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알랭 드 보통) Part 1.
제목:불안(Status Anxiety)
저자:알랭 드 보통
출판사:이레
독서일: 2021.04.30. ~ 05.08.
전에 읽은 지 10여 년이 지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고, 지적 재발견을 한 기분이 들었다.
삼십 초반에 읽었던 책 내용이 특별한 임팩트가 없다면, 사십 대에는 기억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도 모른다.
그때는 알랭 드 보통의 책 내용은 왠지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지적 사유에 대해서 적당히 잘 알지 못하는 유럽 예술가와 예술 작품을 연결하여 이런 거 생각해 봤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에게는 별로 였다.
《불안》의 원제는 《Status Anxiety》이다. ‘지위에 대한 불안’으로 책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십 대도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 지위에 대한 불안은 민감하고 현재를 관통하고 있는 심리상태이기도 하다.
삼십 대 초반은 직장 등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신입에서 3~5년 정도 지나 회사 등에서 실무자로 한창 일하는 시기이다.
학생의 지위를 벗어나서 경제인으로서 몇 년간 열심히 일한 덕분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경제적 여유와
좋은 조건으로 이직도 가능하며, 젊음과 실력을 인정 받는, 사회적 자신감이 충만하는 시기이다.
또한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연애를 시작하거나 결혼을 준비하며 (사회적)지위를 한창 올리는 시기이다.
사십 대 중반은 삼십 대 초반과는 다르다.
직장 등 사회 활동에서는 차장·부장 등으로서 실무자와 업무를 관리하는 위치가 되는 편이다.
권한과 책임도 늘고 수입도 상승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지위 상승의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지위 상승 포물선의 하강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소수의 인원은 좀 더 올라갈 실력·위치·운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쉽지 않다.
또한 가정에서도 쉬운 시기는 아니다.
삼십 대 초반에 가정을 이루었다면 가장이 되고 피부양인도 생겼다.
자녀가 있다면 사교육 등에 지출도 커진다.
인생 프로젝트인 내 집 마련(또는 더 좋은 집 마련)을 완성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도 가중된다.
이제까지 큰 후원자였던 부모님께서도 은퇴하신지 좀 되고, 연로하여 큰 병·잔병치레도 많아지신다.
가정 삼대(양가 부모,본인·배우자,자녀)가 본인 어깨 위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사십 대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활동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또는 모든 사회)에서 경제활동은 생존과 연관되는 문제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활동은 사회적 지위에 따라서 수입도 비례하고, 사회적 시선 또는 사회적 존경도 비례한다.
《불안》의 책 초반에 ‘지위로 인한 불안’에 대해서 이런 불안한 심리의 원인을 잘 표현하였다.
“우리가 사다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우리의 자아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자신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면 스스로도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높은 지위를 얻기가 어려우며, 그것을 평생에 걸쳐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P.9)
라는 문장처럼 개인이 느끼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감을 잘 포착하였다.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 실질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P.56)
작가는 이를 “속물근성”이라 하였다.
학교에서 늘 교육 받았던 이념 중 하나는 평등이었다.
사회적으로 이미 불평등해 보이는 어린 나에게 선생님은 평등은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이라고 하였다.
법적인 기회의 평등은 맞는 지 모르지만, 법이 통제하지 못하는 다수의 내부 인식을 속물근성이라 잘 끄집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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