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한민국에서 봄과 가을은 소중한 계절이죠.
그 순간이라도 즐겨야죠.
가을비, 태풍처럼 강하게
이틀 전,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큰 비가 내렸다.
가을비라고 하기에는 하루 종일 기세도 꺾이지 않고 세찬 비가 흠뻑 쏟아졌다.
특히, 한반도 남부 지방은 더 맹렬한 비가 내렸고 피해도 막심했다.
봄과 여름의 결실인 가을 과일들은 땅에 떨어졌고, 수확을 기대할 가을 들판도 큰 비에 잠기었다.
여름, 참 끊질기 군요
그래도, 사상 첫 번째니 두 번째니 하며 9월까지 지속되며,
추석(秋夕)마저 ‘하석(夏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승을 부렸던 2024년 여름 무더위는 이 비로 식어버렸다.
겨우 가을이라고 할 만한 기온의 틈을 큰 비가 만들어 주었다.
큰 비가 그친 다음날 아침은 아직까지 무더위의 남은 잔열과 밤새 내린 비의 습기로 미적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집안 환기만 시키고 창문을 닫고 다시 에어컨을 틀었다.
아직 가을은 멀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번 여름은 끈덕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를 알고 물러나면 좋으련만 시절이 가든 말든 아직 내 세상이라고 큰소리치는 것 같았다.
이미 9월 하순에 접어들었는데 연일 32~34도까지 기온을 올리며 펄펄 끓는 걸 보면 가을이 올까 싶었는데,
큰 비 한방에 저녁 기온이 18도까지 떨어지며 딴 세상이 되었다.
큰 비, 상냥한 모습으로 다가왔었으면
큰 비가 온 뒤의 거리는 엉망이었다.
세찬 비에 부러진 가로수 가지와 잎들이 자동차 바퀴에 지저분하게 짓니겨져 있었고,
오래된 도로의 포장은 듬성등성 떨어져 나가 흙탕물을 머금은 포트홀로 바뀌어 있었다.
올 여름은 6~7월 장마와 태풍 피해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때 아닌 9월 가을비 피해가 컸다.
뉴스에서 나오는 남부 지역 농가의 피해와 부산 사상 등의 침수 상황을 보니
가을비의 위력에 무서워졌다.
날씨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차라리, 파괴적인 큰 비보다 지리하게 무더운 여름을 불평없이 묵묵히 참고 보내는게 나을 지도 생각해 보았다.
날씨는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니 그냥 이미 지나간 큰 비는 잊기로 했다.
가을, 정말로 우리 곁에 온 거니
큰비가 내린 후 두 번째 아침은 정말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그전까지 아침에 불던 바람 속의 끈적하게 느껴졌던 습기는 사라졌다.
아침 햇볕도 그 다지 따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름, 계절의 욕심쟁이
이렇게 올해의 절대 권력자였던 여름이 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월 초 중순부터 덥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9월 말까지 기승을 부리니 대충 반년은 여름의 세상인 것 같다.
온몸이 움츠러들면 다시 여름이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여름 너무 길고 너무 더웠다.
아직 정말 가을이 왔는지 확신할 수 없다.
다시 10월 내내 식지 않은 열기로 28~30도의 기온을 계속 유지할지도 모른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큰소리치는 아재의 꼬장처럼...
가을, 짧은 시간만 함께
심술부리던 여름이 꺾이고 살만한 계절인 가을이 온다는 게 기쁘기도 하지만 다시 서글퍼지기도 한다.
이제 곧 10월인데, 2024년 3달 남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네라는 생각에,
얼른 무대 아래로 내려가라고 야유했던 여름이 다시 그리워지기도 한다.
혈기만 왕성하고 모든 사람들과 충돌하며 자기 성질에 씩씩 거리는 청춘의 여름이 좋은 지,많이 쌓아 놓고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빠르게 쇠락하는 중장년 느낌의 가을이 좋은 지,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또 빠르게 흘러가는 2024년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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