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2024.5.23.~5.28.
여행지:일본 하우스텐보스, 나가사키, 후쿠오카
날씨:맑음, 흐림, 비
기온:21~29도
출발 → 김해공항 → 후쿠오카공항 → 하우스텐보스(2박) → 나가사키 평화공원, 수변공원, 로프웨이 전망대(1박), 구라바정원 → 후쿠오카 텐진(1박), 우미노미치공원(1박) → 후쿠오카공항 → 김해공항 → 귀가
● 나가사끼역 앞 육교
고속버스에 내린 뒤 나가사끼역 앞의 방향이 헷갈려서 5분 정도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오후 1시의 역 앞은 무척 더웠다. 나가사끼역 앞도 교통의 흐름 때문인지, 여러 방향의 육교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예전의 일본 생활에서는 일본 전철역 앞의 복잡하게 연결된 육교가 보행자에게 편리함을 주고 선진화된 시설 같아 보였는데, 이제는 노후된 차량 우선 시설처럼 보였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 2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노후화 되어가는 연결 육교를 계속 유지하는 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는 육교를 걷어내고 차가 막혀도 보행자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다시 세우는 것 같던데...(특히 초등학교...( 근처의 노란색 횡단보도와 노란 점멸 신호등과 안전표시를 강화는 것은 정말 잘하는 일인 것 같다.)
더운날에 캐리어를 들고 육교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니 좀 짜증이 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앞에 70~80살 정도의 일본 노인분도 육교 손잡이를 잡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차보다는 사람을 위해서, 횡단보도를 놓는 게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강화되었다.
● 나가사끼역 호텔(윙포트 호텔)
객실 안내|호텔 윙그포트나가사키【공식】 (wingport.com)
나가사끼에서 1박을 할 호텔은 윙포트 호텔 나가사끼ウィングポートホテル 長崎이었다. 토요코인 호텔과 같은 전형적인 일본 비즈니스 호텔 체인이었다. 보통 가족 여행자보다는 회사원이 타 지역에 출장올 때 이용하는 호텔이었다.
하우스텐보스에서 가족 리조트형의 중고급(?) 호텔에서 2박을 했으니, 나가사끼에서는 실속형으로 (싸게) 1박 하고 넘어가려는 J의 뜻이었다. 싼 여관이든 비싼 호텔이든 낯선 곳에서 편하게 체류할 수 있는 곳 자체로 만족하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오후 3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여, 우선 프론트에 사전 체크인 절차를 하고, 캐리어 짐을 맡겼다. 객실 카드는 오후 3시에 준다고 했다. 여기도 관광세나 온천세 같은 잡다한 추가 비용이 없어서 좋았다.
작년 4월 후쿠오카 여행 때, 사전 예약에 결제 완료하고 호텔에 갔는데, 프론트에서 관광세나 온천세로 세금이라서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1인당 300엔씩 받아야 한다고 할 때, 지불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호텔 예약 사이트나 안내에 다 적혀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그냥 세금 포함해서 온라인으로 일괄 결제하면 될 것을 그놈의 ‘현금만 가능합니다現金のみです.’말에 현금 없는 사람은 어쩌라구라는 생각이 나서 짜증이 났다. 사실 일본 여행에서는 내가 불편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현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올해 여행에서는 편의점, 체인점, 대형 시설물, 인터넷 인기 가게 등에서는 대부분 신용카드를 쓸 수 있어 현금을 많이 쓰지는 않았다. 다만 버스 센터(하우스텐보스 버스 센터, 나가사키 관광 안내소, 나가사키 고속버스센터)에서 현장 발권, 결제에는 현금 밖에 안된다는 것은 좀 납득이 되지 않았다.
● 나가사끼역 관광안내소
캐리어를 호텔에 맡기고, 가벼운 가방만 챙겨서, 나가사끼역의 관광 안내소로 갔다.
왜 가는지 J에게 물으니, 관광 안내소에서 나가사끼 전철 1일권과 나가사끼 전망대 로프웨이 왕복 탑승권을 사야 한다고 했다.
작년에 서큐슈 신칸센이 개통되었다는 광고를 봐서인지, 나가사끼역과 인근 쇼핑몰(아뮤프라자) 건물이 상당히 새것으로 느껴졌다.
나가사키현의 가장 번화가인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일 오후 1시의 역 앞은 놀러 사람들로 아주 붐볐다. 역 앞 광장에서는 홋카이도 특산인지 ‘아이스크림 연인’이란 아이스크림 푸드 트럭과 팝업 스토어가 큰 규모로 행사를 하고 있었다.
순간 일본 서큐슈 끝에서 홋카이도까지의 거리는 정말 멀게 다가왔다. 일본이 길기는 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 안내소는 나가사끼역 건물 입구에 바로 있어서 쉽게 찾아 들어갔다. 관광 안내소에서는 여행객들의 짐을 맡아주는 것 같았다.
한쪽 벽면에는 나가사끼 관광 안내도와 각종 관광 홍보물이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있었다.
J에게 나가사키 전차 1일권과 전망대 로프웨이 왕복 탑승권을 사라는 미션을 받고 관광안내소 안쪽 상담원(인지 발권 직원인지)에게 일본어로 말했다.
중간에 J가 전망대 로프웨이 막차 시간은 언제인지, 평화공원의 폐장 시간은 언제인지, 구라바정원의 폐장 시간은 언제인지를 물어보라고 해서, J와 상담원과의 실시간 통역으로 진땀을 흘렸다.
상담원도 친절하게 응대는 해주었지만, 전차 1일권과 전망대 로프웨이 탑승권은 현금만 가능합니다라는 말에 좀 멀게 느껴졌다. 운수 회사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때문인지, 일부러 카드를 안 받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지막으로 나가사키역 앞에서 전망대 로프웨이 탑승장으로 가는 전용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 물어보라는 J의 미션을 상담원에게 물어보고 나서 관광 안내소를 나설 수 있었다.
로프웨이 전용 버스는 정규 버스가 아니어서인지 구글 지도앱에 안 나오고 인터넷이나 블로그 글들은 오래되거나 부정확한 게 많으니 그냥 현장에서 물어보는 게 낫다고 J가 말했다.
● 나가사끼역 앞 노면 전차역
다시 나가사끼역 앞 광장을 지나서 육교 위로 올라갔다 나가사끼역 앞 노면 전차역(정류소)으로(정류소) 내려갔다.
나가사끼 평화공원으로 가기 위해서 노면 전차를 탔다. 정말 1970년대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1량짜리 노면 전차였다. 저상버스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수송량 같았지만 나름 전철로써 정시성과 안정성이 있는 것 같았다.
나가사끼역 앞에서 평화공원은 한 10개 정도 정류소를 가야 했다. 토요일 오후 2시라서 그런지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이 많이 탔다. 일본 고등학교는 토요일 수업을 아직 하는 건지, 토요일은 동아리 활동만 하고 가는 건지(그래도 무조건 교복을 입어야 등교할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나가사끼 전차도 뒷문으로 타서, 내릴 때 앞문으로 내리며 전차 운전사가 보는 앞에서 현금을 투입함에 넣거나 교통카드를 터치하거나, 1일권을 보여주면 되었다. 우리는 1일권을 펼쳐 보여주고 내렸다.
● 나가사끼 평화공원
평화공원 앞에는 은근히 서양인들이 많았다. 아마 세계에서 유일한 원폭지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평화공원은 부산 용두산공원처럼 아래쪽 도로에서 작은 산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끝에는 분수가 펼쳐져 있었다.
분수를 돌아서 중앙 광장으로 가는 길은 양 옆으로 피폭 당시에 남았던 성당의 종과 위령비 같은 것이 있었고 중앙 광장 끝에는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어딘가 수평을 가리키고 앉아 있는 파란 청동 남자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청동상 주변은 얕은 물이 흘러서, 물 위의 동상이었다.
대부분의 일본 여행책자에서 나가사끼 여행 부분에 반드시 나와 있는 사진 속의 동상을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큰 규모였다. 동상의 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중앙 광장의 청동상 앞에서 묵념하고 주변을 살펴보는 것 같았다.
중앙광장 가장자리의 조경수 밑 그늘 벤치에는 현지인 노인분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도 외지인에게는 기념 공원이고 현지인에게는 휴식 장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조금 아래쪽의 1945년 8월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폭심지로 가보았다.
조금 작은 크기의 광장 형태의 공원으로 폭심지는 약간 지면 보다 아래로 파인 형태로 중심에는 비석이 있었다.
조금 옆에는 당시에 무너졌던 나가사끼 오우라 성당에 관한 기념 장소가 있었다. 다시 전차를 타러 돌아갔다.
● 나가사끼역 앞
전차를 타고 나가사끼역 앞 정류장에 내려서 역 옆의 아뮤플라자 건물의 세이유 슈퍼마켓으로 갔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늦은 점심으로 먹을 요깃거리와 생수, 빵과 과자의 주전부리를 사서 호텔로 갔다.
● 나가사끼 호텔
호텔에서 객실키와 맡겼던 캐리어를 받아 객실에 들어왔다. 객실은 예상대로 전형적인 비즈니스 호텔의 있을 것만 있는 형태였다. 오히려 나에게는 이런 구조가 편했다.
호텔 밖 풍경은 한국의 어느 도심 빌딩 뒤편과 비슷했다. 나가사끼는 일본 도시 답지 않게 산 위로도 건물과 주거지가 많은 게 특이했다. 부산의 산복도로 동네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저기 사람들은 자전거 타고 다니기 힘들겠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 온 음식을 먹으며 오늘 남은 일정을 이야기했다.. 다시 나간다고 해도 오후 4시가 넘을 거고 구라바정원으로 가도 오후 5시에는 폐장이니 충분히 보기 어렵다. 밤까지 나가지 않으면 비싸게 나가사끼 전차 1일권을 산 의미가 없다. 이런 대화였다. J가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서, 해변 공원을 가기로 했다.
● 나가사끼 카스텔라 가게
J가 인터넷을 찾아보다 나가사끼 3대 카스테라 가게 같은 것에 꽂혔다. 대부분 나가사끼역이나 후쿠오카 공항 면세점에서도 살 수 있지만, 한 군데 카스텔라는 본점 이외에서는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은 일본 왕실에도 납품되는 곳이라고 했다.
구라바공원 대신 나가사끼 수변공원을 가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있어서 그곳으로 나섰다.
카스텔라 가게 내의 상품은 제법 가격이 나갔다. 최고급 품은 4800엔 정도 했다. 유니폼을 입은 안 주인 같은 분이 각 상품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셨는데,원재료를 00지역의 상품上品으로 쓴다고 하는 것 같은데 크기 차이 말고는 잘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줄 카스텔라를 사서 카드로 결제하고 나왔다.
● 나가사끼 수변 공원
카스텔라 가게를 나와서 다시 나와 전차 정류장에서 수변 공원으로 가는 전차를 탔다.
나가사끼 수변 공원은 해수욕장처럼 모래사장일 알았는데, 연안여객선 선착장과 요트와 소형 선박의 마리나 시설, 잘 정돈된 잔디 공원 그리고 관공선 위주로 정박된 대형 접안 시설이 있었다.
토요일 오후 해 지는 시간에 맞춰서 놀러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젊은 친구들도 한쪽에서 열심히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었다.
내가 가 봤던 우리나라의 해안은 컨테이너가 가득한 부두이거나 치열한 삶 속의 어항漁港의 경제, 산업 시설이거나 그냥 개발되지 않은 해안이었는데, 이렇게 도시 속에 잘 가꿔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게 마음에 들었다.
해변 공원에서 일본 최초의 인공섬이자 개항장이었던 데지마出島 섬 방향으로 지는 해를 보며 산책을 했다.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 나가사끼 데지마섬 인근
데지마섬은 16세기 인공적으로 조성한 섬으로 당시 네덜란드, 중국 상선이 기항했던 쇄국 정책 중인 일본 최초, 유일의 개항장이라고 알고 있어서 어떤 섬 일지 기대를 했다. 당시 기술력으로 어떻게 인공섬을 만들었는지도 궁금했다. 그 인공섬 안에 식수나 주거 시설은 어떻게 관리했을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본 건지 모르겠지만, 데지마섬은 그냥 작은 학교 운동장 크기의 부유 시설인 것 같았다.
섬이라고 하지만 옆에 육지에서 5m 정도 떨어진 것 같았다. 그냥 육지에서 해자를 파서 바닷물을 유입시킨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공원에서 데지마섬 안쪽은 문화재인지 따로 들어가는 입구는 안보였고, 데지마섬 앞쪽의 바닷가에서는 식당가 ‘데지마’가 있었다. 작년 시드니에서 ‘서큘라키’ 부근에서 봤던 해변 식당의 느낌이 살짝 났다..
저기서 저녁을 먹자고 말했는데, J는 호텔 옆에 나가사끼 짬뽕 맛집이 있다고 거기로 가야 한다고 했다.
사실 크게 배고프지도 않고, 날 것은 좋아하지 않는 J의 식성과는 맞지 않을 식당가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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