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the road rise up to meet you,

And may the wind be always at your back.

0500_독서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파스칼 브뤼크네르)

겨울밤 2024. 2. 11. 01:44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전자책) 표지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전자책) 표지

 

제목: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원제:LE SACRE DES PANTOUFLES

 

저자:파스칼 브뤼크네르Pascal Bruckner

역자:이세진

 

출판사:인플루엔셜

 

독서일:2024.2.9.~2024.2.10.

페이지:-

ISBN13:9791168341401

소장여부:대출(전자책)

※ 2024년 9번째 독서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파스칼 브뤼크네르) (tistory.com)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파스칼 브뤼크네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제목: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원제:UNE BREVE ETERNITE:Philosophie de la longevite 저자:파스칼 브뤼크네르Pascal Bruckner 역자:이세진 출판사:인플루엔셜 독서일:2024.1.27.~2

winternight.tistory.com

독서배경

얼마 전에 읽었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대한 중년의 고뇌를 잘 집어 주어 좀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저자의 다른 책도 흥미가 생겨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202310월에 출간된 비교적 최신작이었다 자주 가는 도서관에도 책이 들어 온 것 같은데, 신간 분류 중이라고 일주일이 넘도록 대출 가능이 뜨지 않아, 그냥 전자책으로 대출하였다.

 

종이책에 인쇄된 활자가 눈이 편안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전자책이 글꼴 크기나 줄간격 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으니, 내눈에 맞춤이 가능한 것 같아 좀 편하게 느껴졌다.(이게 노안의 전조일지도...)

 

표지

표지는 뭉게구름과 햇살이 있는 잔잔한 바다 위에 한 척의 돛단배가 그려진 담백한 느낌의 풍경화이다. 개인적으로 노인과 바다의 바다 풍경이 먼저 생각이 났다. 그 다음 책 제목과 같이 저 돛단배에는 바람이 초대하였을지 아닐지(바람에 움직이는지 멈췄는지)가 궁금해지는 그림이었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띄지 문구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띄지 문구

 

띄지의 당신의 삶은 더욱 경이로워야 합니다라는 문구는 왠지 (고급)자동차나 가전제품 광고 문구처럼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띄지의 프랑스 대문호가 이야기하는생의 감각을 일깨우는 법’” 부분은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지나며) 생의 감각을 일깨우는 법일 것 같은데, 한국어판 출판시기인 202310월은 팬데믹이 어느 정도 일단락 되어 시차가 발생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전자책) 원제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전자책) 원제
원제 'LE SACRE DES PANTOUFLES' 의 인터넷 번역

 

원제

책 속의 원제목을 보니 ‘LE SACRE DES PANTOUFLES이다. 당연히 프랑스어일거고, 인터넷 번역기를 돌려보니, ‘슬리퍼의 의식으로 나온다.

 

좀 어색한 느낌이 들어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보니, ‘SACRE:성스러움, 거룩함, 대관식(서품식, 축성식), 향연, 축전(제전)’, ‘PANTOUFLES:슬리퍼, 실내화로 나온다. ‘슬리퍼의 향연’, ‘슬리퍼의 거룩함정도의 뜻인가란 생각이 든다. 그냥 한국어판 제목인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이 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든다.

 

저자

저자는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자, 칼럼니스트이다도서관 대출한 책에서는 표지 띄지가 없어서 몰랐는데, 전자책의 표지 띄지에서는 저자는 르노드상·메디치상 수상에 빛나는 프랑스 대문호’ 이다.

 

차례

이 책의 차례는

  프롤로그

  • 1장 여전히 삶은 경이로운가
  •        빗장 | 간수는 우리 머릿속에 있다
  •        여행 | 자기 방을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들
  •        스마트폰 | 내게 멋진 일이 생기리라 말해다오
  •        일상|운명이 가장 낮은 길로 나아갈 때
  •        사생활|나는 내 것이 아니었다
  •        방|괄호가 쳐진 (세상)
  •        집|매여 사는 삶의 고통과 기쁨
  •        잠|침대 위에서 보내는 절반의 인생
  • 2장 당신의 세상은 문밖에 있습니다
  •        모험심|조이스틱을 잡고 드러누운 모험가들
  •        슬리퍼|리듬감 있게 걸어가는 삶이란
  •        일기예보|날씨와 마음의 상관관계
  •        에로스|관능이 몰락한 시대
  •        탈주|내 방을 여행하는 법
  •        실존|1년 365일, 365개의 운명들
  •        루틴|모래알 하나에도 화가 난다면
  • 에필로그

순이다. 1장에는 빗장, 여행, 스마트폰, 일상, 사생활, , , 8개 주제, 2장에는 모험심, 슬리퍼, 일기예보, 에로스, 탈주, 실존, 루틴7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감상

전체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대면활동이 줄고 비대면이 주가 된 삶에 대해서, 다시 대면 사회로 복귀하기 위한 용기를 북돋기 위해 쓴 글로 느껴진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과 게임, SNS, 동영상 콘텐츠의 범람으로 인해 점점 집과 방에서 나오지 않고, 타인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줄어드는 현재 세대에 대한 분석과 위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진성 집돌이인 나로서는 좀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삶이 열정적일 거고 사교적일 거며 관능적일 거라고 상상되는 프랑스인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쓴 글이라고 해도 한 90% 정도는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대부분이다. 프랑스인이든 한국인이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계로 글로벌 시대를 살며 비슷한 생활 패턴과 수준을 갖는 동질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 정도, 프랑스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책에서 말하는 집, , 침대 등의 단어조차도 생각할 틈 없이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분들(사회 복지와 최저임금으로 커버되지 않는 범위의 사람)이 많다. 이런 분들의 세상은 (생존을 위해) 이미 문밖에 강제로 존재한다. 이런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저자의 글에서 나오는 권태, 일상이라는 말은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요 라는 반발감이 생긴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아직 오지 않은 날을 위하여에 비해서 조금 공감이 덜 느껴졌다.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뉴노멀 사회로 연착륙하는 방법과 용기를 이야기하다 보니 좀 이야깃거리가 한정된 느낌이었다.

사실 내가 집돌이라서 그런지 ‘음,음... 나는 괜찮은데... , 굳이 수고스럽게 밖으로 나가서... 복잡하게 이야기하고...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중요하지만 생각만큼 중독은 아니라...  그냥 일상이 좋은데.... ’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 말 줄임표로 쓴 건,  대문호의 언변을 당해 낼 수 없을 거라, 미리 적당히 빼는 말임)

 

인상 깊었던 문구

인간은 빛과 탐색의 존재입니다. 우리는 마땅한 도전 과제를 마주하고 역경에 부딪혀야 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악몽은 스러지고 우리의 두려움이 실상은 망상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납니다.(5%)

역경에 부딪혔을 때, 오히려 두려움이 생각보다 과장되었고,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문화면에서나 여행면에서나 20세기는 개방의 시대였다. 이제 그 시대는 끝났다. 정신과 공간에 빗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억만장자들을 위한 우주여행이 가능해졌다지만 평범한 사람은 국경을 넘거나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이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수십 년 후 세상이 붕괴하리라 확신하는, 더는 미래를 믿지 않는 서구 사회에 때마침 추락한 운석과도 같았다.(12%)

2023년에 일본과 호주에 여행을 갔다 와서 그런지, 다시 개방의 시대라고 느꼈지만, 생각해 보니 방역패스니 하는 서류를 미리 인터넷으로 내었던 것 같다. 국가 간에 겨우 여행과 경제적 교류를 넓히고 있지만, 사실 자국 우선의 빗장을 이미 한번 봤기 때문에 언제든지 닫힌 시대로 가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진짜 활동다운 활동은 특권층의 호사가 되고, 무위도식은 가장 가난한 자들의 짐이 될 것이다. 노동에 들러붙은 오래된 저주는 역전된다. 부자들은 터무니없이 빡빡한 일과표를 따라 과로해야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실업자가 되어 정부 지원금이나 최저임금으로 연명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노동이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몫이 되고, 서민들은 여가를 즐기면 즐길수록 기분 전환에 목말라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19%)

노동하지 않고 기본 소득(지원금)이니 최저임금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까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하지만 노년에 연금이나 부동산으로 편하게 지내시는 분들도 어정쩡한 여가보다는 가벼운 노동이나 사회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하려는 것을 보면 저자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스마트폰은 집으로 세상을 가져다준다. 세상이 내게 오기 때문에 나는 세상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은 분주한 삶을 제공하면서도 그 삶을 실제로 경험할 필요는 제거한다.(22%)

스마트폰에 이런 놀라운 의미가 있었다니,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사과폰이 비싸고 아이코닉했구나. (뭐 나도 은하폰을 달고 사니 뭐 별로 할 말은 없지만...)  

그 사람이 왜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까?
당신은 배터리가 방전됐거나, 전화가 안 터지는 곳에 있거나,
스마트폰을 도난당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잔인하다.
그 사람은 그저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26%)

(팩트 폭격기인가?)  

우리가 달력과 월급에 볼모 잡힌 후로 삶은 그만그만해졌다. 우리의 실존은 매달의 월급명세서로 전락했다.
(중략)
진부한 삶은 우리를 지겹게 할 뿐 아니라 기력을 쏙 빼놓는다. 삶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한 없이 고단하다.
(중략)
장폴 샤르트르Jean-Paul Satre는 《구토 La Nausee》에서 이렇게 말한다. “살아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배경이 바꾸고 사람들이 등장했다가 퇴장하는 것이 전부다. 시작이란 없다. 운을 맞추는 것도 아니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나날들은 차곡차곡 쌓인다. 끝도 없이 단조롭게 덧붙여진다.”(29%)

"우리가 달력과 월급에 볼모 잡힌 후로 삶은 그만그만해졌다." (우리는 이걸 안정적인 삶이라고 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진부한 삶이 우리를 한 없이 고단하게 하다니, 그래서 요즘 내가 고단했나?)

우리는 드넓은 디지털 세계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쓸데없이 복잡한 이미지와 줄거리로 머리만 아프고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다.
(중략)
전통적으로 픽션은 시대에 대한 환멸의 도피처였다. 원래 픽션은 어떤 실망을 달래주면서도 현실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더욱 절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59%)

사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오래 하면 공허하다. 그래서 모바일 쇼핑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만질 수 없는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가 실제 세계로 집 안으로 로켓처럼 배송되어 오면 비로소 실존을 느낀다. 물론 나를 볼모로 잡아준 월급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만...    

이제 비밀은 없다고 염세주의자들은 말할 것이다. 모두가 아는 비밀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그러니까 진짜 비밀이 맞는지 비밀다운 독창성이 있기는 한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의 맹탕 같은 삶은 수도원 냄새가 진하게 풍기지만 그 수도원은 세상과 접속 중이다. 하루, 한주를 미주알고주알 보고하는 이 태도는 잘 살고 있다고 확인받고 싶고 안심하고 싶은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른다.(61%)

이건 블로그를 하는 이유를 잘 집어낸 것 같다.  

그렇지만 편안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하염없이 늘어지고 물렁하기만 해서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없다. 향후 몇 년 안에 느슨함에 대한 반동으로 형식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댄디즘이 폭발적으로 분출할지도 모른다. 전반적인 해이함을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옷에 힘을 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지 누가 알겠는가.(67%)

프랑스 대문호께서 몇 년안에 댄디즘(세련된 멋쟁이 패션, 정신적 귀족주의)이 올지 모른다고 하셔서 박제로 남겨놓음   

나는 1년 365일 동안 365개의 운명을 산다. 인간의 온전한 비극으로서 하루, 이것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 버지니아 울프, 아니 에르도,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nerite Duras까지 여러 걸출한 작가가 다루었던 현대 소설의 중요한 주제다.(83%)

"나는 1년 365일 동안 365개의 운명을 산다. 인간의 온전한 비극으로서 하루"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말이 맘에 든다.   

자신의 공허한 소우주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 사실을 안다. 심지어 그 작은 영토조차 나는 주권이 없고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삶을 제대로 살지 않는데도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84%)

누구나 자신 안의 공허함에 빠질 때가 있다. 그것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현인賢人, 철인哲人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전자책) 의 에필로그 중 격언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전자책) 의 에필로그 중 격언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외부 요인을 직접 제어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준비는 해두고 기다려야겠다. 

 

책 속에서 새롭게 알게 된 단어

  1.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 뭔가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2. 범속凡俗 : 평범하고 속됨
  3. 현현顯現 : 명백하게 나타냄, 뚜렷하게 나타냄
  4. 일엽편주 一葉片舟 : 한 척의 작은 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