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the road rise up to meet you,

And may the wind be always at your back.

0600_여행

11월 순천만 국가정원 여행, 어머니와 함께 한

겨울밤 2024. 11. 6. 21:06

순천, 여수, 남해 여행


여행일:2024.11.3.~11.4.
여행지:순천, 여수, 남해
날씨:맑음, 흐림
기온:17~23도

2024.11.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의 색색의 꽃밭
2024.11.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의 색색의 꽃밭

여행의 시작

한 달 전쯤 급하게 시작된 업무로 때 아니게 바빠졌다. 

밀려오는 업무 처리가 싫은 게 아니라, 일상이든 블로그든 다 후순위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 싫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밥벌이가 있어야 일상도 있고, 블로그도 있고, 삶의 여유도 지킬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라는

 마음으로 며칠 야근을 했다.

오랜만에 시작된 크런치 모드에 여러 가지 잡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숨을 돌릴 시점에 옆에 J에게 말했다.  

 

‘우리 가볍게 바람 쐬러 갈까‘ 자기도 11월 중순까지는 여유가 없다고 했다.

대신 부모님 모시고 바람 쐬면 어떻냐고 제안을 했다.

 

2023.11.05 - [0600_여행] - 경북 경북도청, 월영교 여행

 

경북 경북도청, 월영교 여행

경북 경북도청, 월영교 여행 여행일:2023.11.05. 여행지:경북 예천(경북도청), 안동(월영교) 날씨:흐림, 비 기온:15~25도 11월 첫째 토요일이지만, 여전히 날씨가 따뜻했다. 아직 10월 초순 같은 기분이

winternight.tistory.com

생각해 보니, 작년 이맘때 쯤 경북도청, 안동 쪽에 다녀온 기억이 났다. 

M여사님께 연락을 드리니, 그래 날 좋을 때 가자고 하셨다.
그때 당일치기 여행의 아쉬움이 있어 이번에는 1박 2일로 일정을 잡았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으신 지 물으니 남해 보리암을 말씀하셨다. 

호텔 가격이 턱 없이 치솟고, 여행지마다 사람들로 터져 나가는 토요일, 일요일 일정 대신, 

조금 한적하며 호텔 가격도 저렴해지는 일요일, 월요일로 일정을 잡았다. 
 
여행지는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 → 여수 숙박 → 남해 보리암으로 정했다.

 

출발

출발날 아침을 가볍게 집에서 먹고, 본가로 갔다.

부친의 배웅을 받으며  M여사님의 여행짐을 싣고 차를 몰았다.

호텔에서 숙박하고 식당에서 사 먹으면 되니, 제발 짐 좀 줄이고 가볍게 떠나자고 했지만, 

M여사님의 준비성과 사 먹는 음식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먹는 짐이 좀 많았다. 

작년 여행과 다르게 이번에는 제대로 효도관광 드라이빙을 위해서 며칠 전부터 708090의 올드 팝과 발라드 가요, 트로트 등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준비하였다.    

본가에서 순천만 국가정원을 내비에 찍고,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재생하고 출발하였다. 첫곡은 ’아파트(영탁&류지광)‘이었다.

11월 3일 일요일 10시의 날씨는 적당히 따사로웠고, 도시 밖으로 나가는 차량 흐름은 순조로웠고, 차 안의 음악은 M여사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같았다. 

 

점심(섬진강 휴게소)

출발한 지 2시간이 못 되어서 남해고속도로 섬진강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우리 차 뒤쪽에서 ’000군 농촌지도자 연수‘라는 LED전광판을 단 관광버스가 정차하고 등산복과 편한 여행 복장의 어르신들이 웃고 떠들며 내렸다.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전부리와 음료를 사서 먹고 있었다. 왠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2024.11. M여사님표 유부초밥과 충무김밥, 소불고기
2024.11.점심(유부초밥과 충무김밥, 소불고기, 골드키위(단무지 아님))

M여사님도 휴게소 뒤의 산책 공원 쪽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으니 거기서 점심을 먹자고 하셨다. 간단하게 요깃거리만 싸왔다고 하셨다. 휴게소 주차장 옆에 약간의 계단을 올라가니 벤치와 그늘막, 야외 체력 단련 기구들이 있는 작은 공원이 나왔다. 그늘막에 아무도 없어 자리를 펼치고 M여사님의 도시락을 펼쳤다. 

메뉴는 유부초밥과 충무김밥, 소불고기, 골드키위였다. 점심 밖에서 사 먹으면 되는데 아침에 준비한다고 힘드셨을 것 같다고 말하자, M여사님은 그냥 있는 반찬에 밥만 조금 준비했다고 쿨하게 말하셨다. 

2024.11. 섬진강 휴게소 내의 '호남고속도로 기념탑'
2024.11. 섬진강 휴게소 내의 '호남고속도로 기념탑'

점심을 먹고 산책공원을 둘러보니, 호남고속도로 기념탑이 있었다.

2024.11. 섬진강 휴게소 내의 '호남고속도로 기념탑' 머릿글

’1974년 11월 14일 건설부장관 김재규‘라는 머리글 속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10.26 이후 용케 머리글이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기념탑 옆면의 부조나 상단의 석상을 보니, 고속도로 완공 당시에는 국가적인 기념이 될 정도로 공을 들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천만 국가정원 주차장

1시간 정도 섬진강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출발하였다.

 

남해고속도로 순천 IC에서 내려와서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갔다.  일요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의 순천만 국가정원 동문주차장은 조금 붐볐다. 주차장 밖 도로에서부터 대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국가정원 출입구 가까운 쪽 주차장은 만차여서 조금 먼 제4주차장까지 차량을 따라 이동하였다. 

제4주차장에서도 만차라서 두어 바퀴를 돌면서 나가는 차를 기다리다 재수 좋게 빈자리가 나서 주차장에 들어온 지 15분 정도만에 주차를 하였다. 

국가정원 매표소에서 성인 1명의 입장권을 샀다. 입장료는 1만 원이었다.

M여사님은 만 65세 경로우대가 적용되어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돈을 절약해서 좋기도 했지만 M여사님의 연세에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즐거운 여행을 즐겨보세요

scbay.suncheon.go.kr

 

순천만 국가정원 내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호수와 봉화언덕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호수와 봉화언덕

국가정원으로 입장하자 아직 더운 11월의 햇빛, 파란 하늘, 잘 가꾸어진 정원의 화려한 꽃과 조경의 색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따가운 햇볕으로 선글라스와 양산을 쓴 M여사님의 기분도 덩달아 좋은 것 같아 보였다.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내 봉화언덕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내 봉화언덕


정원 관람객도 제법 많았지만 부지가 넓어서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먼저 앞에 보이는 호수 속의 봉화언덕을 빙글빙글 돌며 M여사님과 올라갔다.

 크게 움직임이 많지 않았지만 날씨 때문에 좀 더웠다.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내 봉화언덕 위에서 바라본 풍경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내 봉화언덕 위에서 바라본 풍경

M여사님의 컨디션을 생각하여 정원 내를 많이 걷고 많이 보기보다는 좀 편하게 구경하는 걸로 노선을 바꿨다. 마침 순천동천 건너편에 큐브 고가철이  다니고 있는 게 보였다. 

저 큐브 전철을 타면 좀 편하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아 M여사님을 스카이 큐브 전철역으로 모시고 갔다.  

 

주변 사람을 보니 입구에서 정원 지도를 안갖고 왔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하지만 정원내에 안내판과 방향 지시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헤매지 않고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정원역(순천만 국가정원 내)

스페이스 브릿지를 건너면서 다양한 전시물과 내부 분수가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내 정원역

정원역에서 20~30분 정도 대기하면 스카이 큐브 전철을 탈 수 있었다. 탑승 요금은 편도 6000원, 왕복 8000원이었다.  


기다렸다 큐브 전철을 탔다. 작은 케이블카처럼 큐브 전철 내 벤치 좌석에 4명이 나란히 마주 보게 앉아 8명이 타는 구조였지만, 성인이 4명이 타면 좀 엉덩이가 좁게 느껴졌다.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스카이 큐브 전철 풍경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스카이 큐브 전철 풍경

큐브 전철을 타고 고가철로를 달리면서 순천만 주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0분 정도를 달려 문학관역에 정차했다. 

문학관역(순천만 국가정원 내)

문학관역에서 밖으로 나가면 순천만 갈대군락지로 가는 갈대열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별로 기다리지 않고 금방 갈대열차를 타고 순천만 갈대군락지로 갔다. 갈대열차라고 하지만 궤도가 아니라 도로를 달리는 오픈 미니버스 비슷한 형태였다.

2024.11. 순천만 갈대군락지로 가는 꼬마열차 안
2024.11. 순천만 갈대군락지로 가는 갈대열차 안

M여사님은 매끄럽게 나가지만 밀폐된 큐브 전철보다 덜컹거리고 느리지만 열려 있는 갈대열차가 더 재밌다고 하셨다.

 

순천만 갈대군락지

갈대열차에서 내리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순천만 갈대군락지로 걷고 있었다.

2024.11. 순천만 갈대군락지로 가는 다리
2024.11. 순천만 갈대군락지로 가는 다리

M여사님은 사람 많고 좁은 다리 위를 걷는 게 좀 부담스러웠는지 다리를 건너지 않고 멀리서 갈대 군락지를 보시고는 돌아가자고 하셨다.

다시 문학관역으로 돌아가는 갈대열차를 기다리는 줄을 조금 긴 편이었다. 

몇몇 청춘 남녀는 순천만 갈대군락지에서 문학관역까지 갈대열차를 타지 않고, 손잡고 15분 정도의 길을 걸어가기도 했다.

부럽고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문학관역에서 복귀하는 큐브 전철을 기다렸다 타고 정원역으로 타고 왔다. 


순천만 국가정원 식물원

2024.11. 늦은 오후 순천만 국가정원
2024.11. 늦은 오후 순천만 국가정원

오후 4시가 되자 해가 좀 넘어가고 그림자가 길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원의 생생한 색에 노란색 햇빛이 물어 들어갔다.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시간이 바꾼 색을 즐기며 M여사님과 걸어갔다. 다시 정원 출입구를 지나서 식물원 건물로 가며 앞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식물원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식물원

식물원 건물은 제법 컸다. 원형 건물 전체가 온실로 되어 있는 게 신기했다. 원형의 건물 안 동선을 돌아가며 다양한 식물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식물원 내부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식물원 내부

건물 안에서 우렁차게 떨어지는 인공폭포도 제법 박력 있고 답답하게 느껴질 온실 건물 안을 쾌적하게 만들어주었다.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식물원 내부에서 바라본 석양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식물원 내부에서 바라본 석양

2층은 별도의 플로어가 없이 난간으로 이루진 길이 공중에 떠었있다.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 길을 걷고 있으니 해가 지며 노을을 만들고 있었다. 가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아프리카 사바나의 석양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식물원을 관람하고 나오니 해는 이미 지고 어둠이 오기 전의 노을이 정원에 깔렸다. 
M여사님과 벤치에 앉아서 사라지는 노을과 귀가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2024.11. 해가 진 순천만 국가정원
2024.11. 해가 진 순천만 국가정원

1박을 하니 21시까지 야간의 정원도 볼 수 있지만 M여사님의 체력을 생각하여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식사, 할 말 많은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가 떠나고 남아 있는 차량은 별로 없었다. 

저녁 식사는 M여사님의 피로도와 순천이라는 특성을 생각해서 꼬막정식 식당으로 내비앱으로 검색했다. 

별 4개에 15분 거리의 식당을 추천해 줘서 차를 출발시켰다. 

식당은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쉽게 주차하고 들어갔다. 

생각보다 메뉴 가격이 비싼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모친을 모셔놓고 식당을 다시 나가기 뭐해서 주문을 했다.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근처 어느 식당의 꼬막정식(식사 중 촬영)
2024.11. 순천만 국가정원 근처 어느 식당의 꼬막정식(식사 중 촬영)

만족스러운 식사는 아니었다. 

그냥 관광지에서 돈 대비 만족도에서 손해 보고 먹은 느낌이었다.

딱 그 정도 였다.

 

귀찮아도 사전 맛집 검색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내비 앱의 추천 식당은 이제 pass 하는 걸로...)

 

순천에서 여수로 가는 길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저녁을 먹고 호텔로 길을 나섰다. 

호텔은 여수의 라마다 프라자 바이 윈덤 여수로 하였다. 

고급 호텔이지만 일요일 숙박에 인터넷 할인 등을 적용하니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야간에 순천에서 여수로 가는 길은 좀 헷갈렸다. 2번 정도 분기점을 놓쳐서 다시 돌아서 갔다. 

 

그래도 M여사님과 차 안에서 함께 세월을 공유할 수 있는 노래를 들으며,

1시간 정도 이런저런 사는 얘기, 추억 얘기를 하며 모자간의 친밀한 시간을 가졌다. 

 

여수 라마다 호텔

 

호텔에 도착해서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기를 찾아 물려 놓고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짐을 풀었다. 

생전 처음 M여사님을 모시고 숙박 여행을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좀 더 젊고 M여사님이 좀 더 정정하실 때 좋은 곳에 모시고 다니지 못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2024.11. 여수 라마다 호텔 객실
2024.11. 여수 라마다 호텔 객실

호텔은 준수했다. 19층의 전망도 좋았다. 침대와 침구도 적당히 포근하다고 하셨다.

 

반백살을 바라보는 아들이지만,  엄마 손을  잡고 잘 수 있는 밤이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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