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the road rise up to meet you,

And may the wind be always at your back.

0500_독서

소로와 함께한 산책(벤 세턱)

겨울밤 2025. 2. 15. 16:58

소로와 함께한 산책(Six Walks)

돌아갈 곳이 있는 자연인인가요?

《소로와 함께한 산책》(종이책) 표지
《소로와 함께한 산책》(종이책) 표지

제목:소로와 함께한 산책

지은이:벤 새턱

옮긴이:임현경

출판사:RH KOREA

 

독서일:2025.2.2.~2025.2.15.

페이지:303

ISBN13:978892557629

소장여부:대출(종이책)

20252번째 독서


독서배경

20251월도 어느샌가 지나가 버렸다. 이제 거창한 새해 다짐 같은 건 하지 않는 나이지만, 그래도 쉽게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였다.

 

뭐라고 할까, 늘 그날이 그날 같다고 할까, 예전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에서 말한 생은 판에 박힌 되풀이와 놀라움이라는 이중 구조를 취한다문장에서, 앞 구절 생은 판에 박힌 되풀이라는 부분에 강하게 동감이 느껴졌다.

2024.01.30 - [0500_독서] -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파스칼 브뤼크네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파스칼 브뤼크네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제목: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원제:UNE BREVE ETERNITE:Philosophie de la longevite 저자:파스칼 브뤼크네르Pascal Bruckner 역자:이세진 출판사:인플루엔셜 독서일:2024.1.27.~2

winternight.tistory.com

 

뭐 대단할 것도 없고, 대단하지 않을 것도 없고, 그놈이 그놈이고 한 번 차갑게 식은 마음은 좀처럼 놀라움이라는 불이 붙지 않는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니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좀 생각났다.. 뭐 인생이 덧없으니 그냥 자연과 함께 적당히 만족하고 살자 정도의 기분이라고 할까 그랬다.

 

《소로와 함께한산책》 원제 및 copyright 페이지
《소로와 함께한산책》 원제 및 copyright 페이지

표지

표지는 가본 적은 없지만 북미 지역이 연상되는 눈이 남아 있는 높은 산기슭과 빽빽한 침엽수 숲, 그 아래를 흐르는 큰 물이 있는 풍경이다.

 

그런 곳에 캠핑을 가려면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왠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맹수 곰도 있을 것 같고, 기지국도 멀어서 휴대폰이 안 터지는 곳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과 같은 시기라면 밤에는 버티기 힘들 혹독한 추위도 있을 것 같았다.

제목은 소로와 함께한 산책이고 그 아래 원제인 ‘Six Walks’가 쓰여있다.

‘Six Walks’소로와 함께한 산책의 한국어판 제목과 무슨 연관이 있지라는 의문이 지나갔다. 대출 도서관의 분류 태그 스티커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도서관 스티커가 없는 《소로와 함께한산책》 표지
도서관 스티커가 없는 《소로와 함께한산책》 표지

인터넷에 온전한 책 표지를 찾아보니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간 여섯 번의 여정이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 아래의 문장은 ‘”상실과 고통의 나날을 헤매다,, 빛 속으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동행“/ 소로가 걸어간 길 끝에서 발견한 대자연의 위로와 사계절의 헌사이다.

 

이것만 가지고는 책의 내용은 저자가 힘든 시기에 소로처럼 산책과 자연에 머물다가 위로와 치유를 받았다 정도로 추측할 수 있었다.

 

최종 감상

확실히 저자는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묘사와 본인의 고통스러운 내면에 대한 표현을 글로 잘 나타내고 있었다. (책 속의 삽화도 목탄으로 저자가 직접 그린 걸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저자 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계속 따라가며 이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소로와 함께한 산책 》 중'노르웨이의 양 세마리' 삽화
《소로와 함께한 산책 》 중'노르웨이의 양 세마리' 삽화

대충 저자가 일상에서 솟구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즉흥적이고 가볍게 길을 떠난다.

외국이나 장기간의 방황이 아닌 차로 1~2시간 정도의 미국 동부 쪽 소로가 살았던 지역 근처로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을 거닐다가 현지 마을 사람들에게 호의를 받거나, 자연 속에서 마음의 연상 작용으로 평안을 얻는다는 내용이 주로 느껴졌다.

 

그런데, 저자는 왜 그렇게 일상이 괴로운지는 잘 모르겠다. 책 시작의 저자가 꾼 전여자친구가 아기를 출산하는 꿈과 연결로 의심과 두려움, 수치심, 슬픔 부분이 저자의 개인적인 상실과 고통과 관련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읽고 이해한 것이 맞다면) 마지막 장에서 전여자친구는 현재 처가 된 것일 거고, 꿈속의 아기는 그의 자식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소로와 함께한 산책》 저자 소개 페이지
《소로와 함께한 산책》 저자 소개 페이지

저자 소개에서 현재 아내와 딸과 함께 매사추세츠 해안에 살며,’ 부분을 참조하면 지금도 가족과 잘 사는 것 같다. 그럼 왜 책 첫머리의 시절에는 그렇게 상실과 고통의 나날이었는지 궁금해진다.

 

책 속에서 찾지 못했지만 저자의 삶 속에서(사회적 또는 일상에서의) 경쟁과 (결혼에 의해) 가장이 된다는 것에서 오는 괴로움 때문에 상실과 고통이 커진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책에는 (사회적인) 상실과 고통으로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저자가 여섯 번의 (산책이라기 보다는) 여정을 통해서 다시 현실 속의 전여자친구(책 속 마지막 장에서는 약혹자)에게 돌아가는 과정을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살았던 지역과 연관시켜가며 말하고 있다.

 

사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없어도 저자는 그 지역의 자연과 그곳에서의 사람, 일상 그리고 저자 내면의 고통과 치유를 담담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여섯 번이나 써나간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지극히 저자의 개인적이라는 영역을 엿보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동네 이발소의 아버지 또래 이발사 사장님과 거기에 오는 60~70대 어르신들이 그렇게 즐겨보는 나는 자연인이다TV프로그램이 묘하게 생각이 났다.

 

기억에 남는 문장

(P.108) 와추셋산에서 잠들기 전, 헨리 또한 고개를 들어 별을 보며 위안을 구했다. 우리의 운명만큼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의 별들이 여전히 우리와 동행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흡족했다. 별들은 분명 인간에게 위안이 되기 위해 주어졌다. 우리 삶이 언제나 바짝 엎드려야 할, 운명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별들을 바라보는 것은 허락되며, 마땅히 공정한 운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P.113)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와추셋 에세이의 결론에서 걷기에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아무리 지친 여행자에게도 주어진 위안이 있으니, 그의 발이 딛는 그 먼지투성이 길이 인간의 삶에 대해 완벽한 상징이라는 것이다. 언덕을 오르고 계곡으로 내려온다. 정상에서 하는과 수평선을 눈에 담고 계곡으로 다시 높은 곳을 올려다 본다. 그는 오래된 교훈을 딛고 가만히 서 있으며, 아무리 지치고 힘든 여행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진실한 경험일 것이다.

 

(P.154) 상어의 눈은 유리 같은 청록색이었다. 개중에는 내 아버지처럼 푸른 눈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러리 색깔이었다. 퇴폐적으로 아름답고 경박한 두 눈 속 석탄처럼 새까만 눈동자 때문에 주변 홍채가 희미하게 빛나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맨 위에 쌓여 있는 상어를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시커먼 운모 부스러기로 썰어놓은 듯한 눈 안에 금색 혹은 은색의 점들이 있었다.

(중략)

그 돔발상어의 눈은 지금껏 내가 본 눈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사람들의 눈은 보통 빛도 없는 해저에서 사냥하는 이 작은 상어의 눈보다 흐리멍텅하다.

 

(P.183) 그동안 그 책은 읽고 싶지 않았는데, 내 기억 속 소로가 (고등학생 때 그에 대해 읽은 바에 따르면) 엄마 옆에 살면서 마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콩을 기르던 지루하고 염색적인 작가였기 때문이다.

 

(P.279) 바로 그때 그 어떤 풍경도, 물개도, 바람에 날리는 모래언덕의 풀들도, 파도의 포말도, 마그마처럼 붉은 노을도 내 약혼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더 흥미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 보다 더 중요했고 빛을 내는 나무보다 더 신비로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바로 그 이야기가 그러니까 내 머릿속의 전류를 입술과 혀와 목구멍을 통해 전달하고 그녀가 동일하게 전달하는 것을 듣는 것, 이를 통해 빛도 내지 못하는 우리의 몸이라는 두 개의 닫힌 공간이 서로 맞물린다.

나는 제니가 이미 차려 놓은 식탁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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