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지금 순간을 느끼는 거죠.. 과거는 그냥 추억이고, 미래는 희망이라고 하죠.
여행일:2024.11.3.~11.4.
여행지:순천, 여수, 남해
날씨:맑음, 흐림
기온:17~23도
첫째 날 여행
둘째 날 아침
아침 6시가 조금 넘었을 때, 아직 밖은 미명이 가시지 않았다. 호텔 19층 창밖은 먼 여수 바다의 어둠과 가까운 거리의 불빛이 함께 보였다.
새벽잠이 줄어드는 나이인가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드척이는 소리에 M여사님도 깨셨다.
아침에 나갈 채비를 하다 보니 금방 해가 솟았다. 11월 답지 않게 따뜻한 기온의 아침이었다.
식사로 어제 갖고 온 주전부리와 각종 간식을 따뜻한 차와 함께 먹었다.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갈까 생각했지만, 어제 저녁의 가격 대비 실망스러움과 남은 음식들 때문에 그냥 가볍게 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여수 오동항 입구
9시 즈음에.
월요일 오전 9시의 공영 주차장은 거의 차들이 없어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오동항 입구까지는 이른 아침 단체 관광버스 관광객 말고는 없었다.
근처 노점의 주전부리 가게도 막 장사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햇빛은 따갑게 비치기 시작했다. 오동항 입구에서 방파제를 가로질러가는 꼬마열차가 있어서 M여사님과 탔다. 편도 가격은 1천원 이었다.
전에 왔을 때 주말에는 꼬마 열차를 타기 위해 길게 줄 섰던 것 같은데, 월요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탔다.
꼬마열차는 방파제 끝의 음악분수 앞에 섰다.
M여사님의 다리를 생각해서 산 위의 오동도항로표지관리소는 따로 올라가지 않고, 방파제 인근을 천천히 산책했다.
11월이지만 방금 뜬 9시의 햇빛과 수평선의 바다는 모두 눈 부시게 파랬다.
딱 트힌 파란 바다에 M여사님을 모시고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보는 복작하고 억척스러울 것 같은 작은 어촌항 앞의 바다와 다른 뭔가 큰 바다(大洋)의 호쾌함이 느껴졌다.
10시쯤 다시 돌아가는 꼬마열차를 타고 오동항 입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기차도 편도 표를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사람이 없어 별 대기 없이 금방 탈 수 있었다.
오동항 입구에서 공영주차장 타워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도 줄을 서야 한다는 표시가 있었지만, 월요일 아침은 아무런 대기 없이 바로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M여사님이 케이블카는 별로 타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냥 전망대만 한 바퀴 둘러보았다. 전망대의 난관에는 여러 사람들의 소망을 적어놓은 나무 명패가 셀 수 없을 만큼 걸려 있었다.
소망을 적을 수 있는 나무 명패는 전망대 매점에서 파는 것 같았는데, 월요일 오전은 매점이 닫혀 있어 구할 수 없었다. 대신 저 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소망을 빌었다.
모두가 이곳에서 함께한 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빌었다고 생각하니 좀 더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왔다.
타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서 바로 주차장으로 가서 남해 보리암을 내비에 찍고 출발하였다.
가까워 보이는 거리였지만, 여수와 남해를 이어주는 다리가 없으니, 광양으로 해서 하동까지 올라갔다 남해로 들어가면 대충 1시간 40분 80km 정도의 거리였다.
남해 가는 길
여수에서 남해로 가는 길은 광양의 이순신대교를 넘어가는 경로를 택하였다.
M여사님은 여수국가산업단지 옆 도로를 달릴 때 덤프트럭, 트레일러, 대형 유조차 등이 옆에 많이 달려서 좀 불안해 하시는 것 같았다.
M여사님께 자차로 바다 위 대교를 넘어가는 드라이빙의 경치를 보여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승용차로는 차고가 낮아서 이순신대교의 교량 난간에 가려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밑의 경치를 보기 힘들어 아쉬웠다. 이때는 차고가 높은 관광버스가 좀 더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시간이 지난 월요일 시간대라서 그런 지, 이순신 대교 위는 1개 차선씩 막고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은근히 통행이 정체되었다.
다행히 이순신대교를 넘어 고속도로가 아닌 남해로 가는 국도로 가자 산업용 대형 차량이 제법 줄어들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남해 보리암
며칠 전 인터넷으로 보리암 가는 길을 서핑해 보니, 주말에는 차가 많아서 보리암 아래쪽의 제2주차장에 주차하고 순환버스를 타고 제1주차장과 매표소로 올라가야 한다고 나왔었다.
이런 곳의 주차장은 주말에는 주차 대기 시간만 30~60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평소에는 가기 꺼려졌지만, 월요일은 크게 붐비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생각대로 월요일 12시경에는 제2주차장은 거의 텅텅 비어 있고, 대기 없이 바로 제1주차장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남해 보리암 제1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차 2대가 동시에 가기에는 조금 좁고 구불구불한 오르막이었지만, 마주치며 내려오는 차가 별로 없어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제2주차장에서 15분 정도 쉬지 않고 느린 속도로 올라가니 제1주차장이 나왔다.
보리암 제1주차장은 대략 30~40대 정도 승용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보였다.
월요일 정오에는 제1주차장도 약간의 주차 대기가 필요했다. 길지는 않고 10분 정도 안에 나가는 차의 자리에 주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운 좋게 매표소에 가까운 쪽의 빈자리에 금방 주차할 수 있었다.
보리암은 제1주차장 옆 매표소에서 다시 2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보리암 입장료는 성인 1천원이었다. 만70만 이상 어르신은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제1주차장에서 보리암 가는 길은 20분 정도 걸어야 했고, 산꼭대기의 암자답게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이었다. 길은 콘크리트 포장과 테크 계단이 있어서 걷기 힘들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경사가 있어 연세가 있는 M여사님께는 조금 힘든 길이 아닐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M여사님은 불심佛心 파워인지 크게 힘든 내색 없이 잘 걸으셨다.
보리암은 남해 섬 앞의 먼 바다를 모두 바라보고 있는 멋진 곳이었다. 눈 앞의 산과 바다를 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M여사님은 보리암에 도착해서 먼저 보광전(普光殿)으로 들어가서 불공을 드리셨다.
종교는 없지만 나도 보광전 밖에서 합장하고 목례하며 온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 그리고 불전함에 약간의 돈을 시주하였다.
보리암을 한 바퀴 둘러보니 좁은 보광전 안 보다 아래쪽의 해수관음상 앞에 더 불공을 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왠지 좁은 보광전 보다 열려 있는 야외의 커다란 해수관음상을 보니 나도 저절로 불공을 드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여수에서 출발할 때 11월의 햇살은 따가웠는데, 남해 보리암이 있는 산정에서는 기온이 선선해서 햇살이 딱 알맞게 따뜻했다.
한 숨을 돌리고 보광전 맞은편 간성각 건물 마루에 앉아 갖고 온 두유와 과일, 떡을 먹으며 M여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보리암과 관람객을 구경했다.
평일이지만 보리암에는 여러 유형의 관람객들이 오갔다. 단체 등산객 차림의 어르신들, M여사님보다는 조금 젊은것 같은 노부부, 결혼한 지 몇 년 안 되었을 것 같은 부부와 시부모(또는 처부모), 다 큰 딸과 엄마, 초등학생 같은 아이와 함께 온 내 또래 부부 등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했다.
태어난지 백일도 안되어 보이는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도 있어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속마음으로 그 아기에서 부처님의 자비와 은덕이 있기를 빌었다.
M여사님께 왜 보리암에 오자고 하셨는지 물어보았다. 그냥 전에 동네 사람이 한번 다녀오고 나서 좋다고 자랑해서 가보고 싶었는데, 올 방법이 없었는데, 아들 덕분에 이 좋은 곳에 편하게 왔다고 공치사를 하셨다.
서로의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좀 더 M여사님과 함께 좋은 곳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반성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를 구경하고 다시 보리암에서 제1주차장으로 걸어왔다.
차를 타고 남해 어딘가에서 들러 점심을 먹을지, 남해 독일마을을 한번 가볼지 M여사님께 물으니, 맨날 먹는 밥 대신 독일마을에 한번 가보자고 했다.
남해 독일 마을
보리암에서 남해 독일마을은 한 40분 정도 걸렸다. 월요일 오후는 독일마을 주차장은 한적해서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사실 남해 독일마을은 젊은이들의 SNS취향으로 M여사님의 취향에 맞을지 걱정스러웠는데, 의외로 M여사님은 좋아하셨다. 정말 책자에서 본 독일, 스위스의 마을 풍경 같다고 했다. 언제, 어떤 책자를 보신 건지 궁금했지만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전에 주말에 왔을때는 비가 내려도 젊은 커플들이 좁은 독일 마을 거리를 많이 다니며 채우고 있어 좀 걷기 힘들었는데, 월요일에 오니 정말 유럽의 시골 거리처럼 조용해서 걷기에 좋았다.
독일마을에서 간단한 점심 요기를 하려고 했는데, 오후 3시 브레이크타임이 걸려서 좀 애매했다. M여사님께 커피, 라떼는 어떠시냐고 했더니, 약간 더우니까 아이스크림을 선택하셨다.
오후 4시에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차를 탔다. 집까지 시간은 3시간 정도로 잡혔다.
집으로 오는 길
귀가는 남해에서 창선대교를 건너 삼천포, 사천의 국도를 지나 사천IC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탔다. 삼천포, 사천 부근은 부친의 고향인데 부친도 함께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여사님도 주변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며 피곤한 귀갓길에도 사천 인근의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계셨다.
해가 길어져서 져가는 귀가길은 M여사님의 추억과 피곤함을 생각해서 크게 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사천에서 흔치 않은 커피전문점 드라이브스루에서 따뜻한 커피라도 테이크아웃해서 달려야 하는데, M여사님은 커피는 괜찮다고 하셨다. 드라이브스루를 지나치고 나서 따뜻한 밀크티나 다른 음료를 주문할 걸 하고 후회가 들었다.
월요일 오후 퇴근 시간의 부산 방면 남해고속도로는 제법 막혔다.
따뜻했지만 해가 짧은 11월의 월요일은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려 있었다.
옆자리의 M여사님은 새근새근 주무시고 계셨다.
주무시는 M여사님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 드리고 싶은데, 왠지 잠이 깨실까 망설여졌다.
차안의 음악 소리를 줄이고 안전하게 집으로 계속 운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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