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착각
제목:나라는 착각
지은이:그레고리 번스Gregory Berns
옮긴이:홍우진
출판사:흐름출판
독서일:2024.4.1.~2024.4.3.
페이지:
ISBN13:97889659654305470
소장여부:대출(전자책)
※2024년 22번째 독서
독서배경
2024년 4월 1일이다. 만우절이라는 약간의 의미도 이제는 별로 와닿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3월 마지막 날은 전형적인 봄날로 햇살 가득하며 따스했지만, 가까운 하늘까지 누런 황사가 가득했다. 그래도 거리의 벚꽃은 풍성하게 피었다. 봄날의 들뜸보다는 계속 나를 찾고 싶은 또는 존재의 이유를 알고 싶은 생각이 많아진다.(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지 철학, 심리학과 같은 나를 성찰(?)할 수 있는 책을 많이 찾게 되는 것 같다. 전자책 도서관에서 해당 분야의 책을 살펴 보는 중에 도발적인 책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나라는 착각》, 내 속의 내가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철학, 심리학, 뇌과학에서 말하는 나와 내가 느끼고 있는 내가 다르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표지
표지 그림은 좀 그로데스크 한 느낌이 든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다중적인 느낌을 주는 얼굴이 그려진 것 같다. 책 속에서 말하는 여러 개의 자아를 표시한 것처럼 여러 개의 얼굴이 겹쳐져 보인다. 하지만 추상화가 진행되어서 이게 얼굴인지, 단순이 얼굴처럼 보이는 선과 원들의 집합인지도 좀 애매하게 느껴진다.
원제는 'The Self Delusion'이다. delusion은 미혹, 기만, 망상 이란 뜻이다. '스스로 망상'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나라는 착각'이란 제목이 좀 부드럽게 타협한 것 같다.
표지의 핵심 문구는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이다. 왠지 철학이나 심리학 같은 인문적인 마인드가 아니라 과학, 공학과 같은 수리적 마인드가 반영되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저자
저자는 미국 대학의 심리학 교수이자 신경과학자, 정신과 의사이다. 과학, 공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가진 학자들로 선출된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이자, 《개는 어떻게 인간을 사랑하는가(How Dogs Love Us)》로 베스트셀러 작가, 다큐멘터리 감독도 하였다고 소개되어 있다.
차례
- 머리말
- 제1부 편집된 자아
- 1장 우리는 시뮬레이션이다
- 2장 최초의 기억들
- 3장 뇌는 불완전한 편집자
- 4장 추측하는 뇌
- 5장 자아를 찾아서
- 6장 내 안의 다중 인격들
- 7장 내가 믿는 이야기가 나를 만든다
- 8장 최초의 이야기
- 제2부 만들어진 자아
- 9장 진화는 개인주의를 싫어한다
- 10장 나의 선택이라는 착각
- 11장 믿음, 신앙, 신성한 가치들
- 12장 일반인과 살인자의 뇌는 다를 까
- 13장 뇌를 절반만 가진 남자
- 제3부 꿈꾸는 자아
- 14장 나는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15장 쓰레기를 읽으면 쓰레기가 된다
- 16장 변화의 동력, 후회
- 17장 진짜 원하는 나를 찾아서
- 18장 미래 방정식
- 맺음말
책 속의 발췌
발췌 내용이 길어져서 접기를 해둔다.
제1부 편집된 자아
1장 우리는 시뮬레이션이다
미래는 과거의 거울일 뿐이다.
(22/168) 과거의 자아가 구멍으로 가득하다면, 미래의 자아는 어떠할까?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일 날씨가 꽤 좋을 것이라는 예보를 들었다고 하자.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당신은 합리적인 정확도로 당신의 하루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예측할 수 있다. 뇌는 이와 같은 유형의 단기간 예측에는 뛰어나다.
(중략)
미래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해 미래의 나를 예측하는 것뿐이다.
2장 최초의 기억들
(25/168) 믿음은 진실이라는 생각되는 어떤 것에 대해 취하게 되는 일종의 태도다. 사실의 정확성이 믿음에 종속된 것이기도 하지만 믿음은 사실에 근거한다. 물론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처럼 증거 없이 존재할 수도 있다. 지식의 철학적 연구인 인식론epistemology에서는 사람들이 믿음을 견지하는 이유를 정당화justification라고 부른다. 당신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거나, 논리적으로 연역해 냈거나 혹은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렇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믿음의 정당화는 오직 서사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식의 특성을 더 가까이서 볼수록 이야기와 지식을 구분 짓기는 어렵다.
(26/168) 우리 뇌의 다중 기억 시스템multiple memory systems은 심오하고 복잡하다. 이들 시스템 각각은 우리의 개인적 인생사의 다양한 측면을 포착해 저장한다. 만일 우리의 뇌가 정확한 기록 장치라고 한다면(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쓸모 있는 비유이다), 다중 기억 시스템은 서로 다른 카메라의 각도, 대사, 음악, 주변 소음, 특수 효과처럼 영화의 여러 구성요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합쳐지면 완벽한 몰입형 경험을 만들어 내지만 이들 각각은 단순한 조각을 제공하고 때로는 서로 모순되는 듯 보인다.
뇌는 이 모든 기억의 장면을 꿰매어 균일한 서사를 짜낸다. 영화 제작에 비유하자면 ‘편집’을 한다. 뇌와 기억의 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들은 주로 뇌가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다 서로 다른 유형의 기억을 저장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기억들이 어떻게 꿰매어지는지(다시 말해 편집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했다.
3장 뇌는 불완전한 편집자
관점에 따라 기억은 달라진다
(33/168) 뇌의 한계 때문에, 우리 자신의 서사에 관한 지식을 포함하여 우리가 소유한 모든 지식은 압축되고 축소된 형식으로 기록된다. 자아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실제의 ‘만화 버전’이다. 상세한 디테일 없이 특징만 강조한 만화 같은 인식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간과하고 오늘의 우리가 어제의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연속성에 관한 환상’을 갖게 한다. 다시 말해, 뇌는 기억을 적당히 망각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재의 당신 즉, ‘자아’에 관한 당신의 개념은 디테일이 제거된 만화 버전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개념 또한 만화 버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만화들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정신적 모델과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결합하는 ‘이야기의 접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5장 자아를 찾아서
최소한의 자아
(49/168) 고무손 환각은 단지 재미있는 과학적 장난이 아니다. 이런 신경적 메커니즘은 자동차 운전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도 적용된다. 오랫동안 타던 차를 운전할 때, 차량이 당신의 일부분처럼 느껴진 경험이 있는가. 보통 당산의 개인 공간은 당신 몸 주변의 후광 속에서 확장되지만, 차를 운전할 때는 그것이 자동 자체를 감싼다. 이는 당신이 단순히 자동차 안에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차를 운전하지 않고 보조석에 있거나 새로운 차를 운전하면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오랫동안 타던 차를 운전하게 되면 뇌는 당신의 움직임에 따라 핸들, 액셀레이터, 브레이크 페달이 반응하는 포워드 모델을 만들게 된다. 포워드 예측은 무의식의 형태로 뇌에 기억되며, 이것이 자동차가 곧 당신 신체의 일부분처럼 느껴지게 한다.
고무손 환각과 자동차에서의 자아의 확장은 자아감이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아는 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확장되고 축소될 수 있다.
6장 내 안의 다중 인격들
뇌 과학자가 경험한 유체이탈
(61/168) 기억은 실제 일어난 일과 반드시 같지 않다. 실제 경험은 한 번만 일어나고 기억의 조각으로 저장된다. 그러나 기억은 영화 편집자가 프레임을 이어 붙이는 것처럼 회상될 때마다 재구성된다. 그리고 재구성할 때마다, 그 기억은 현재의 조건에 따라 조금씩 변형된다.
내 경우에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경험을 처음 회상한 것은 사건을 목격한 남자가 내게 다가와서 내가 죽은 줄 알았다고 말했을 때였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분도 안 되었지만, 그가 ‘언덕 위에서 모든 걸 다 봤어’라고 말했을 때 내 뇌는 이미 편집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그의 시점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하는 상상을 했다. 나는 사고 직후에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상태였기 때문에, 첫 번째 기억은 실제 경험과 섞여 버렸다. 나는 사건들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것을 머릿속에서 재생했기 때문에, 상상 속의 제3자의 기억이 제1자 기억과 뒤엉킨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나 자신의 진짜 경험과 첫 번째 상상된 재경험의 결과를 구분할 수 없다.
7장 내가 믿는 이야기가 나를 만든다
(63/168) 7장에서는 시간을 바꾸는 뇌의 교활한 능력을 살펴본다. 당신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고 믿겠지만 사실 당신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지나간 과거의 정보를 처리하느라 바쁘며, 동시에 끊임없이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함으로써 남들보다 한발 앞서려고 애쓴다. 뇌의 이런 특성은 다음 세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해리dissociation, 압축compression, 예측prediction, 이 세 가지 과정은 개인 서사의 성스러운 삼위일체다. 각 과정은 서로 다른 이유로 진화했으며 거의 모든 포유류에서 어떤 형태로든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이 세 가지 과정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결합하고 삶의 서사를 구성한다.
동물도 미신을 믿는다
(66/168) 인간은 고양이나 비둘기처럼 자신의 행동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한다. 미신이 생겨나는 원인으로 두 사건이 시간상 서로 근접하여 일어나는 우연의 일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행동과 사건의 근접성도 미신이 생겨나는 원인이 된다. “내가 그렇게 했다”라는 느낌은 통제 착각illusion of control을 불러오고 궁극적으로 미신적인 행동을 불러온다. 이는 인간이 시간상 연속된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공간에서의 움직임을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8장 최초의 이야기
끌리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72/168) 한편 문학 교수로 유명한 조셉 캠벨은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형식’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했다. 1949년, 캠벨은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을 출판했는데, 신화의 보편성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캠벨은 민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신화를 분석함으로써 영웅의 여정을 담은 단일 신화가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유일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캠벨은 프롭의 구조를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단순화하여, 현대적 이야기를 만드는 세 가지 행위의 테마에 반영했다. 캠벨이 ‘분리’라고 부른 첫 번째 행위에서, 영웅(루크 스카이워커)은 모험의 부름에 직면하지만, 처음에는 이를 거절한다. 이는 초자연적인 도움이라는 서사로 이어지고, 영웅이 현실의 한계를 넘어 꿈의 풍경이라는 뜻의 ‘고래의 배’the belly of whale에 들어가게 한다.
두 번째 행위인 ‘입문’에서, 영웅은 시련의 길로 들어선다. 주인공은 여신(레아 공주)를 만나고 유혹(다크 사이드)을 받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다스 베이더)과 직면한다. 이어 누군가가 죽고 신격화가 된다(오비완의 죽음).
‘귀환’이라는 세 번째 행위에서, 영웅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변화를 거부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한 솔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돌아와 다스 베이더가 루크를 공격하는 것을 막고, 루크가 죽음의 별을 파괴하는 임무를 완수 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면 영웅은 두 세계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귀환한다(루크가 마지막 의식에서 영예를 받는다).
이야기의 6가지 형태
(74/168) 영웅의 여정이 인간의 뇌에 집단적으로 박혀있는 유일한 서사 체계는 아니다. 영웅의 여정 외에도 소년이 소녀를 만나는 이야기와 그 변형들, 빈털터리에서 부자가 되는 이야기, 그리고 다른 다양한 서사 구조들이 존재한다. 과연 몇 개나 될까? 문학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해 왔는데 2017년 버몬트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Project Gutenberg(저작권이 만료된 도서를 무료로 공객하는 프로젝트)에 올라온 소설책 1327권의 서사 곡선 형태를 분석한 결과, 오직 여섯 가지의 서사 구조만 존재한다는 결론을 지었다.
첫 번째, 빈털터리에서 부자가 되는 구조. 이 범주에는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와 《좋아하는 대로》,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 러드야드 키플링 《정글북》, 오스카 와일드의 《진지함의 중요성》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반대 형식인 부자에서 빈털터리가 되는 구조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 왕, H.G. 웰스의 《타임머신》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고전적으로 비극으로 간주하며, 영웅의 운명은 처음부터 결정돼 있다.
세 번째 형식의 대표작인 《구덩이에 빠진 남자》에서는 주인공이 좋은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곧 궁지에 몰리고, 그런 다음 거기서 벗어난다. 잘 알려진 예로는 《오즈의 마법사》, 《왕자와 거지》, 《호빗》이 있다.
네 번째 구조인 이카로스Icarus는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따른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실낙원》이 이에 해당한다.
다섯 번 째는 길가메시, 〈스타워즈〉의 주인공이 따랐던 영웅의 여정으로 데렐라(상승-하강-상승) 구조라고 한다. 여기에는 《보물섬》과 《베니스의 상인》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오이디푸스Oedipus라고 이름 붙여진 하강, 그 다음 상승, 그리고 하강의 구조가 있다.
제2부 만들어진 자아
9장 진화는 개인주의를 싫어한다.
(80/168) 큰 수의 법칙The law of large(표본의 크기가 클수록 표본의 평균이 모집단의 평균값에 가까워 진다는 법칙-편집자)에 따르면, 그룹이 개인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더 높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자신의 길을 가기보다는 군중을 따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의 뇌에는 무리를 추종하는 습성이 생존 전략의 하나로 녹아들었다.
(85/168) 현대 사회는 협력을 선호한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경향을 억제하기 위해 정치, 경제, 종교 기관을 만들었다. 이들 기관의 규범은 공동체의 비극을 피하고 더 큰 이익을 보호하는, 유일하게 입증된 방법이다. 뒤에서 이것들이 어떻게 신성한 가치로 보호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루소가 깨달은 것처럼,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점은 개성을 잃은 대가로 얻어진다. 멘탈라이징과 ToM은 강력한 인지 기능이며, 이간의 뇌 구조에 매우 밀접하게 엮여서 어떤 생각도 정말로 당신만의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협력이라는 선택의 순간을 맞을 때마다, 당신은 자신의 생각과 당신이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 사이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멘탈라이징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그들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지점까지 갈 수 있다. 즉, ‘당신에 대해 생각하는 누군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럼으로 어떤 사회적 환경에서든, 당신은 머릿속에 여러 버전의 자신을 가질 수 있다. 당신의 버전과 당신이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버전이 그것이다.
*루소는 자연 상태의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지만, 그 자유와 평등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사회계약을 통해 국가를 형성하고, 국가는 사회 구성원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편집자
※ToM, Theory of Mind정신 이론: 타인의 사고를 유추하여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능력
10장 나의 선택이라는 착각
(86/168) 아이들에게 내면의 발견은 혁명이다.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것이라는 인식은 자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이 이정표를 발견하면, 우리 앞에 ‘인지 과정’이 펼쳐진다. 이정표를 발견한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하기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곧이어 자신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부 생각은 비밀로 남겨둘 수 있다.
(중략)
자신의 생각을 마음이라는 금고 안에 숨길 수 있다는 깨달음은 강력한 힘이 된다. 자신의 생각 중 무엇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지 결정하는 것이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깨달음은 그 자체로 권력이다. ‘나의 생각’은 개인 정보 보호의 마지막 장벽이다.
(중략)
그러나 이 믿음 또한 허구이다. 내 것으로 믿는 생각들은 어디서 왔을까? 온전히 우리 머릿속에 만들어진 생각은 아니다.
(중략)
여기에 더해 우리 뇌는 타인의 의견을 너무 쉽게 흡수하는 나머지 그것이 내 머리에서 나왔다고 착각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순응하도록 진화했다
(89/168) 이러한 결과를 보고, 왜 군중이나 전문가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지 궁금할 수 있다. 나는 앞에서 ‘큰 수의 법칙’과 어떻게 그룹이 개인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언급했다. 인간에겐 무리 지어 살도록 진화한 오랜 역사가 있다. 그룹에 속하는 것은 엄청난 가치가 있다. 그룹은 보호, 자원 접근, 그리고 반대 의견counterfactual opinion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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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믿음, 신앙, 신성한 가치들
절대적 믿음의 역설
(95/168) 많은 사람들이 도덕과 신성한 가치가 그들의 정체성의 핵심을 정의한다고 말한다. ‘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하라’라고 말하는 황금률을 예로 들어보자.
(중략)
황금률은 신서한 가치의 역설을 보여준다. 우리는 황금률을 자아 정체성의 핵심 구조물로 인정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내재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성한 가치는 부모와 사회에 의해 우리의 뇌에 주입되어, 자기 기만의 한 조각이 된다.
우리가 앞 장에서 확인했듯이, 인간은 권위자들의 조언에 생각보다 쉽게 굴복하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신성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 또한 대체로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신성한 가치를 내적인 기준으로 흡수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엄격하게, 어쩌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일 수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비도덕적이고 완전히 이기적일 수 있다. 당신이 이 스펙트럼 어디에 위치하는지는 당신의 개인적인 서사가 얼마나 유연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신성한 가치가 필요한 이유
(101/168)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신성한 가치가 단순한 규칙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신성한 가치는 우리 뇌에서 가장 많이 압축된 서사이다. 낙태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생각해 보라. “나는 찬성파”또는 “나는 반대파다”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낙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 대해 다양한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 종류의 생각은 시간과 주의 깊은 사고가 필요하며, 어머니, 아이, 종교, 그리고 지역 사회 규범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으로 한쪽이나 다른 쪽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문제를 상당히 단순하게 결정할 수 있다.
성스러운 가치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힘이 있다. 그것들은 수천년 동안 진화해 온 서사들이다. 때로는 이기적인 충동을 억제하여 우리가 조화롭게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모든 것의 결론은 진화를 통해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적응된 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매우 적은 수의 생각들만이 진정으로 우리 자신의 것임을 의미한다.
제3부 꿈꾸는 자아
14장 나는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120/168) 연속적이고 일관된 존재로서의 자아는 허구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아는 망상이다. 구체적으로 세부 사항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자아의 모형은 대체로 비슷하며 외부에서 우리의 뇌에 들어온 이야기로 채워진다. 너무 극단적인 생각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맞다. 우리의 개인적인 서사가 완전히 허구는 아니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사건들이 있었다. 개인적인 서사가 실제 세계의 사건들에 연결된 ‘역사 소설’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다.
책은 뇌를 바꾸는 가장 효율적인 매체
(127/168) 정리하자면,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 특히 당신이 읽는 이야기는 마음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당신이 소비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일부가 되고, 감각 중추의 반복적인 자극은 근육 기억과 동등한 서사를 형성한다. 그리고 당신의 뇌는 이러한 서사의 원형에 익숙해 진다. 그것들이 허구라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 기억들은 삶의 사건들을 해석하기 위해 동원되는 뇌의 모형에 영향을 준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소비할지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영웅의 이야기도 당신도 영웅의 여정에 있다는 느낌을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 장에서 보게 될 것처럼, 음모의 그리자가 깃든 이야기를 꾸준히 먹으면 당신의 개인적인 서사를 다른 방향으로 밀어내어 의심과 편집증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할 수 있다.
15장 쓰레기를 읽으면 쓰레기가 된다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
(131/168) 이때 이야기하는 사람의 권위는 그들의 명성과 소통 기술에 좌우된다. 뇌가 다른 사람들의 서사를 얼마나 쉽게 흡수하고, 어떻게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따르게 되는지 살펴보았다. 과학자이자 정직한 인간으로서, 나는 거짓이나 잘못 전달된 서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 모른 채 지나갈 때도 있다.
(중략)
음모론의 인식론적 동기는 신념의 과정에 기반한다. 신념은 사람이 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는 사실에 기반할 수도 있고, 신의 존재처럼 증거 없이 존재할 수도 있다. 2장에서 우리는 신념의 근거를 ‘정당화’라고 불렀다. 정당화의 문제는 철학적으로 그리고 실용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당화는 사람이 특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밝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믿을 수 있다. 왜냐하면 당신은 자신의 눈으로 그것을 보았거나, 논리적으로 추론했거나,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말해줬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이것이 내가 언급했던 뒷문이다. 많은 거짓 서사는 ‘은폐된 정보’에 기반한 설명을 제공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공공의 시선에서 벗어나 특정한 사건을 일으키려고 하는 권력 집단이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며 이는 매우 유혹적일 수 있다. 정치학자 러셀 하딘은 이러한 정당화 형태를 ‘불완전한 인식론’이라고 명명했다.
(중략)
우리는 대부분의 신념들에 대해 직접적인 지식이 부족하므로, 타인의 견해와 해석에 의존해야 한다. 극단주의적 견해들이 반드시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정보의 부족과 한정된 사회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한다면 그 한계가 분명하다.
(중략)
음모론은 또한 벌거벗은 존재론적 공포에 대한 방패를 제공한다. 음모론은 사실보다는 소문에 기반하기 때문에, 내편과 적이라는 집단 극단화를 촉진한다. 내가 음모론을 믿지 않더라도, 동료들이 그렇게 믿기 때문에, 그리고 배척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를 따르기도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받아들일수록 음모론은 확산되고, 이는 곧 사실을 대체하게 된다. 10장에서 보았듯이, ‘큰 수의 법칙’이 작동하면 우리의 뇌는 이를 진실로 받아들인다.
(중략)
음모론은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책임을 내부 집단이 아닌 외부의 누군가에게 돌린다. 내 편에게는 어떤 비판과 비난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신뢰자들을 비신뢰자들보다 높이 두는 집단적 나르시시즘의 행위이며, 양심의 가책이 나르시시즘을 증폭한다. 음모론은 완벽한 밑바닥 이야기로, (‘진짜’ 이야기를 아는) 난폭한 내부자들과 믿지 않는 외부자들의 다수를 대립시킨다. 필연적으로, 음모론은 전통적인 기관들에 대한 신뢰를 좀먹고 새롭고 대안적인 기관들을 만들어 낸다.
16장 변화의 동력, 후회
(135/168) 이번 장에서는 과거의 자아를 활용해 내가 원하는 ‘미래의 자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는 일종의 목표가 있는 여정이 될 것이며, 내가 ‘서사의 분기점branch of point’이라고 부르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서사의 분기점이란 인생의 갈림길, 즉 우리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시간점을 말한다. 여기에는 진학과 직업 선택, 관계, 거주지처럼 중요한 결정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포함한다. 또한 당시에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지만 뒤돌아보면 중요했던 선택들도 포함한다.
이런 예를 들자면, 나는 친구의 친구 생일 파티에 가기로 마지막 순간에 결정했는데,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이것을 단절선fault line(팀이나 관계 내에서 나이, 성별, 인종, 직무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소그룹이 존재할 때 그 사이에 있는 경계선-옮긴이)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이와 같은 종류의 사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분기점들을 통합하는 것이 어렴풋이 다가오는 후회이다. 흥미롭게도, 후회는 시간 앞뒤로 파문을 일으킨다. 누구에게나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다. 고등학교 때 함부로 대했던 관계이거나, 너무 바쁘거나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일일 수 있다. 후회는 행위 또는 불행위로 발생한다.
또한 후회는 미래로도 투영된다. 우리 각자에겐 고유한 후회들의 집합이 있고, 만약 우리가 그것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운다면, 미래에 그 후회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예측의 뇌가 개입한다. 우리는 과거를 돌봄으로써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후회를 피하길 기대한다.
후회는 일종의 역방향 시간 이동이다. 흔희 인간만이 자신에게 이런 종류의 정신적 고통을 가할 수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후회는 진화가 모든 동물에게 부여한 강력한 학습의 한 형태로 DNA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강력한 예측 엔진인 우리의 뇌는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때때로 가이드를 얻기 위해 과거를 회상한다. 이 시스템은 의식하지 않을 때도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차를 피해서 건널목을 건널 수 없다. 예측 시스템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더욱 힘을 발휘한다. 결정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며 가능한 여러 선택지에 대해 상상해 보려고 한다. 이는 플롯 개요를 만드는 소설가의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항상 ‘걱정’이 동반한다. 좌절과 슬픔으로 이어지는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미래를 바꾸는 후회 최소화 알고리즘
(137/168) 당신의 뇌는 당신의 다중 우주에 대해 생각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그러므로 후회를 인간적인 조건의 어떤 기발함으로 여기기보다는, 의사결정의 긴 진화적 결과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진화의 나무에서 당신 이전에 존재하던 모든 동물은 후회를 경험해 왔고, 그렇지 않은 동물은 오래전에 멸종했다.
진화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과정만 선택하지만, 후회는 그 자체로 과거를 돌아보는 감정이다. 그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한다. 우리와 다른 동물들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회를 통해 배운다. 반사실적 학습은 몇몇 선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 특히 효과적이다. 치명적인 결과를 경험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일어났을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그 편이 훨씬 낫다!
(중략)
진화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에게 생존을 위해 후회를 경험하도록 한다는 것은 타당해 보이는 설명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부족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공지능 분야의 새로운 실험들이 개인의 후회에 대한 적응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테스트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토너먼트를 열어보는 것이다.
(138/168) 후회 이론regret theory은 우리가 경험하고 예상하는 사후 가정counterfactual(사실과 정반대의 내용을 서술하는 표현법-옮긴이)에 대한 수학적 추상화이다. 이것은 일어났던 일과 있었던 일의 차이를 표현하는 간단한 방정식이기 때문에, 행위commission의 후회와 불행위omission의 후회 즉, 우리가 한 일과 우리가 했으면 하는 일 사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심리학은 이 두 가지 사이에 차이를 설명한다.
심리학작 토머스 길로비치와 빅토리아 메드벡은 행위가 단기적으로 후회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위로 발생한 후회의 강도는 빠르게 감소한다고 말했다. 반면, 무행위 즉, 불행위의 후회는 장기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략)
길로비치와 메드벡은 불행위의 후회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회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놓친 기회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실제로 일어난 것보다 사후 가정이 더 나았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왜냐하면 특정한 행동을 했더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대안적 현실에 대한 자신감이 커짐에 따라 행동하지 않은 것의 설명 불가능성도 증가한다. 행동하지 못한 것이 더 설명하기 어려울수록, 부끄러움이 후회 위에 쌓일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진다. 마지막으로, 후회스러운 행동의 결과는 결과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정되지만, 행동하지 않은 것의 결과는 잠재적으로 무한한다. 가능한 대안적 현실의 수는 오직 사람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제한된다.
17장 진짜 원하는 나를 찾아서
(141/168) 개인적인 서사는 정확하지 않으며, 기저함수에 따라 압축된 기억을 통해 형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억은 다시 모든 경험을 왜곡한다. 또한 ‘베이지안 뇌’는 어떤 사건에 대한 가장 가능성 있는 해석을 만들어 내고, 빈 구멍을 허구로 채운다. 한편, 우리의 인식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따라 왜곡되고, 내 것이라고 믿는 생각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깨달음은 우리를 원래 질문으로 돌려 보낸다.
‘진정한 당신은 어느 것인가? 당신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버전인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생각하는 버전인가? 아니면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버전인가?’
답은 ‘모두 다’이다. 서사 구성이라는 작업은 영화감독의 역할과 유사하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장면을 수집하고, 이를 편집하여 일관된 서사를 만든다.
(중략)
영화는 또한 압축된 서사의 완벽한 예시다. 영화가 상영되는 두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담겨 있는지 생각해 보라. 우리는 영화가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끌린다. 또한 우리 자신의 현재진행형 서사와 공명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좋은 영화의 조건을 살펴보면, 우리가 살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142/168) 좋은 이야기는 주인공의 탄생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는 일이 벌어지는 중간medias res에서 시작한다. 그리스의 왕 오디세우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에 시작한다. 우리는 오디세우스의 고난한 귀향 여정을 따라 가면서 그의 삶에 대해 알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서사를 다룰 때, 개인적인 사건의 연속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려워한다. 대신 자연스럽게 우리의 가장 오래된 기억까지 이어지는 서사를 구성한다.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상상해 보라. 그러면 새로운 이야기 즉, 오늘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유다이모니아와 도덕
(142/168) 좋은 삶이라는 개념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와 같은 사상가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웅의 여정은 흥미롭지만 반드시 우리가 따라야 할 삶의 모델은 아니다. 이와 달리 철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에 나침반을 제공한다. 그리고 도덕 철학의 기초는 유다이모니아eudaimonia라는 개념에서 시작했다.
(중략)
덕이 지배하는 삶은 서사에 대한 넓은 틀을 제공하지만, 우리 삶의 서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점에서 나는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빅토르 프랑클의 이론을 좋아한다. 프랑클은 ‘의미’를 강조한다.
로고 테라피logo therapy라고 불리는 프랑클의 이론은 프로이트의 정신 요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프로이트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프랑클은 ‘미래에 이루어질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프랑클은 존재의 위기는 현재 상황과 미래에 되고 싶은 것 사이의 단절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현재가 미래로 가는 길을 제공하지 않으면, 존재의 고통이 생기고 내면의 공허함을 남긴다.
(중략) 프랑클에 따르면, 의미를 찾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행동한다. 서사 형식에서 이것은 영웅의 여정과 동등하다. 둘째, 무엇인가를 경험하거나 누군가와 만남으로써 의미를 찾는다. 프랑클은 사랑이 타인의 핵심까지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셋째, 고통을 통한 길이 있다. 고통 속에서는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기에, 프랑클은 자신을 미래로 투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회 이론의 예측처럼, 미래의 자신에게 과거를 돌아보고 그들이 고통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 지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2024.01.24 - [0500_독서]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143/168) 우리는 인생의 의미라는 수수께끼를 풀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다음과 같은 더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할 것이다. ‘만약 ~라면 어쩌지?’
이 전략은 현실의 따분한 세부 사항에 집중하게 하는데 그래서 허구의 영역에서 더 잘 작동한다. 허구는 우리를 역사의 닻에서 해방해 준다. 이것은 그저 연습일 뿐이다.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라.
이제 당신은 첫 번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현재의 삶에 머문 채로 머릿속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또는 당신의 복제인간이 당신의 자리를 대신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다음 작업은 당신의 이야기가 펼쳐질 시간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중략) 내 경우에는 5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당신의 복제인간이 무엇을 할지 상상해 보라. 그들은 당신이 원하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5년 후에 그들은 누구일까? 이것이 당신이 목표로 하는 이야기의 결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으로 돌아가서, 복제인간이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그들은 당신의 모든 기억과 가치관을 주입받았기 때문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뿐이다. 만약 당신이 복제인간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중략)
당신의 복제인간은 5년 후의 삶에서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길까 몇 가지 명제들을 현재형으로 적어보라. 최소한 다섯 개 정도를 생각해 보자. 각각은 관계, 재정적 목표, 신체적·정신적 건강, 행복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중략) 다음은 몇 가지 예시이다.
- 가족과 동료들이 있어서 필요할 때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배우자와 함께 서로를 위한 시간을 내어준다.
- 재정적으로 신중하지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 빚이 없다
- 매년 적어도 한 번은 휴가를 떠난다.
-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
이제 5년 후의 이야기를 위한 목표를 세웠다. 다음으로, 명제들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라. 예를 들어, ‘빚 없음’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다음은 이를 실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불필요한 물건에 대한 지출 줄이기, 매달 일정한 금액으로 신용카드 잔액 갚기, 매 급여 기간에 한 번씩 추가 근무하기.’
이 연습들은 쉬워 보이지만, 막상 목록을 작성하려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삶의 가치를 바꾸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중략)
만족할 만한 목록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번의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마침내 목록을 완성하면 그것들을 이루기 위한 간단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축하한다. 당신은 앞으로의 새로운 서사의 기반이 되는 것들을 가지게 됐다.
완성된 목록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로는 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행복하지 않은 관계를 맺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마음이 든다면, 당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간에게 의지하라. 그들이 당신의 자리를 대신하고 당신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복제인간을 통해 미래 시뮬레이션은 당신의 머릿속에만 일어나는 일이므로, 당신의 선택은 다른 사람들(예를들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삶의 질에 관한 명제들과 그것들에 따르는 목표들이 앞으로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하는 또 다른 틀이 된다는 것이다.
(중략)
‘만약에’문장은 당신이 주체성을 유지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직장에서 계속 일할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할지는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관계에 남아 있을지 떠날지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
(중략)
외부적으로는 이러한 대안적인 서사들이 당신 주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중략)
‘만약 내가 직장을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는 ‘만약 직장을 그만두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로 바꿀 수 있다.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변화는 가능하다. 그러나 실천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렵고, 알 수 없는 것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려움이 당신의 서사를 바꾸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인생은 일련의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당신은 나만의 서사를 통해 그것들을 재배치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당신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선택할 수는 있다.
18장 미래 방정식
(147/168) 미래의 당신은 단일한 존재가 아니다.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미래의 당신은 가능성의 집합이자 여러 궤적을 가진 가능성의 존재다. 우리는 압축, 예측, 해리라는 과정을 통해 어떤 미래를 선택할지 결정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머릿속에 인생의 가치에 상응하는 서사의 기본 함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사의 교체 과정은 반드시 느리고 신중해야 한다. 당신은 오래된 서사들을 새로운 것들로 대체하고, 오래된 것들이 상기되는 빈도를 줄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마지막 장에서는, 그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미래 방정식
(149/168)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의 나는 시간적 단편 조각, 즉 희미한 이미지의 콜라주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괜찮다. 그 이미지 중 하나를 잡아서 머릿속에 그려보자. 이때 눈에 띄는 것이 무엇인지 주목하자. 당신에 어디에 있나? 혼자인가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인가? 무엇을 하고 있나? 이것은 내가 지난 장에 설명한 서사 브레인스토밍이다. 줄거리를 만드는 대신, 이 과정은 선택적인 기억의 회상에 기반하여 미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충분히 오래 기억할 수 있다면,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현재의 당신과 미래의 당신들은 어쩌면 그 차이가 매우 클 수 있다. 그래서 목표로 한 미래의 당신을 머릿속에 확정하면, 온 몸으로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 때,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있다면 공포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를 마비시키는 힘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모호성 회피ambiguity aversion이라고 부르는데, 인간은 불완전한 정보에 대한 태생적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포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따른 것이다. 즉, 반사실적 후회 최소화counterfactual regret minization, CFR가 필요하다. 16장에 소개한 이 알고리즘은 가능한 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모델링하고 후회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행동 방식을 선택한다.
(중략) CFR은 우리에게 가장 나쁘지 않은 가능성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것이 후회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 방법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저 ‘당신의 선택을 후회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들린다. 나는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미래 자신들의 다중 우주를 상상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방금 설명한 알고리즘은 최악의 결과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그것을 회피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목표다. 후회에는 행하는 것과 행하지 않은 것,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이 더 나쁜지는 오직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행위의 후회는 즉각적이고 단기적이다. 행하지 않은 것의 후회는 천천히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150/168) 드디어 여정의 끝에 다다랐다. 내가 당신에게 여러 가지 버전의 자신이 있고, 그들이 항상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설득했기를 바란다. 이 문장의 힘을 깨닫게 되면, 새로운 서사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당신 앞에 열린다.
당신이 말하는 서사가 곧 당신이다.
당신이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한, 당신은 줄거리를 통제할 수 있다. 당신은 부지런해야 한다. 오래된 서사를 지울 수는 없지만, 당신이 원하는 것과 더 밀접하게 일치하는 다른 서사를 소비함으로써 그것들을 대체할 수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은 곧 당신이다.
맺음말
나는 기차에서 내리기로 했다
(151/168) 코로나가 안정되고 1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기차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아내는 자식들이 독립시키고, 집을 팔아 농장을 사서 시골로 이사했다. 우리는 우리의 서사를 한순간에 바꿨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다. 어떻게 오늘은 최고의 라면을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던 사람이 닭과 소를 기르고 비가 올지 걱정하는 농부가 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이 책에 담겨 있다.
나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했다. 내가 가던 길을 계속 가면, 결국 진짜 후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우리 부부는 농업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늘 해왔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극적으로 실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두려웠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사람과 맺음말을 쓰는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중략)
그래서 공항에서 저자와 닮은 사람을 만났다면, 그는 이 책을 설명하는 데 힘들어 할 수 있다. 결국 그에게는 과거의 일이고, 그는 아마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최종 감상
전에 읽었던 뇌과학 관련 책을 생각하고 뇌의 기능적 동작 원리를 생각하였는데, 책은 뇌보다는 ‘자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철학, 심리학과 문학, 영화의 서사 구조를 참조하며 쉽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2024.01.07 - [0500_독서] -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뇌과학(테오 컴퍼놀)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책은 비교적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 읽은 ‘아들러’의 개인심리학과 ‘빅터 플랭클’의 로고테라피 부분도 언급되어 지식이 연결되는 재미도 느꼈다.
결론으로 ‘후회의 최소화’ 전략을 바탕으로 미래 시점의 자신이 되고 싶은 바를 시뮬레이션하여, 현재 판단과 행동이 미래의 후회가 되지 않도록 결정해야 한다라고 느꼈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의 자아의 후회를 참조하여, 미래의 자아가 후회하게 될 현재의 자아가 되지 않도록, 현재의 자아가 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결정과 실행을 해야 한다."라고 정리하였다.(뭐지 이 말장난 같은 문장은...)
사실 정리된 문장의 형태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결국은 미래의 자아를 만들어가는 현재의 자아(나)의 결심과 실천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소중한 가치와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책 속 (143/168)에서 저자가 제시한 미래 시점의 자신의 성취 예시도 심플하지만 도움이 되었다.
- 가족과 동료들이 있어서 필요할 때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배우자와 함께 서로를 위한 시간을 내어준다.
- 재정적으로 신중하지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 빚이 없다
- 매년 적어도 한 번은 휴가를 떠난다.
-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
미래의 후회가 되지 않을 현재의 판단과 행동을 하기 위해서, '과거의 했던 결정과 행동의 후회'와 '과거의 하지 못했던 결정과 행동의 후회'를 참조해서, 5년 정도 미래의 인간관계, 재정적 목표, 신체적·정신적 건강, 행복을 항목으로 해서 구체적으로 계획하라고 받아들였다.
책 속 마지막 저자의 맺음말이 인상에 남았다.
우리는 우리의 서사를 한순간에 바꿨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다.
(중략)
나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했다. 내가 가던 길을 계속 가면, 결국 진짜 후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우리 부부는 농업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늘 해왔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극적으로 실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두려웠다.
미래의 후회할 가능성을 예견하고 나의 서사를 바꾸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반드시 변할 필요는 없다는 것(변하는 것 보다 후회가 적다면)도 괜찮을 것이다.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미래의 자아를 어떻게(How)가 아니라 무엇(What)으로 정할 지 인 것 같다.
2024.03.08 - [0500_독서] - 뉴타입의 시대(야마구치 슈)
※ P.S. :최근 철학과 심리학 책을 자주 접하다 보니, 뭔가 공통적인 말들이 몇가지 떠올라서 적어둔다.
- 현재에 충실하라
- 과거는 바꿀 수 없다
- 용기를 갖고 상황에 직면하라
-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 간다
- 타인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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