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 인가
제목:어디서 살 것 인가
저자:유현준
출판사:을유문화사
독서일:2023.1.7.~2024.1.13.
페이지:343(전자책 기준)
ISBN13:978893247380203540
소장여부:구독(밀리의 서재)
※ 2024년 3번째 독서
● 독서배경
‘밀리의 서재’ 앱을 이용하게 되니, 확실히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접근할 수 있어 편한 점이 있다.
구독이라고 할까 대여라고 할까 아무튼 보고 싶은 책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편했다.
물론 없는 책도 제법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최신 출판작은 대부분은 없었다.
반면, 히가시 게이고의 소설은 거의 다있는 것 같다.
리차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는 있었지만,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또 없었다.
각설하고 《어디서 살 것인가》는 내 블로그에 방문했던 고마운 어느 블로거 분의 글에서 알게 되었다.
친목이나 티카타카가 약한 부끄럼쟁이다 보니,
보통 댓글 달아주신 블로거 분의 사이트에 답방 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왠지 관심을 주시는 분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서,
그 분 블로그에 가 보았다.
좀 부끄러웠다.
내가 쓰는 (독후감에 가까운) 서평은 본질은 왠지 빈약하고 내러티브만 많은 느낌인데,
그 분의 독서 감상은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글이었다.
확실히 체계적이고 핵심을 잡아 객관적으로 쓰고 잘 썼다.
(왠지, 글쓰기와 관련 있는 전공이나 일을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독서 감상 중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가 괜찮다는 글을 보아서 읽게 되었다.
● 표지
제목 밑의 부제라 할 수 있는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이다.
일단은 큰 생각이 안 든다..
표지는 20세기 초반의 뉴욕의 고층 건물을 스케치한 그림이다.
그때가 아마 현대적 건축의 시작으로 의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띄지처럼 표시된 하단에는 ‘우리가 사는 도시,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이다.
위 쪽의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보다는 좀 더 와닿는다.
● 저자
전자책에는 저자에 대한 소개가 없었다. 그냥 넘어간다.
(전자책은 종이책의 표지 안쪽 접힌 날개 부분이 없으니,
보통 그 부분에 있을 저자 소개가 없다.)
● 차례
이 책의 차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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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
- 2장 밥상머리 사옥과 라디오 스타
- 3장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
- 4장 쇼핑몰에는 왜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가
- 5장 더하기와 빼기, 건축의 오묘한 방정식
- 6장 파라오와 진시황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7장 현대인이 SNS를 많이 하는 이유
- 8장 위기와 발명이 만든 도시
- 9장 서울의 얼굴
- 10장 우리 도시가 더 좋아지려면
- 11장 포켓몬고와 도시의 미래
- 12장 공간의 발견
이고, 각 장 속의 하나의 토픽은 5~7페이지 정도로 공간과 건축을
바탕으로 역사, 사회현상, IT기술 등 다양한 관련 분야와 연관시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서평
마치 말 좋아하는 대학 교수님이 학부 신입생을 대상으로,
전공과 관련된 잡학, 실생활 연계 정보를
배우는 교양선택 수업같다.
나도 이런 잡학 정보를 좋아한다.
듣기 쉽고 납득하기 쉬운 사례를 연결시켜 이야기해 주면,,
지식이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저자가 쓴 글은 쉽게 읽어지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공간과 건축을 IT기술과 현재 젊은이들의 사회현상과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강사의 TV속 지식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 공감 1
1장에서 획일적인 학교 건물을 다양한 개성을 살려 짓자는 글이 재밌었다.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P.47)
그 의견에 공감이 갔다.
실제로 1998년 군대를 가서 자대 배치받기 위해 사단에서 연대로 내려왔을 때,
소속 부대의 연대 본부 건물과 연병장이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건물과 운동장과 똑같아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4층 짜리 본부 건물과 건물 뒤편으로 단층으로 구성된 부속 시설들,
1층은 각종 행정부처, 2층의 연대장 집무실과 회의실, 작전상황실, 3층 위로는 본부 중대 생활관으로,
고등학교의 건물에 1층은 행정실, 2층 교무실과 교장실, 3층 이상은 교실로 이루어진 구조와 같았다.
한국에서 공립 초중고 학교 시설은 아마 전시 징발 시설일 것이다.
전시에 학생 대신, 군인이 주둔하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활용하기 위해, 한국의 공립학교는 똑같은 구조에 똑같은 느낌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지금은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2000년 초중반까지 신도시 지구에 몇 천 세대 아파트 단지를 지으면,
일부 택지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로 아파트 건설사에서 지어서
교육청으로 세금 대신 현물 납부했던 것 같다.
이런 학교들 은 대부분 최소의 기능을 갖는 운동장과 획일적인 3~5층짜리 긴 학교 건물로 구성되었다.
그 뒤, 2000년 후반에서 2010년 초반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나서는
좀 더 학교 건물과 운동장에 조금의 개성을 더해서 짓었던 것 같다.
저자가 책 속에서 주장하는 큰 틀의 개방적, 자율적(?) 학교 구조로는 바뀌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 건물도 이제는 학령인구가 줄어서 잘 짓지 않는 것 같다.
도시 내에 있는 학교도 인구가 주는 곳에는 폐교하고 방치되고 있다.
● 공감 2
사용하는 공간보다 더 작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살게 된 것이다.
부모와 살면 친구를 집에 초대할 수 없고, 원룸에 살면 공간이 작아 초대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디 편하게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한 끼 식사비 정도로
비싼 커피 값을 지불하고 카페에 앉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P.80)
예전에 2010년쯤 서울 출장이 있어,
막 서울로 이직해서 자리를 잡은 전 직장 후임을 만나 술 한잔 했을 때 들은 말이다.
"서울은 우리 지역에 비해서 지하철 역 앞이 커피 전문점이 크게 발달했어요."
(당연한 거 아닌가... 서울이니까... 뭐든 지방보다 발달했겠지...),
"그런데, 그게 다들 갈 곳이 없고, 자기 집(원룸)에는 사람 불러 이야기할 수 없으니,
밖의 커피 전문점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발달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라고 말을 했다.
그때는 서울이라면 그렇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지방도 그런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는 번화가 근처는 대부분 원룸, 투룸의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 위주이다.
찐친, 신혼부부가 아닌 이상 그냥 친구, 지인을 데려오기에는 애매할 수 있는 장소로는 좁다.
결국 만나는 곳은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 커피전문점이 되는 것 같다.
● 공감 3
미국의 초고층 건물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시작하는데,
그 시기는 미국이 유럽에 열등감이 있을 때였다.
이후 소련과의 냉전 때는 뉴욕의 쌍둥이 빌딩과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
같은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을 지었다.
하지만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은 자국 내에 초고층 건물을 짓지 않는다.
과시하는 건축물은 주변에 경쟁자가 있는 자들이 짓는 것이다.(P.160)
아, 이래서 요즘은 미국은 초고층 빌딩을 안 짓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고층 빌딩은 최고라는 상징적 의미 말고 건축비나 관리비를 생각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일 거란 생각도 든다.
또, 진짜 실력보다는 허세로 명품이나 SNS에서 과시하는 사람들과
초고층건물도 통하는 면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공감 4
지금은 75억 인구가 비좁은 공간에 살아야 한다.
지나친 공간 소유는 갈등이고 공멸이다.
미디어 속의 공간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P.280)
과거나 현재나 공간과 건축(합쳐서 부동산)은 권력자이나 재력이 있는 사람의 차지였다.
고대부터 근세까지 소수의 최상위 권력자(왕과 귀족)가 국가 대부분의 땅을 독점하였다.
서민은 평생 자기 땅을 갖기 어려웠다.
신분이 평등해졌고, 사회가 고도로 발달한
지금도 자신을 위한 부동산을 갖기는 여전히 어렵다.
한정된 부동산이란 자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는 (가치가 하락하는) 자본에 비해서,
높은 가치와 희소성을 가진다.
재난과 전쟁, 국가부도 등으로 자본은 가치가 0이 될 수 있지만,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가치를 지킨다.
(신용이 사라진 자본은 그 가치를 인정해 줄(받아 줄) 사람이 없지만,
부동산은 실존하므로 그 위에 농사든 건축이든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채사장) (tistory.com)
결국,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은 유한한 존재인 부동산으로 몰린다.
그들과 싸움이 되지 않는 서민들에게 부동산은 높은 벽이다.
특히 사회 처음 진입하여 자본조차 형성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부동산은 뜬 구름처럼 높이 있을 것이다.
● 후기
책을 통해서 공간과 건축에 대해서 모르고 있던 부분을 알게 된 것 같다.
정확하게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 그렇게는 생각 못해봤는데... 새로운 걸 알게 되었네요.’ 이런 느낌이다.
또 언급하지만, 인터넷에서 본 글에서 다양한 지식은 삶의 해상도를 높여준다고 글에 딱 맞는 것 같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공간과 건축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건축이라 해봐야, 음 저기 새로 아파트 짓네, 몇 층이지, 저 앞에 (공사차량 때문에) 길 막히겠네 정도가 다였다.
이 책을 통해서 공간과 건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막연히 소박한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서 좀 부추김을 얻은 것 같기도 하다.
그전가지 공간과 건축은 돈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돈을 만들기 위해, 싫어도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책을 통해서 공간과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바뀌었다.
내가 필요한 공간과 건축, 나에게 맞는 공간과 건축은 중요하다. 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첫 표지의 부제였던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라는 글을 공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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