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살았던 UR주택은 14층짜리 맨션 단지였다.
도쿄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대단지였고, 세대도 총 700세대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마치 한국의 80년대 복도식 아파트 같은 느낌이었다.
아파트에 익숙한 나에게는 꽤 정감이 갔다.
복도 끝마다 쓰레기봉투 떨어트릴수 있는 쓰레기 낙하 구도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서, 아침 출근 때 내려가는 게 답답한 것 말고는 다 괜찮았다.
역도 단지 바로 근처에 있었다.
다만, 일본회사와는 ㄷ자로 2번 환승해서 가야 하는 전철 노선이 맘에 들지 않았다.
전철로 집에서 회사까지 통근하면 70분 정도 걸렸다.
2번 환승해야 하니, 앉아서 뭘 하기도 애매했다.
두 달은 정기권 비싸게 사서 꾸역꾸역 다녔다.
9월이 되어서 선선해지는 게 느껴지면서, 자전거로 이사하기 전의 동네까지 가서,
그곳 역에서 3코스 전철을 타고 출근하였다.
ㄷ자 대신 / 자로 자전거로 전철 환승 구간을 가로질러갔다.
그렇게 해도 총 70분이 걸렸다.
자전거만 타고 8Km를 50분 정도 달리고, 전철과 회사까지 걸어가면 20분 정도 걸렸다. 이때 정말 자전거 많이 탔었다.
비가 오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일일권을 사서 전철 타고 출퇴근했다.
아침에 자전거 타고 가면서 지나는 여러 도쿄 변두리의 여러 일상이 좋았다.
일본인들도 별반 사는거 다름없구나 라는 것도 느꼈다.
초등학교 앞을 지나고, 소방서 앞도 지나고, 무슨 중/고등학교도 지나고, 공원도 지나고,
다른 노선 전철역 앞도 지나고 하면서, 일상의 풍경이 가깝게 느껴졌다.
퇴근길에 반대로 가정으로 복귀하는 일본인들의 풍경에서 향수병을 느꼈다.
병아리 같은 초등학생도, 재잘거리는 중학생도, 한결 가벼운 표정의 직장인도 다 집으로, 가족에게 가는데,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집에 가도 열쇠로 문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는 공간밖에 없다란 생각이 들었다.
퇴근할 때는 무조건 단지 앞의 큰 세이유나 이토요우카도 같은 슈퍼마켓에 들렀다.
한국의 마트 수준이었다. 거기서 살게 없어도 반찬, 과자, 음료, 생필품을 사면서 사람과 부대끼는 느낌이 좋았다.
또 하루의 수고를 당장 손에 잡히는 작은 먹거리라도 바꾸어서 손에 쥐고, 입에 넣는 게 좋았다.
통장에 쌓이는 급여는 사이버머니인지 게임레벨 점수인지 아무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단지 되돌 수 없는 나의 시간을 비싼 돈으로 바꿔서 쌓고 있는 점수처럼 느껴졌다.
함께 살던 친구는 자주 한국에 갔다.
한 두달에 한번 일주일 정도 갔다 왔다.
세 번째 한국 갔다 오고 나서, 선을 봤고, 아마 결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같이 살 꺼라고 했다.
그 친구의 결혼에 대한 속전속결 결정이 놀랍고, 이제 혼자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부러웠다.
일본인 여자친구나 애인을 사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 귀국하게 되면 이별할 거란 생각이 들어서 굳이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일본에서 평생 살고 싶은 않은 것처럼 일본 여자도 한국에서 평생 살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4년간의 일본직장생활에서 일본 여자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3년차의 일본 생활은 좋은(괜찮은) 집에 살아도 결국 혼자라서 외롭다.
그리고 여기서는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시기였다.
주변의 한국인 동기도 2006년 하반기부터 귀국한다는 연락이 왔다.
함께 살던 친구도 결혼해서 나가겠다고 하였다.
이젠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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