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알랭 드 보통) Part 2.
제목:불안(Status Anxiety)
저자:알랭 드 보통
출판사:이레
독서일: 2021.04.30. ~ 05.08.
《불안》을 읽었던 십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질투와 비교 부분이었다.
“쾌적한 집에 살며 편안한 일자리로 출퇴근한다 해도 경솔하게 동창회에 나갔다가 옛 친구 몇 명이 아주 매력적인 일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우리 집보다 더 큰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왜 이리 불행하냐는 생각에 시달려 정신을 못 가누기 십상일 것이다.” (P.58)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P.59)
이 부분에서 한국인이든 유럽인이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게 아니다.
본인이 적당히 괜찮은 직장, 안정된 지위(공무원?), 32평 자가 아파트,
국산 중형자동차를 타고 또래 나이에서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동창 중 한 명은 시내 괜찮은 자리에 근사한 카페의 사장님이고,
여유롭게 이십대 초반 아르바이트들과 하하 호호하며 대접받고 있다면 부러울 수 있다.
다른 대학 동기는 취업에서 크게 두각은 없었는데,
최근 코인 열풍에서 평생 일 안해도 될 이익을 얻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부러움을 넘어 불안해지려고 한다.
나도 코인판에 뛰어들어야 하나란 생각도 한다.
아랫동네 동년배 지인은 부모 건물을 물려받아서 세를 받고 관리하면서, 외제차 타고 다닌다고 하면,
불공평하다는 마음에 기분이 안 좋아질지도 모른다.
가깝고 과거를 알고 함께 같은 공간, 환경에 있었던 사람들의 외적 성공을 자신과 비교하면서 불안을 느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재벌 누구의 재산이 몇 조를 넘고, 연예인 누구가 강남에 몇 백억 빌딩을 샀다는
뉴스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
가까운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상대적인 본인의 지위에 대해서 불안을 느낀다는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불안의 원인뿐만 아니라 치유방법도 몇 가지 적어 놓았다.
사실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은 자본주의·능력주의 시대에서 개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치유하는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몇가지 완화책을 제시하고 있다.
“광대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모면, 사회적 위계 내에서 우리가 하찮다 느낌은 모든 인간이 우주 안에서 하찮다는 느낌 안에 포섭되면서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된다. 우리 자신이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은 우리 자신을 더 중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P.321)
간접경험으로 영화 《프로메테우스》(2012)에서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은 웨이랜드社 회장 및 회장의 딸도 우주의 먼 행성에서 나약한 인간이자
똑같이 죽음을 맞는 존재였다.
황량한 행성과 인간적 감정·존중이 없는 외계인 엔지니어와 생물병기 앞에서는
모두가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개인의 불행이 집단의 불행으로 커지면, 거기에 속하지 않은 본인이 덜 불행해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 외 치유방법으로 철학·예술·종교·보헤미안으로 완화 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열성적인 종교활동이나 종교인으로 귀의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의 성공만큼이나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또 포기할 부분도 많아지는 치유방법이다.
보헤미안도 남의 의식에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성공한 전문가·예술인·자산가 등일 경우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경우는 다른 목적으로 목표에 도달하였지만, 목표 위치에서는 원래 목적도 다 이룰 수 있는 경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한 괴짜가 될 수 있다.
분명 내적인 자존감과 외적인 실력이 겸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철학과 예술은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서 본인의 불안을 해소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평이라기 보다는 책과 나의 심리적 상황에 대한 공감과 견해를 적은 글이 되었다.
객관적(정말 객관적인 서평이 존재하나?)이고 군더더기 없는 서평은 아니다.
다만 나의 현재 사회적 불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되었다.
책의 80%정도는 정말 공감이 되어서 주말 오후 시간에 한 번에 읽었다.
나머지 치유방법 부분은 한국보다 사회적 눈치를 덜 보는 개인주의 기반의 서구사회 기준에서는 약간의 효용이 될 거란 생각 들지만,
디테일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정도로 읽혀서, 며칠에 걸려서 2~3장씩 읽혔다.
마지막으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대학생인 이십 대 초반,
사회생활 초년기인 이십대 후반·삼십 대 초반,
사회생활 성숙기인 사십대 초반에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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