소망보다 더 원대한 목적을 갖고 있다. 즉, 자산들의 삶과 일을 어떻게 하면 그 원대한 계획에 맞출 것인가를 고민한다.
- 그들은 '내면의 나침반'을 갖고 있어서 방향을 잃지 않고 언제나 바람직한 삶을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
- 그들은 가장 소중한 것 두 가지, 즉 시간과 돈에 대해 분명한 경계선을 그어놓고 있다.
- 그들은 잠재된 재능이 무엇인지, 아직 충분히 시험해 보지 못한 자신의 한계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 그들은 난관에 부딪쳤을 때 탁월한 적응력을 보인다. 다시 말해 난관을 그저 삶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그들이 지닌 풍부한 에너지는 전염성이 있다. 그 에너지는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쉽게 전염된다.
- 그들은 뛰어난 영적 감성을 갖고 있다. 자신의 삶 안에 있는 자기보다 더 큰 어떤 힘을 느낄 줄 안다.
- 그들은 어깨가 가볍다. 그래서 자신이 지고 있는 짐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97/206)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두가지 질문이 있다.
"무엇을 원하는가?"
"왜 원하는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원하는 것을 이미 가졌다 해도 그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그것을 왜 원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을 '왜'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삶의 목적에 그 만큼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뜻이다.
(중략)
목적 없이는 삶의 진로를 정할 수 없다. 목적을 중심으로 자아를 세우게 되는데, 뚜렷한 목적이 없으면 외부 세계가 요동칠 때마다 이리저리 휩쓸리고 만다. 그것은 마치 키 없는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것과 같다. 그러나 목적이 있으면 설령 길을 잃어도 가던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 뚜렷한 목적이 있으면 삶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불상사는 물론 인생의 대 격변기까지도 훨씬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
(101/206)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공식
" (재능 + 열정 + 환경) * 꿈 = 다목적 라이프스타일
당신의 재능과 열정과 환경을 모두 더한 다음 당신의 꿈을 곱하면 비로소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이 완성된다.
- 당신의 재능
- 하고 있으면 신이 나는 기술
-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능력
- 별다른 노력 없이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따로 배운 기억이 없는 능력
- 당신의 열정
-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문제
- 당신이 좀 더 참여했으면 하는 문제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거나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분야
- 지속적으로 깊은 흥미를 갖고 있는 일
- 당신의 환경
- 당신의 재능과 열정을 가장 쉽고 편안하게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작업 환경
- 당신이 선호하는 장소와 스타일
- 당신의 꿈
- 당신은 자산의 삶에서 재능과 열정과 환경을 어떻게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가?
- 당신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이며,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떻게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줄 것인가?
- 내년(아니면 그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이어질 것 같은가?
라이프스타일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생관이자 직업관이며 궁극적으로는 '삶과 일을 바라보는 행복한 시선'이다. 삶과 일이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다목적 라이프 스타일은 비로소 당신이 꿈꾸던 바람직한 삶의 경지를 보여준다.
(106/206) "나는 고독보다 좋은 길동무를 본 적이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07 인생의 여정을 함께할 친구를 가졌는가
(110/206)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아주 소박하다. 그저 친밀감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간절히 맺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저주받은 성의 야수처럼 그런 관계를 맺는데는 병적일 만큼 무능한다. 심지어 친밀감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심리학자 마릴린 메이슨은 친밀감에 대해 "비공식적이고 내밀한 지극히 개인적인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서로 관계를 맺고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것은 하나의 과정으로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이고 반복적이다. 달리 말하면 친밀감은 여행과 같다.
(중략)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혹은 가장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지점까지 와 있는지 점검해 보는 방법의 하나로 다음 세 가지 여행을 해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 당일치기 여행
- 주말 여행
- 평생 여행
(112/206) 하루에 하나씩 예전에 어땠는가? 처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낼 때 당신은 어땠는가? 상대방의 변덕스런 행동이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진다. 젓가락질하는 방법, 즐겨 듣는 음악, 운전 습관, 이 모든 것이 그저 감동이다. 그러다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면 상대방의 개성을 더 깊이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다. 가령 그 사람이 왜 고기를 잘게 썰어 먹는지 사연을 듣고나면 '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겠구나!'하고 얼마든지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지긋지긋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좌우지간 처음엔 그랬다.
그럼 이제 와서 무엇이 변한 걸까? 상대방이 아니라 당신이 변한 것이다. 이 말은 당신이 한때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과 다시 친해지기를 원한다면 당신이 하기에따라서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단번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부담 없는 방법은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114/206) 주말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당일치기 여행과는 달리 주말 여행은 1박 2일, 즉 48시간이 주어진다. 주말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내면을 쉽게 열 수 있다. 미래의 소망, 꿈, 계획 같은 이야기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화에 불과하다. 주말을 지내는 동안 당신은 희망이나 꿈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것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해 계획도 얼마든지 세울 수 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는 없다. 그래서 주말 여행 동안 주고받는 이야기는 다분히 이론적이고 공상적인 데가 있다. 함께 낯선 곳에서 밤을 보내며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각자의 삶은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
(116/206) 결혼 50주년 기념일을 맞이하는 부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부분 로맨틱한 감상과 경외심을 함께 느낀다. 부부가 그토록 오랜 세월을 보냈다는 자체만으로도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두 사람이 반세기를 함께견뎌낼 있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그 숱한 권태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아직도 여진히 서로를 사랑할까?
인간이 결혼이나 그 밖의 사회적 계약을 통해 평생 동안 유대를 가꿔가도록 만들어진 존재인가 하는 것은 확실히 논쟁의 여지가 많은 문제다. 최소한 그것이 모든 이에게 두루 적용될 수 있는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모두가 동경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지금 맺고 있는 친밀한 관계가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한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와 평생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대인들의 욕구와 기대를 생각한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117/206) 처음에는 같은 길을 나란히 함께 걷다가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 바람직한 삶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탓에 자꾸만 서로에게 걸려 넘어진다. 여행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대신 따로따로 자기 길만 말없이 걸어간다. 평생 여행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자녀를 가진 사람들은 부모 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기쁨과 좌절을 맛보며 평생 동안 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이어간다고 해서 저절로 대화가 통하는 것은 아니다. 애완동물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그 사람의 유일한 평생 여행인 경우도 있다. 이런 여행은 평생 동안 지속될 수 없다. 뽀삐나 해피가 곁에 있는 동안에만 가능한 여행일 뿐이니까.
(중략)
니체는 결혼을 '위대한 대화'라고 했다. 결혼이라는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왔더라도 각자가 현재 겪고 있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을 직시하고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내면 가장 깊은 곳의 생각과 감정을 거리낌 없이 나눠야 한다.
(119/206) "사랑이란 외로운 두 영혼이 서로 지켜주고,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08 이미 답은 내 안에 있다
(121/206) 우리는 터질 듯한 열정을 맛볼 능력은 있어도 그것을 다스리는 기술은 부족한다. 감정의 스포츠카를 몰 수 있는 열쇠는 갖고 있지만 아무도 그 차의 운전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감정의 충돌사고를 일으키는 것도 그리 이상할 게 없다.
사랑했던 이유가 헤어져야 할 이유가 되어버리고, 사랑을 위해 하는 일이 사랑을 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말이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모든 행동은 결국 누군가와 깊고 소중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절실한 욕구에게 나오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싶은 욕망,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 세상을 정복하려는 욕망, 그 모든 욕망의 동기를 모두 한 냄비에 담아 끓여보면, 단 하나만 남게 된다. 바로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우리가 안달하고 지어내고 만들어내는 모든 것, 우리가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내뱉는 첫마디. 이 안에는 사랑받고 싶다는 하나의 동기만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 가족, 심지어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이라도 우리를 사랑하도록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점점 더 많은 짐을 꾸려 넣는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은 그와 정반대가 되어야 한다.
(125/206) 실제로 더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유일한 비결은(사실 비결이랄 것도 없지만), 자기 자신을 열어 보이는 것이다. 당신이 상대방을 더욱 깊이 받아들일수록, 상대방 역시 당신에게 더욱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단순하지만 이것이 바로 삶의 참모습이다. 사람들이 자꾸만 그렇게 걸려 넘어지는 것도 결국은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없거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삶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설명해 줄 어휘를 찾지 못해서다. 이럴 때 '누구', '무엇', '어디'라는 세 가지의 우선순위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당신이 바람직한 삶의 세 요소를 어떻게 꾸리고 싶은지 상대방에게 들려주자.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마음과 영혼의 만족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서로에게 보여주자. 여행의 첫발을 그렇게 내딛는 것이다.
09 하나의 문을 닫으면 또 다른 문을 열 준비가 필요하다
(130/206) 현대인들은 뿌리에 대한 감각, 장소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장소에 대한 감각은 인간이 지금처럼 진화하기까지 쌓아온 배경과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탓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시거드 올슨의 말처럼 황무지는 '영적인 필수품이자 현대 문명의 압박감을 견디기 위해 숨겨둔 아름다운 이야기이며 고요와 평정을 회복하는 귀한 치료약'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기어를 바꿀
시간이 없었을 뿐, 우리의 감각은 여전히 야생의 과거에 뿌리를 둔다. 그래서 아무리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해도 과거의 감각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
흙에서 멀어질수록, 그리고 흙 속의 향기와 그 단순한 리듬에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허전함을 느낀다. 삶의 뿌리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135/206) 당신이 앞으로 살게 될 장소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이것은 당신보다 앞서 떠났던 많은 사람의 생생한 경험에서 얻은 실용적인 지혜들이다.
1.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
(중략)
2. 먼저 상상속에서 그곳에서의 삶을 경험해 보자
(중략)
3. 그곳으로 주말 여행을 떠나자
(중략)
4. 그곳에서 좀 더 긴 시간을 보내자
(중략)
(137/206) "소유를 기준으로 삼는 삶은, 존재를 기준으로 삼는 삶보다 자유롭지못하다." -윌리엄 제임스-
10 스스로 질문을 던지다
(138/206) 기가 막히게도 이 세상에 흔적을 많이 새기면 새길수록 자기 몫의 세상은 점점 좁아진다. 니어링이 말한 문을 여는 기술은 늘고 주머니도 두둑해지지만 지나온 문들은 차례차례 닫고 잠가버리기 바쁘다. 하루하루를 너무 꽉 채우다 보니 아무리 시간이 주어져도 이젠 가방을 풀만한 여유가 없다. 이제는 풀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면 절실할수 록 가방은 점점 풀기 어려워진다.
바람직한 삶을 찾아가는 여정은 일상과 꿈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려면 바깥세상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잠시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조용히 지낼 수 있는 그런 장소를 찾아야 한다. 바람직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또 그런 대화를 통해 대강의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우리는 나름의 인생관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삶을 실제로 살기 위해서 이따금 말을 멈춰야 할
필요가 있다. 입을 닫고 귀를 열자.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언어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자.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여정 어디쯤에선가 '경청의 자리'를 찾아내야 한다.
(142/206) 이제 당신이 경청의 자리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10가지 사항들에 대해 살펴볼 차례다
(중략)
1. 감춰진 나의 재능을 재발견하자
(중략)
2. 당신의 목적을 되찾자
(중략)
3. 당신의 직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자
(중략)
4. 당신을 위한 '개인 이사회'를 새로 선출하자
(중략)
5. 성장의 칼날을 다시 갈자
(중략)
6. 인간관계의 가방을 다시 꾸리자
(중략)
7. 시간과 돈의 사용을 검토하자
(중략)
8. 바람직한 삶의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자
(중략)
9. 매일 자기 자신을 새롭게 하자
(중략)
10. 웃음을 되찾자
(중략)
11 지금과 꼭 다른 삶을 살 필요는 없다
(155/206) 나는 생애의 대부분을 누군가가 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곧 참된 삶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다시 가방을 꾸리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 마음과 영호의 행복한 시간을 위하여 다른 일을 줄일 것
- 내가 원하는 것 -공부나 그 밖의 것-을 하기 위해 다른 불필요한 것들을 버릴 것
- 자신에게 'Yes'라고 말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No'라고 말하는 법을 배울 것
- 인간관계를 새롭게 넓히기보다는 지금의 관계를 좀 더 새롭고 창조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 밖에 있는 최상의 것을 잡으려 애쓰기보다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 안에서 아름다움과 만족을 찾을 것
- 긴 안목으로 볼 것, 그리고 인내를 배울 것
(159/206) 가방 다시 꾸리기 작업에 대해 사람들이 제기하는 의문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왜 꼭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가?"
"왜 처음 가방을 꾸릴 때 꼭 제대로 꾸려야만 하는가?"
"결정이 잘된 것인지 시험해 본 뒤에 잘못을 수정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결정부터 해야 하는가?"
대답은 이렇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중략)
가방을 다시 꾸려보자
그런 다음 느낌이 어떤지 보자
고칠 점은 고치자
필요할 때마다 가방을 다시 꾸리자
여행을 다시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떠나자
(161/206) "성공이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을 갖는 사치를 누리는 것이다." -레온타인 프라이스-
12 '타임아웃'이 충만한 하루를 만든다
(165/206) 인생의 절반쯤 오게 되면 많은 사람이 마치 덫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때쯤이면 일이든 육아는 어느 분야에선가 나름 전문가가 되어 있다.
오랜 시간을 자신의 전문 분야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우리의 미숙한 부분은 점점 더 모습이 뚜렷해진다.
카를 융은 우리가 40대나 50대 혹은 그 이상이 되면 자신의 삶이 균형을 잃었다는 생각에 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어느 특정 분야에만 시간을 쏟아붓고 나머지 분야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제 '미지의 자아'를 발견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166/206) 만족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좋든 싫든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이 직업이든 사람이든 오랜 세월을 두고 지속적인 열정을 품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성공이란 것 역시 손에 쥐는 순간부터 어느새 시들시들해지고 만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되찾으려면 결국 새로운 것을 꿈꾸어야 하고 자신을 재창조해 나가야 한다. 삶에서 깜짝 놀랄 일들이 사라지면 삶 역시 손가락 사이로 모래 빠져나가듯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타임아웃이 필요하다. 타임아웃은 자기 귀에 대고 부는 기상나팔이다. 타임아웃을 갖고나면 다시 예전처럼 놀라움과 설렘을 회복할 수 있다.
13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177/206) 60세가 넘은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우리는 항상 똑같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대부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두려움은 의미 없는 삶을 산 게 아닌가하는 것이었다. 내 삶을 충분히 살지 못한 건 아닐까? 주어진 것보다 내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건 아닐까? '갈 데까지' 내 자신을 던져보지 못한 건 아닐까?
(중략)
만약 길을 잃었다면 적어도 당신은 모험을 감행한 것이 아닌가? 또 하나, 당신이 만약 길을 잃었다면 적어도 자기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는 셈이다. 거꾸로 만약 당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고, 어디로 향해 가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해 멈춰 서서 생각해 본지가 너무 오래된 탓에 길을 잃고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첫 걸음이다. 길을 잃었다면 적어도 당신은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설사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해도.
(181/206)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자기 자신으 완전히 잃지 않도록 도와줄 비법들은 몇 가지 소개 한다.
1. 하루의 흔적을 기록하자
(중략)
2. 자신을 '성공'에 놓자
(중략)
3. 떠나온 곳을 되밟아보자
(중략)
4. 거울 앞에 서자
(중략)
5. 한 가지, 오로지 한 가지에만
(중략)
6.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자
(중략)
7. 밖으로 나가고, 안으로 들어오자
(중략)
8. 한숨 돌리고 가자
(중략)
(184/206) 삶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행복을 찾아 움켜쥐는 것부터가 애초에 글러먹은 시도일 뿐이다. 행복은 붙잡자마자 시들기 때문이다.
사실 가방을 다시 꾸리는 작업도 그렇다. 그것은 당신이 계속해서 탐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베이스캠프 같다.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당신 안에서 나온것이어야 한다.
(중략)
스피노자는 자신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추구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 일반적인 관습을 가급적 따르도록 하자.
- 쾌락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누리자
- 건강한 삶을 누리면서 그 밖에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벌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목적에 부합되는 일반적인 관습들은 따르도록 노력하자.
(188/206) 길을 잃을까 두렵지 않느냐고? 물론 두렵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 기회를 그냥 보내버리고 난 뒤 남은 생애 동안 내내 그 기회를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워하며 살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만약 학위를 딴다면 그 학위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 솔직히 첫 학기를 잘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다가올 변화에 가슴 떨리고 앞으로의 여행에 내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거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14 내가 찾아야 할 것은 마지막 목적지가 아니다
(198/206)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여행 천국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평생 동안 평균 8번 정도 집을 옮긴다. 해마다 어림잡아 인구의 5분의 1이 어디론가 새로운 곳을 찾아 옮겨간다. 이렇게 자주 이사를 하니 여기 사람들은 이사하는 것을 기대와 흥분에 들떠서 기다리겠구나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사슬은 그와 정반대다. 지리적 이동은 삶에서 세 번째로
스트레스가 큰 사건이다(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첫 번째이고 이혼이 두 번째다).
이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목적지에 가기도 전에 힘을 다 빼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헉헉거리고 뛰어다니면서 새로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인다. 어쩌면 그 목적지에서 큰 보상을 받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애타게 찾아 헤매던 바람직한 삶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우리들은 여행의 목적지보다 그 여정 자체를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든 감각을 생생하게 열어놓고 여행을 체험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은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 북쪽 긑에서 남쪽 끝으로 이사든, 번지만 옮기는 이사든 간에 이사 자체를 즐기지 못한다. 그 결과 쏟아부은 노력만큼 보상받지 못하고 투자한 데 비해 돌아오는 것이 너무나 작아질 뿐이다. 하지만 여행에 통달한 사람들은 여행이란 게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안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에필로그 : 내일의 목적을 갖고 오늘을 살아가라
(202/206) "현명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 -제임스 러셀로웰-
(204/206) 그는 계속해서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해 주려 애썼다. "오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참된 성공의 증거라는 뜻입니다. 당신에겐 별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바람직한 삶이란 이미 성공한 것을 하나하나 음미하는 걸 의미합니다. 나의 건강, 나의 가축들, 아이들, 제때 내리는 비, 뭐 이런 것들 말이지요. 다음 주 내내 마실 우유가 그득하다고 해도 지금 내가 우유를 마실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중략)
우리에게 정말로 소중한 것은 일도, 물질도, 소유도 아닌 그저 우리 자신일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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