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는, 살아남은 게 강한 게 아니라, 강한 게가 살아남는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만 살아 있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2024.09.04 - [0500_독서]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채사장)
어제 오랜만에 블로그 글감을 올렸다. 대략 한달 만에 포스팅을 한 것 같다.
아직 블로그 글을 하나 쓸 때 힘이 많이 쓰인다.
변변치 않은 글을 아무렇게 끄적여 올리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다.
욕심, 나만의 기준
글이 변변치 않다 보니 창작 욕심이 강하게 들어간다.
대단한 작품을 창작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본 글을 긁어 오거나 내 지식인 양 포장해서 윤색하지 않기 위해,
그냥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글로만 적는 것이다.
우연찮게 내 블로그에 와서 허접한 포스팅 글을 보는 고마운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영혼 없는 글을 대충 적어 포스팅하는 것은 양심에 찔려서 하지 못한다.
지침,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하지만, 시원찮은 글을 짜내어서 만드는 것도 창작이라서 그런지 빠르게 해 나가기는 어렵다.
대충 독서 블로그 포스팅 글 한개를 적는데 대충 4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글쓰기가 그 정도의 시간이고, 글쓰기 이전의 독서 완료의 시간은 산정하기 어렵다.
우선 하나의 책을 손에 드는 결심에 시간이 걸리고, 책을 완독 하는 것은 나 조차도 모르는 영역이다.
내 마음이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 처럼 느껴진다.
인터넷 떠돌아 다니는 블로그 관리 수칙 중 하나인 '1개 글 작성에 1시간 이상 투입 금지'와는 크게 멀어져 있다.
서평,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가끔씩 나는 왜 독서를 블로그 주제로 잡았지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독서가 아닌 다른 주제를 했다면 더 블로그 포스팅을 할 거리가 없었을 것 같다.
독서 포스팅을 적기 위해서는 먼저 블로그에 맞는 글감이 있어야 한다.
블로그는 나의 공간이지만 일기와 같이 나의 생각만을 채워 나가기는 어렵다.
블로그는 일기와 다르게, 인터넷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글이 주가 된다.
익명의 타인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거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주제를 매일 얻기는 어렵다.
일상 생활에서, 스스로를 위한이 아닌 타인을 위한 생활을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블로그 글감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쉽게 접근 가능하며 다른 사람도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상품, 여행, 음식, 문화활동과 같은 주제를 선택하게 된다.
독서를 주제로 선택했다면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서는 책을 읽어봐야 한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한번 읽고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어떤 내용인지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욱 신경 써서 읽어야 한다.
책을 다 읽었다고 말은 했지만 책 내용을 이해 못하고 있다면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다.
글쓰기, 회사 기안문보다 힘들 줄은
책을 다 읽었다면 이제 블로그 글을 지어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이 책 재밌어요. 좋아요.’라고 쓸 수는 없다.
초등학생이 쓰는 독후감에도 책을 읽게 된 배경, 줄거리, 핵심 주제, 느낀 점 등을 적어라고 하는데,
그래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구성과 내용을 만들기 위해서 몇 시간의 글쓰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블로그용 글을 다 썼다면 이를 블로그 웹페이지로 올리는 시간이 또 걸린다.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으로 적은 글을 블로그 웹페이지에 읽을 때 가독성 있게 보이기 위해 편집을 하게 되면 또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웹페이지에서 시각화는 피할 수 없는 콘텐츠이므로 포스팅 주제에 맞는 (저작권에 문제없는, 그래서 대부분 스스로 촬영하거나 만든) 이미지도 필요하다.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 완성하려면 하루에 1~2시간 여가시간을 아끼면 일주일 1~2건 정도 포스팅을 할 수 있다.
결과, 노력과 크게 상관 없을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닌
정성이 들어간 글이니 많이 봐 주면 좋겠다고 기대하지만 오늘 방문자 수는 늘 시들 시들하다.
휴 한숨이 나오고 내 블로그를 띄운 웹브라우저 창을 닫아 버린다.
‘노력≠결과’가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노력 조차 하지 않으면 블로그 방문자 수는 확실히 빠져나가는 건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내 블로그, 그게 크게 중요해?
결국 지친 마음으로 이래저래 치열한 현생을 살다보면 인터넷의 블로그 관리는 뒷전이 되기 일쑤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면 또 마음이 편치 않다.
놓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과 관리가 숙제처럼 다가온다.
‘언제 보상을 바라고 블로그 했던 가? 그냥 내 삶의 기록이자 독서와 글쓰기를 위한 플랫폼 아니였던가.’라고 다시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보지만 처음의 열정은 많이 사그라 든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며칠전 포털사이트에서 내가 포스팅했던 책과 같은 책의 리뷰를 쓴 블로그를 방문하였다.
‘도서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도 달고 있었다.
다른 블로그, 남의 떡은 늘 크지
몇 달 전에 시작했지만 이미 300개의 포스팅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것도 온전히 책에 대한 서평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글 1개는 책 표지 이미지 1개와 3~5개 문단 정도로 짧은 포스팅이기는 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래 인터넷에서 PR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해당 블로그 포스팅 글에 영혼이 있는 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판단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단지 하루에 10개씩 포스팅할 수 있는 시간과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블로그, 누구를 위한?
다시 내 블로그에 대해서 생각이 돌아왔다.
‘누구를 위해서 종을 울리나’가 아닌 ‘누구를 위해서 블로그를 하나’라는 물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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