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 전 시집
제목:윤동주★전 시집
저자:윤동주
출판사:스타북스
독서일:2021.11.7.~2021.12.7.
소장여부:소장
대학생 때는 김춘수 시인의 대표작〈꽃〉과 〈꽃을 위한 서시〉를 좋아했다.
두 시를 낭송할 만한 자리는 한 번도 없었지만, 낭송할 수 있을 만큼 외웠다.
J를 처음 사귈 때 낭송해줬는데 재밌어 했다.
감동받기를 원했는데, 신기했던 모양이다.
인생에서 꽃 대신 J를 찾았으니,
그 시의 의미를 잘 몰라줘도 이제 상관은 없다.
시時란 늘 어려웠다.
고등학교 국어, 문학시간에 배웠던 수 많은 명시들은
시적 화자의 의도나 주제 등을 공부하여 그런 뜻이거니 한다.
교과서에 실린 대부분의 시는 일제에 대한 저항
또는 갈등에 대한 초월 의식, 인간적인 순수한 마음,
안빈낙도 등을 주제를 노래한다.
당장 현실이 먹고살기 힘든데, 짜증, 분노, 우울이 넘치는 상황에서,
남(시인)의 고민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시란 배부른 시인의 혼잣말 아닌가 하고 무시했다.
어릴 때는 공감 능력이나 감정이 낮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시는 절제된 언어로 인간적 감정을 일으키는 작품으로 보게 되었다.
고뇌의 상황을 초월하여, 마음을 시란 함축된 언어로 정제한다는 건 쉽지 않다.
장황하고 불필요한 말이 많은 글보다는,
시인의 고뇌가 절제된 언어로 축약된 시가 더 맘에 들어온다.
좋은 시는 정말 이 시를 정제해 내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고쳐썼을까? 라고
시인의 입장과 당시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는 한다.
책을 장바구니에 담던 중에 때마침 시집을 한 권 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윤동주★전 시집》은 이름을 보고 샀다.
윤동주 시인은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투옥되어
1945년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의문의 옥사를 당하였다.
왠지 마음 속에 부채의식이 생겼다.
시인은 당시 엘리트인 일본 유학 대학생이자
20대의 나이에도 치열하게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였다.
한글 사용이 금지된 시기에도 한글로 시를 지으며 일제에 저항했고 목숨까지 바쳤다.
이런 독립운동가들 덕분에 내가 좋은 세상에서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시집은 윤동주 시집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윤동주★전 시집》의 띠지 뒷면에
하늘과 바람과 별 그리고 사랑, 이별, 그리움의 詩’의 눈에 먼저 들어온다.
목차 중, 1부는 1948년 출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 시집에 실린 시가 수록되어 있다.
2부는 1955년 출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1948년 초판본과 중복된 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가 실렸다.
3부는 1979년 출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1948년, 1955년 본에 수록된 시 이외의 시를 담고 있다.
4부는 나중에 발굴된 시를 추가로 담고 있다.
윤동주 시인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서시〉, 〈십자가〉, 〈참회록〉 등의 명시는 시집을 읽을 때마다 소리내어 읽어본다.
엄숙하고 경건한 시인데, 소리내어 읽는 내 목소리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 자꾸 다시 읽게 된다.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시는 〈쉽게 씌어진 시〉이다.
〈 쉽게 씌어진 詩 〉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6.3.) |
이 시를 읽으면 왠지 1942년 일본 하숙집 다다미방에 앉아
시를 적는 윤동주 시인이 생각난다.
고향에서 부쳐준 학비로 수업을 듣는 편한 대학생일 수도 있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전시에 억압된 일본 땅에서
더 핍박받고 있는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며 고뇌하는 시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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