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27.
한약, 효과는 어디서
미래에 대한 믿음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온다
지난주 업무 중에 문자가 왔다. ‘택배 문 앞에 두고 갑니다.‘ 택배 올 게 없는데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괜히 자주 쓰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다 배송완료 되었다고 나온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문 앞에 작지 않은 크기의 흰색 스티로폼 상자가 놓여 있다. 발신자를 보니 ’00한의원‘ 이다. 수신자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다.
택배 상자를 집으로 갖고 들어와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여름이고 살 빠진 것 같아서, 약 한 재 지었다. 빠뜨리지 말고 꼬박꼬박 먹어라.”
2~3달 전부터 체력적으로 제법 지쳐 있는 게 마음에 걸리셨던 것 같다.
'무슨 비싼 돈 주고 제 약을 지어셨어요. 그냥 아버지, 어머니 약이나 지으시지...'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어머니의 사랑에 토 달지 않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챙겨 먹을게요. 약 값은 제가 보내드릴게요.'
“됐다. 약 냉장고 넣어 놓고, 그냥 잘 챙겨 먹어라.”
세어 보니 한약은 42개로 2주 치이다.
같이 들어 있는 설명서에는
1. 약은 직사광선을 비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세요.
2. 식후 30분 이내로 드세요.
3. 데우지 않고 먹어도 괜찮습니다.
4. 복용 기간 중, 생무우, 생배추, 술, 커피는 드시지 마세요
로 적혀 있다.
한약 봉지는 ’자연이 준 한약‘ 이라고 적혀 있다. 사실 한약(보약)의 효과를 그렇게 신뢰하지는 않는 편이다. 나름 건강 체질이라고 생각해서 양약도 거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확실히 약을 먹는 횟수가 늘기는 했다.
몇 년 전에 받은 진료 이후 그냥 전화로 한약을 주문해면, 택배로 약이 오는 것도 편하지만 좀 의아하기도 했다. 그냥 영양제, 보충제로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까 싶었다.
그냥 복용 기간 중에 기름진 음식, 술, 커피를 안 먹고 담백한 식단과 규칙적이고 복용 습관으로 몸의 균형이 돌아온다 정도로 생각했다.
일주일 동안, 3번 정도 끼니 후 못 챙겨 먹기는 했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해서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 그냥 좀 덜 피곤한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잠자는 시간이 1시간 정도 줄었지만 낮 시간에 피곤함이 많이 줄었다.
'한약, 무시해서 미안해라는 생각' 과 '부모님께 더 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함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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