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밤
한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고, 저녁과 밤에는 14도까지 떨어지는 날이었다.
5월의 습도가 비교적 낮고 뜨거운 맑은 낮과 선선하기까지 한 밤으로 유럽이나 호주 날씨가 생각이 났다.
어제 회사에서 늦게 마쳐 밤중 퇴근하였다.
5~6년 전에 대학원을 다닐 때는 야간 수업을 마치고, 밤 10시쯤 마치면
일부 연구실만 불이 켜져 있고, 대부분이 건물의 불이 꺼져 있는 대학 캠퍼스가 생각났다.
https://www.cbs.co.kr/program/home/cbs_P000221
당시에는 귀가하면서 듣는 밤 라디오 방송이 마음을 애뜻하게 만들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인기 발라드 위주로, 당시 30~40대였던 세대를 주 청취자로 하는 방송이었다.
오랜만에 그 방송이 생각이 나서 차의 라디오 채널을 돌려 보았다.
몇 년 동안 계속 차의 라디오 채널은 KBS 클래식 FM이었다.
밤 10시 여전히 그 방송이 흘러나왔다. 라디오 DJ도 그대로였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더더'의 〈It's you> 였다.
청춘 시절에 좋아했던 곡인데,
지금 찾아서 들으라고 하면 좀 낯 간지러워진다고 할까, 뭔가 끝까지 듣기 어려워 중간 쯤에서 다음 곡으로 넘기는 곡이지만 운전하면서 라디오에서 BGM처럼 흘러나오니, 참 좋았다.
라디오 음악 속의 시절에 나는 행복했는지? 꿈이 있었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삶으로 어깨가 무겁지 않은지? 지치지 않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안의 무엇을 만족하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 찼다.
밤 10시가 넘은 시내 도로는 택시 몇 대를 제외하고 거의 다니는 차가 없어 달리기 좋았다.
창문을 반쯤 여니, 선선한 밤공기가 차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청명한 밤 하늘에 선명한 초록색 신호등 불빛을 향해 달리는 것처럼,
머릿속 생각은 불안이나 우울한 마음보다는 시원하고 경쾌하게 넘어갔다.
이 차를 모는 것처럼, 삶도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운정해 가는 거잖아.
차 사고 나지 않게 긴장해서 운전할 때도 있지만, 시원하게 달리는 재미를 잊고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
지금 지쳐 있지만, 후회보다는 희망과 기쁨이 더 많이 있을 거 있잖아.
삶에서 작지만 행복한 시간은 지금이야.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생각으로 가슴을 채웠다.
그 사이 운전석 창문을 완전히 내리고 한 팔을 열린 창틀 위에 올리며 달리고 있었다.
곧 찾아올, 6월, 7월의 습도가 높고 낮의 열기가 식지 않는 밤을 생각하면 지금 이 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 신호등 앞에서 대기할 때 배달 오토바이가 옆으로 다가 오자, 쑥스러워서 팔을 내리고 창문을 다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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