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제목:아름다운 마무리
지은이:법정
출판사:문학의 숲
독서일:2024.11.16.~2024.11.16.
페이지:244
ISBN13:9788995904961
소장여부:소장
※2024년 37번째 독서
독서배경
11월에 들어 업무적으로 바빠지면서 마음에 여유가 많이 사라졌다. 주말에 집에서 쉬게 되어도 그냥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봄부터 집 안 정리를 하자고 노래를 불렀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고 있었다. 조금 핀트는 다른지만 학생 때 시험 치기 전에 방안 청소나 책상 정리에 꽂히는 것처럼, 일에 지쳐 피곤한 주말이었지만 갑자기 책장과 수납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 중 이사 이후 몇 년 동안 큰 관심이 없던 책장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발견하였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은 이제는 읽지 않는 책 위주라서 거의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던 추억에 대한 발견처럼 느껴졌다. 책은 일본에서 귀국한 시점에 평소 좋아하던 법정 스님의 새 수필집이라서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이 났다.
내가 좋아했던 책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2021.12.01 - [0500_독서] - 스스로 행복하라(법정)
2021.11.02 - [0500_독서] - 오두막 편지(법정)
다시 돌아온 토요일에 집에서 스마트 폰 대신 다시 읽기 시작해서 한번에 다 읽었다.
책을 펼치니, 2008년 11월에 법정 스님이 적은 서문이 바로 펼쳐졌다.
지금이 2024년 11월이니, 딱 16년 전 11월달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 받는 느낌이 들었다.
11월은 한 해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이란 생각도 문득 들었다.
최종 감상
확실히 법정 스님의 수필집은 나와 잘 맞는 것 같았다.
읽기 지루하거나 다른 곳으로 정신이 팔리지 않고, 스님이 이야기하는 내용에 공감하고, 묘사하는 각종 자연 풍경을 머릿속에서 오롯이 그려내며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읽은 법정 스님의 책은 마음에 많은 울림을 주었다. 이 마음의 떨림이 얼마나 가지고 갈 지는 모르게지만, 마음이 옅어질 때 다시 챙겨 읽으면 될 것 같다.
이전의 블로그 서평 형식으로 ‘표지’, ‘지은이’, ‘목차’ 등의 전형적인 구성은 멀리 두고, 지금 마음의 감상만 남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일본에서 취업후 귀국해서 업무 분야의 경력과 30대 초반의 젊음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조금은 피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스님의 좋은 말은 가슴 속에 담아 두지만, 지금은 저의 미래(경제적 안정)를 위해 제 방식대로 용맹정진 하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당시에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로부터 야 15년이 지난 지금은 ‘아름다움’, ‘마무리’라는 주제어가 구체적으로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살아보니 욕심은 끝이 없고 삶은 걱정 투성이 입니다. 스님 말씀대로 스스로 내려놓아야 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공감이 이번 독서에서 많이 들었다.
그간 읽었던 여러 가지 책들의 주제도 법정 스님이 말하는 내용과 연결되는 것 같아 새로운 발견으로 느껴졌다.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관련 수필도 2개가 있어 좀 더 친근감이 들었다.)
2023.10.12 - [0500_독서] - 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
단지, 그 동안 업무가 조금 많아 졌을 분인데, 마치 삶의 일상이 바뀐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책을 통해서, 현재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스스로 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던 시간과 초심初心 다시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마무리
(중략)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중략)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그 물음은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이다.
(중략)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안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 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
또한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일깨운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과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 삶의 예속물이 아니라 살므이 주체로서 거듭난다. 진정한 자유인에 이르는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마무리다.
(중략)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P.24)
우물쭈물하다가는
(중략)
성 베네딕도는 뒷날 몬떼 까시노에 수도원을 세워 보다 나은 공동생활을 위한 규칙을 만들었다. 그중에 몇 가지를 추려 생활의 지침으로 삼았으면 한다.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지 말라.
자신의 행동을 항상 살피라.
하느님이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확실히 믿어라.
말을 많이 하지 말라.
공허한 말, 남을 웃기려는 말을 하지 말라.
다툼이 있었으면 해가 지기 전에 바로 화해하라. (P.77)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새해 달력을 보니 지나온 한 해가 묵은 세월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면서 또 한 해를 소모해 버렸는지 새삼스레 묻는다. 그러다가 문득 내 남은 세월의 잔고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가령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 저녁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줄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일상 등, 이런 현상이 곧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섬이다.
(중략)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 젊은 시절이나 다름없이 생활의 도구인 물건에 얽매이거나 욕심을 부린다면 그의 인생은 추하다. 어떤 물질이나 관계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을 삶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두면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도 크게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P.88)
좋은 말씀을 찾아
(중략)
말씀(가르침)이란 그렇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의 삶에 이어지지 않면 말이란 공허하다. 자기 체험이 없는 말에 메아리가 없듯이 그 어떤 가르침도 일상적으로 생활화되지 않는다면 무익하다.
새 말씀을 들으려면 지금까지 얻어들어 온 말씀들로부터 풀려나야 한다. 거기에 갇혀 있거나 걸려 있으면 새로운 가르침이 들어설 수 없다. 예술의 용어를 빌리자면 ‘창조적인 망각’이라고 한다. 텅텅 비워야 비로소 메아리가 울린다는 소식이다.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그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좋은 친구란 주고받는 말이 없어도 마음이 편하고 투명하고 느긋하고 향기로운 사이다. 그 밖에 또 무엇을 찾는다면 그것은 헛된 욕심이고 부질없는 탐욕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말씀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가 서 있는 바로 지금 그곳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고 있다면, 그 자리에 좋은 말씀이 살아 숨쉰다. 명심하라.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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