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의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먼저, 2008년 2월 29일까지 일본회사를 출근한 후, 퇴사한다.
다음, 2008년 3월 21일 정도에 한국으로 귀국한다.
2개의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사이의 각종 정리 절차의 귀찮은 디테일이 숨어 있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모든 걸 버리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마당에 큰 문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우선 회사 근처에 살던 집은 3월 2일쯤 퇴거하기로 하였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면 굳이 그 곳에 오래 있을 필요가 없었다.
대신 살 곳으로 2003년 한국에서 IT일본어연수 때 같은 반이 동기형 집에
2주 정도 신세를 지기로 하였다.
동기형께 1개월 정도 월세 또는 하숙비를 드리려고 했는데,
의리와 맘씨 좋은 형은 거절하고 편하게 지내게 해주었다.
회사 근처의 집에 있던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등은 유학생 카페에
중고로 일괄 처분하였다. 도쿄에 유학 온 학생분이 3월 1일쯤에 전부 인수해갔다.
냉장고, 세탁기, 가스렌지, 티비, 선풍기, 다리미, 전기밥솥, 컴퓨터 책상과 컴퓨터 의자,
3단 책장 등 해서 3~4만엔에 넘겼다.
살림살이가 없어진 집에서 3~4일간 먹고 자고 했다. 이부자리는 버릴 거라서 갖고
있었고, 식사는 매끼 도시락과 빵, 컵라면을 먹었다.
이 3~4일 동안 나름대로 귀국 이사를 하였다.
우선 집앞 큰 슈퍼에서 튼튼한 골판지 박스를 모았다.
4년간 일본생활에서 늘어난 재산을 박스에 단단히 포장하여 국제 우편으로 한국 본가로 보냈다.
우체국에서 방문 택배회수가 가능한 일본 국제 우편 EMS는 박스 무게당 비용이 높았다.
대충 IT 및 관심 분야 서적과 당장 안 입는 옷, 학습용 시스코 라우터 장비, 데스크톱 컴퓨터와
모니터, 스피커 등을 챙겨넣으니, 사과상자 정도 크기로 8개 정도 나왔다.
무게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걸 모두 EMS로 보내면, 10만 엔 정도를 각오해야 했다.
국제 우편 비용 발송 절약하기 위해 우첵국에 직접 방문하여, 국제 우편 배편(후나빙)으로
모두 보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EMS는 2~3일 만에 도착하지만, 국제 우편 배편은 2~4주 정도
걸린다고 설명해주었다. OK했다. 어차피 3월 21일 이후 귀국이고, 한국 본가의 내방 살림도
그대로 있어서 귀국후 당장 생활에도 문제는 없었다.
생활자전거 뒷자리에 상자 1개씩 싣고 8번 1km 정도 떨어진 우체국을 왔다 갔다 하였다.
한 두번 방문은 우체국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했는데,
세 번째 이후부터는 엥? 하는 분위기와 한숨 쉬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무튼 하루에 4번씩 이틀에 걸쳐 우체국에서 국제 우편 배편으로 남은 살림을 다 보냈다.
결과적으로 한국 세관 문제인지, 하루의 접수 시간차가 있어서 인지, 첫날 보낸 상자 4개 중
3개는 3월 17일 정도에 미리 도착했고, 둘째 날 보낸 4개 상자는 3월 28일 정도 늦게 도착하였다.
첫날의 나머지 1개 상자는 세관 검사때문인지 상자 개봉 흔적과 내가 쓰지 않은 테이프로 다시
봉해져서 3월 30일쯤 제일 늦게 도착하였다.
이렇게 살던 집을 다 치우고, 퇴거 마지막 날 오전에 UR주택 심사원 분이 와서, 퇴거 전 집 상태를
확인하고 서류를 작성하였다. 주택의 파손, 훼손, 오염 등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수도와 하수처리, 화장실/욕실 청결상태, 침실 다다미 상태 등을 간단히 보는 것 같았다.
특별히 트집 잡거나 깐깐하지 않았다.
나도 벽지 생활 오염, 바닥 생활 기스 문제로 보증금 깎일 수 있다고 인터넷에서 봐서
내심 걱정했는데,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 집에서 1년밖에 살지 않았고, 막 쓰거나 더럽게 생활하지도 않아서,
양호하다고 판단했던것 같다.
심사원이 집 상태 서류에 체크하고, 간단한 설명을 듣고, 최종 사인해주니 돌아갔다.
나도 마지막으로 처음 일본에 올때 처럼, 40L 등산배낭과 28L 캐리어에 생활 옷가지와 세면도구,
중고 노트북, 필름 카메라 등을 챙겨서 동기형 집으로 갔다.
집의 열쇠는 단지 관리사무소에 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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