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2024.11.21.~11.22.
여행지:전주
날씨:맑음
기온:8~15도
세상은 바쁘지 않아, 그냥 당신 바쁜 거야.
세상은 당신에게 바라는 게 없어, 그냥 당신이 세상에 바라는 거야.
● 여행의 시작
두 달 정도 전에 전북 전주에 출장이 잡혔다. 9월 당시에는 11월에 크게 바쁠지 모르고, 우리 부서에 갈 사람 없으면 제가 가지요라고 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는 계절에는 아무도 먼 지역에 출장 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기에 그냥 바람도 쐴 겸해서 자원했다.
그렇게 별일 아닌 출장에 대해서 잊고 있다 막상 출장 가는 주가 닥치자 바빠서 제대로 출장 신청도 못 올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출장 취소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출장 파트너 업체도 곤란할 것 같아 그대로 가기로 했다.
● 출발
전주로 가는 길을 자차로 갈지, 회사차로 갈지, 대중교통을 탈지 고민하였다. 자차로 가면 교통비 정산에서 손해보는 기분이 들고, 회사차로 가려니 목요일이라서 그런지 이미 대차 상태였다. 그냥 편하게 대중교통을 선택하였다. 전주로 가는 고속버스 편이 자주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전날 예약을 해서 시간 맞춰 탈 수 있었다.
오전 9시에 고속버스에 올라타자 전주로 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늦은 가을의 고속도로 경치나 구경하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좌석을 젖혀 앉았다.
생각과는 다르게 고속버스 출발하고 잠이 들었다. 1시간 넘게 자다가 차가 대전-진주 고속도로의 산청 부근에서 깨었다. 조금 있다 버스는 휴게소에 섰고 15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졌다.
고속버스가 진안 부근을 지나가자 마이산이 보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보는 마이산의 풍경은 늘 새롭고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3시간이 좀 지나서 차는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전주고속버스터미널은 처음 와보았다. 규모는 광주, 서울, 부산에 비해서 좀 작아 보였다. 시설은 그럭저럭 나빠보이지 않았다.
점심 때가 되어 근처에서 식사를 할까 하다가 여행의 지혜라고 할까 기차역, 터미널, 공항 내 식당은 비싸기만하고 늘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출장지 근처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 출장
출장지는 전주 시청 근처였다. 밥집은 많이 있었고, 오후 1시가 조금 넘어서 손님은 대부분 빠져 나갔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 않아 1인 식사를 할지, 점심을 건너 뛸지 고민을 했다. 고속버스에서 11시 넘어 먹은 주전부리가 아직 허기를 달래주고 있었다.
그냥 출장 업무 마치고 이른 저녁이나 먹자는 마음을 먹었다.
출장 업무와 회의는 생각보다 길어져서 오후 5시 정도에 끝났다. 아마 상대방이 오후 6시 퇴근시간이 아니었다면 더 길어졌을지도 몰랐다.
● 숙소
업무를 마친 김에 집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지만 1박 2일 출장인 관계로 예약한 호텔로 이동하였다.
숙소는 라한호텔 전주였다. 나름 고급 호텔이라서 그런지 객실과 편의 시설이 깔끔했다.
● 전주 한옥마을, 밤의 산책
숙소가 전주 한옥마을 옆이라서 3년전 친구 결혼식 때 근처에 왔던 기억이 났다. 벌써 3년이 되었구나라는 생각과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어 짐을 던져 놓고 밖으로 나섰다.
2021.11.16 - [0600_여행] - 전북 전주 여행기(풍남문, 경기전, 전주수목원)
11월 하순 목요일 오후 7시쯤의 한옥마을은 차분했다. 저녁 기온도 남쪽과 다르게 2~3도 정도 낮아 쌀쌀하게 느껴졌다. 유명한 식당이나 괜찮아 보이는 카페, 큰 기념품 가게에는 사람이 있고,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고 있었다. 사주, 궁합, 운세 등을 봐주는 점집(?) 부스는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쌀쌀해진 평일 저녁시간에 한옥거리에는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관광객이 적당히 있었다. 그중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낯선 곳의 낯선 시간 속에서 혼자 밤거리를 걷고 있는 기분이 좋았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의 전동성당을 보러 갔다가 한옥마을 가로질러, 천주교 전주교구청도 올라가보았다.
영화 ‘비긴 어게인’(2014)에서 여주인공(키아라 나이틀리)과 그를 돕는 프로듀서(마크 러팔로)가 심야에 뉴욕 밤거리를 걸으면서 음악과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이때 음악이 있으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어폰을 안 갖고 나와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머릿속으로 ‘미드나이트 재즈’와 같은 음악이 흐린다고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걸으며 밤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조금 춥고 쌀쌀했지만 딱 좋았다.
● 둘째 날 아침
호텔 객실을 포근하고 따뜻했다.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밖은 이제 막 밝아지고 있었다. 객실에는 욕조도 있었지만 샤워만 했다. 어제 점심, 저녁은 건너뛰고 간식만 먹어서, 아침 식사는 제대로 하기 위해서 호텔 조식당으로 갔다.
호텔에서 단체 워크샵이 있었는지 행사 참석자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많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 뷔페는 맛있게 먹었다. 한식 메뉴로 곰탕이 있어 밥과 곰탕, 밑반찬으로 먹고, 샐러드, 달걀, 베이컨, 빵으로 한번 더 먹고, 마지막으로 과일과 디저트로 세 접시를 먹었다.
● 전주 한옥마을, 오전 산책
오전 8시 10분 정도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올라와서 하릴없이TV나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 바로 한옥 마을로 산책을 나갔다.
아침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는 의 한옥마을은 차분했고 청소와 정리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게들은 아직 문을 열고 있지 않았고 관광객도 거의 없었다. 그냥 한옥으로 된 동네라고 생각이 들었다. 몇몇 학생들이 늦은 등교를 위해 한옥마을 거리를 무심히 뛰어가고 있었다.
어제 가보지 않은 방향인 전주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관광지가 아닌 전주 동네의 아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할아버지, 가게 앞을 빗질하고 있는 아주머니,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대학생 등 다양한 일상이 눈에 보였다.
평소 같으면 나도 우리 지역에서 출근한다고 눈여겨보지 못했던 장면인데, 타 지역에서 이렇게 관찰자처럼 산책하다 보니 일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여행의 복귀
오전 10시쯤에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출장 파트너 업체에 연락하니 큰일은 없고, 어제 못 받은 서류를 받아가라고 해서, 고속버스터미널로 가기 전에 들러 받았다.
예상보다 출장 업무가 빨리 끝난 편이라서 오후 복귀 고속버스 예약을 정오 출발 편으로 변경하였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에 갈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출장)은 바쁜 업무 중에 약간의 마음의 여유를 주었다.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본 내 일상은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여행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본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다른 사람의 일상 살펴보니, 문득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뭐 업무나 회사일이 평생 바쁠 것도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가리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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