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제목:여행의 이유
지은이:김영하
출판사:문학동네
독서일:2024.11.21.~2024.11.21.
페이지:
ISBN13:
소장여부:대출(전자책)
※2024년 38번째 독서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아요. 외국이라고 다를까요?
그곳에서 여행 말고 생활을 해보세요. 그럼 아실 거예요.
독서배경
최근에는 여유롭게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시간적 여유는 없지 않다. 자투리 시간은 늘 휴대폰을 보고, 아침에는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도 하고, 밥도 잘 먹고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산다.
다만, 차분히 앉아 책을 읽을 정신적인 체력이 없는 것 같다. 책을 보면 최대한 한 번에 완독 하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책을 드는 행위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책 저책 들었다 10~30분 정도 앞부분만 보고 내려놓는 경우도 많다.
1박 2일로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저녁에 호텔방에서 멍하니 휴대폰만 보고 있는 게 싫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를 챙겼다. 종이책에 비해서 콘텐츠가 적은 전자책 도서관에서 괜찮을 만한 책을 찾는 일도 쉽지는 않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작가는 전자책 도서관의 웹페이지에서 자주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유명한 책이니 잘 읽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에 선택했다.
표지
표지는 베이지색 배경색에 윗단에는 파란색 선으로 연결된 비행기와 구름 모양의 픽토그램이, 중앙에는 주황색 선으로 연결된 (아마도) 브라질 예수상과 에펠탑 픽토그램이, 하단에는 초록색 선으로 연결된 소나무와 기차의 픽토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 계통 업무를 하는 나에게는 이런 픽토그램이 재치 있고 친근하게 느껴져서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비행기와 기차는 여행의 이동 수단이고 브라질 예수상과 에펠탑은 여행지라는 의미이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
김영하 작가는 제법 유명한 걸로 알고 있다. 몇 년 전 TV시사예능이었던 ‘알뜰신잡’에 출연한 걸로 알고 있다. 그때 얼핏 봤던 첫인상은 큰 키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지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의 남자였다.
그거 말고는 잘 모른다. 김영하 작가의 작품은 하나도 읽어본 것이 없다. 책에 소개된 작품을 봐도 10개가 넘는데 나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 같다.
2024.04.08 - [0500_독서] - 어느 작가의 오후(F.스콧 피츠제럴드×무라카미 하루키)
책 속 저자 소개를 보니,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났다. 본업인 소설 작가도 있지만, 번역가로 유명 작품을 번역했다는 점이 왠지 비슷하게 느껴졌다.
차례
- 추방과 멀미
-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 오직 현재
-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 노바디의 여행
- 여행으로 돌아가다
- 작가의 말
최종 감상
책은 읽기 쉽고, 짧은 편이라서 앉은 자리에서 약2시간 만에 완독 하였다..
첫 번째 산문인 ‘추방과 멀미’에서 2005년 12월 중국 공항에서 추방되는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부터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각 산문은 저자의 여행 경험과 여행 중 에피소드에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합쳐서 산문의 제목과 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여행을 좋아한다.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편안하지만 의무가 가득한 집과 일상이 주는 압박에서의 탈출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상당한 집돌이이다. 책을 읽고 있는 호텔방도 낯설고 불편하다. 저자는 호텔방을 좋아한다. 여행 첫날 장거리를 이동하여, 낯선 이국의 입국 심사와 긴장과 걱정이 가득한 외국땅을 밟은 후 호텔에 체크인해서 키를 받아 객실에 들어왔을 때 안도하고 행복해한다..
그 기분은 나도 동감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걱정과 긴장이 많은 여행을 가지 않으면 안 되나 생각이 먼저 든다.
저자는 제법 여행을 많이 다녔다. 중국과 정식 수교하기 전 ‘중공’이라 불리던 시절의 중국부터 반군들이 날 뛰던 1990년대에 ‘캄보디아’, 작가로서 출판 기념회 등으로 ‘유럽’과 ‘미국’은 무수히 간 것 같다.
미국에서는 2년 넘게 살았다고도 한다. 이 부분은 ‘무라카미 하루키’와도 닮은 것 같다.
당장 직장에서 밥벌이를 하지 않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인지, 저자의 창작의 노력과 고뇌를 모르고 하는 말이지만, 어딘가 여행을 다니며, 외국에서 몇 년을 또 다른 어디에서 몇 개월을 살 수 있는 모습이 부럽기는 하다.
역시 몸으로 일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적 자산(저작권, 콘텐츠 수입 등)이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책을 보며 하였다.
예전 사회 초년생 시절 일본에서 직장 생활할 때가 생각났다. 여행으로써 일본과 일상으로써의 일본의 차이라고 할까 외국이 생존의 공간이 되자 그렇게 흥미진진하고 즐겁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안정되고 좁은 범위의 생활을 해나갈 뿐이었다.
이쪽은 잘해야 휴가 끌어모으고 여행을 위해 여윳돈 모아서 큰맘 먹고 몇 년에 한 번 2주 정도 여행을 가는 데, 이것도 우리 형편에는 사치지만 그래도 대체할 수 없는 정신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일상을 다 버리고 외국으로 또 다른 어느 곳으로 몇년 씩 옮겨다니는 유목민nomad으로 변신하기에는 많은 제약사항과 고민을 갖고 있다.
미래 시점에 후회하지 않을 현재의 내 모습을 만들어 간다고 할 때, 여행이 아닌 이주는 큰 도박일 것 같다.
2024.04.03 - [0500_독서] - 나라는 착각(그레고리 번스)
물론 책속 어디에도 지금의 울타리를 버리고 떠나라는 말은 없다. 그냥 집돌이로서 작가의 많은 여행 경험이 부럽다는 것이다.
책은 코로나 이후 비교적 여행을 자주 다니는 입장에서 '여행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어서 좋았다.
책 속의 발췌
여행이 길어지면 생활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충분한 안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생활도 유랑처럼 느껴진다.(89%)
이주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정제된 환상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주와 여행의 관계는 마치 현실과 소설의 관계와 같다. 현실은 어지럽고 복잡하고 무질서하다. 자잘한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고, 그중 어떤 것은 우리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개개의 사건들에 일일이 주의를 기울일 수는 없다. 현실은 줄거리가 없다. 어떤 일들이 불쑥불쑥 일어난다.(91%)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도 소설과 닮았다.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중략)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 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침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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