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작가의 말’ 중
작별하지 않는다
제목:작별하지 않는다
지은이:한강
출판사:문학동네
독서일:2024.12.20.~2024.12.21.
페이지:
ISBN13:9788954682237
소장여부:대출(전자책)
※2024년 40번째 독서
독서배경
갑자기 1박2일 제주에 갈 일이 생겼다.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과 짧은 비행 시간 동안 시간을 죽일 것이 필요했다.
이럴 때는 무겁고 부피가 큰 종이책 보다는 그냥 가방에 쓱 들어가는 전자책이 낫다.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별도로 태블릿 기기를 빼서 보여줘야 하지만 그 정도 번거로움은 괜찮았다.
오랜만에 전자책 도서관을 들어가보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책들이 제일 먼저 표시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책은 대출중이라고 떴는데, 운이 좋았는지 《작별하지 않는다》는 대출가능이었다. 일단 읽을지 안 읽을지 모르지만 대출하였다.
사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하나도 읽어본 게 없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언론을 통해 알게 된 대표작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작품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생겼다.
20대에 읽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공지영), 《모순》(양귀자) 소설처럼 여성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고독하고 애처롭고 가라앉는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전자책 도서관에서 다른 책도 서핑해서 몇 권 담았다.
오전 9시 출발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새벽 같은 아침부터 준비해서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해서 8시 15분쯤 탑승구 앞 대기석에서 전자책 앱을 펼쳤다. 마음 속 선입견과 다르게 손은 바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터치했다.
전자책 속의 '왜 000은 무너졌나, 000의 신화와 허구' 와 같은 제목의 책은 도저히 손이 가지 않았다. 가볍게 떠나는 여행에 맞게 가볍게 드라마 한 편을 본다는 기분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표지
모래 해변에서 본 바다와 하늘이다. 먼 바다 위 하늘에는 뭔가 구름 같은 하얀 장벽이 하늘 높이 세워져 있다. 책을 읽고 나니 구름보다는 눈의 장벽이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서는 눈雪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다. 무언가 인간 사회의 (불필요한) 관계를 끊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 바다 해변에 혼자 서 있는데 먼 바다에서부터 눈보라 장벽이 나를 향해 덮쳐오기 전의 고요함처럼 느껴졌다.
지은이
한강 작가님은 소개는 따로 하지 않는게 나을 것 같다.
(한강 작가님 노벨 문학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차례
1부 새
1 결정結晶
2 실
3 폭설
4 새
5 남은 빛
6 나무
2부 밤
1 작별하지 않는다
2 그림자들
3 바람
4 정적
5 낙하
6 바다 아래
3부 불꽃
작가의 말
최종 감상
책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해서 약간의 이해가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밑바탕이 된 주요 작품이란 것은 알았다.
이웃 블로그에서 깊이 있게 쓴 글을 보고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왠지 여성 작가가 쓴 사회에서 여성이 느끼는 부조리나 자기 내면으로의 침전이 있는 내용이 아닐까라고 짐작 했다.
★ ★ ★ 추천 : 《작별하지 않는다》 에 대해서 깊이 있게 쓴 블로그 글 ★ ★ ★
https://thebrownbottle.tistory.com/137
공항 탑승구 게이트에서 읽기 시작한 소설 앞부분은 조금 의아했다.
작가 자신의 일상과 고뇌를 쓰고 있는 건지, 소설 주인공의 일상과 괴로움인지 헷갈렸다. 몰입이 덜 되어서 인지, 꿈 속의 이야기도 갑자기 뭐지 싶은 생각만 들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 제주로 동안 소설 속 주인공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가고 있는 부분을 읽으니, 묘한 인연이라고 할까 동질감 같은 게 느껴졌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는 춥기는 했지만 맑은 날씨에 부드럽게 착륙했다는 것이고, 주인공이 탄 비행기는 폭설로 공항 폐쇄 전 마지막 착륙을 했다는 것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제주공항에 내려 렌터카나 택시 또는 버스를 갈아타고 갈 수 있는 중산간 지역이, 압도적인 폭설로 인해 고립된 오지가 되었다. 가냘프고 고뇌에 가득찬 중년의 여인이 친구와의 우정과 작은 생명과의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 고립무원으로 찾아간다.
위험한 자연 환경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주인공은 그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음을 뛰어 넘은 친구와의 재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미 삶이 버거웠던 주인공과 잊고 있었지만 늘 자리를 지키며 주인공을 지원했던 친구, 든든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내면 속에서 발견한 슬픔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정,
삶은 여전히 버거울것 같지만, 누군가 사랑이 있다는 희미한 촛불 같은 희망이 느껴졌다.
어설픈 비교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의 차원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랑의 힘처럼, 존재로 서로에게 대한 구원이라고 할까 우정도 사랑으로 승화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라면 그런 관계에서 그런 상황에서 그런 부탁을 받으면 주인공처럼 바로 떠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알겠어, 집에 가서 준비해서 바로 갈게', '왔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오늘 바로 못 갈 것 같아, 내일 날씨 풀리면 바로 갈게' 이런 말이 계속 생각이 났다. 내가 사랑이 부족한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의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작가의 말처럼 여러 가지 사랑이 느껴졌다. 친구와의 사랑(고도화된 우정), 작은 생명과의 사랑, 엄마와 자식간의 사랑, 읽어 버린 형제에 대한 사랑(슬픔), 같은 슬픔을 겪은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보였다.
그리고 친구 엄마의 한恨이자 슬픈 사랑의 원인인 제주 4.3.사건을 꿈의 대화로 풀어가는 부분도 마음의 울림을 주었다. 현재의 시국과 연결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던져 주웠다.
마지막으로 제목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결국 상대를 사랑으로 마음에 새겨서 내 속에 영원히 남긴다는 의미일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양자역학에서처럼 삶과 죽음의 두 가지 상태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과 일원론의 관점에서 내 안에서 대상에 대한 사랑을 인지해야 내 밖의 상대가 사랑을 느끼는 것인지,
나의 애매한 지식이 아쉽지만 책 속에서는 말하는 부분은 -학문적 진리가 아니라- 마음속의 여운을 남겨주기에는 충분하였다.
책은 흥미진진하여 공항에 착륙하고 나서도 계속 읽고 싶었지만, 일과 중 필요한 일들을 하고, 저녁 숙소에서 나머지 부분을 다 읽었다. 오랜만에 책 속에 몰입하였다.
※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인 ‘경하’의 한자는 京河(서울의 강)인가? 그럼‘인선’은 한자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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