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출장
여행일 : 2023.12.18.~12.19.
여행지 : 경북 경주
날씨 : 맑음
기온 : -4~3도
출발
직장 생활에서 일 년의 대부분 출장은 11월에 마무리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은 내부 성과 정리, 송년회 등의 바쁜 일정과
추운 날씨로 인해 출장이 극히 드물다.
갑자기 출장이 경주로 잡혔다.
원래 가지 않아도 될 출장인데, 담당자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다신 다녀오게 되었다.
당일치기면 좋으련만 주최 측의 행사 관계로 1박 2일의 일정이 되었다.
평일 경북 경주는 거의 다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대학생 시절 MT나 방학 때 친구들끼리 놀러 온 적은 있지만,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몇 년에 한 번 정도 주말에 바람 쐬러 왔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월요일 오후에 경주로 출발하였다.
길은 크게 막히지 않아 금방 경주에 진입하였다.
1일차 오후
숙소 겸 행사 장소로 보문단지 경주 힐튼호텔에 도착하였다.
연말연시 성수기를 앞둔 호텔이라서 그런지 제법 주변 단장은 하였지만,
크리스마스 연휴 전의 월요일이라 그런지 호텔 주변은 한가하게 느껴졌다.
행사 측 관계자를 만나 객실 카드를 받았다.
짐을 풀고 바로 행사에 참석해 달라고 하였다.
특급호텔답게 객실은 단조롭지만 깔끔하였다.
창밖은 경주월드와 보문호가 보였다.
겨울의 보문호는 나무들이 메말라서 삭막해 보였다.
추운 날씨라서 경주월드도 크게 활기가 넘쳐 보이지 않았다.
행사
행사는 그냥 업무 부담 없이 앉아 행사 내용만 경청하면 되는 일이지만,
저물어 가는 한 해로 마음이 쳐지는 시기에 월요일부터 타지에 나와 있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내용이나 열심히 애쓰는 그쪽 직원들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마음을 바꾸었다.
오후 6시에 행사가 끝나고 주최 측에서 준비한 저녁 식사가 있었지만,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했다.
출장이지만 평소 퇴근과 같이 쉬면서, 개인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2일차 오전
아침에 일어나 호텔 조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당에서 보니 어제 저녁 식사 후 주최 측이나 참석자나 몇 명은 좀 달렸는지 피곤한 것 같았다.
호텔 조식은 뷔페식으로 좋았다.
전에는 아침 식사라도 호텔 뷔페라면 야채·계란, 고기·따뜻한 국,
빵·토스트, 과일·디저트로 한 4 접시씩 먹고 했는데,
이제는 간단하게 2접시 정도로 줄었다.
그냥 12월의 월요일에 계획에도 없던 출장이 식욕도 줄은 것 같았다.
식사 후 호텔 밖 보문호를 조금 산책할까 생각했는데,
-5도의 추위가 나가는 길을 막았다.
그냥 호텔 로비소파에 좀 앉아 있다가,
아침부터 할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져 다시 객실로 올라왔다.
오전 9시 30부터 오전 행사도 있었지만
그냥 주최 측 담당 직원에 말하고 체크아웃시간까지 좀 더 쉴까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어서 짐을 정리해서 체크아웃하고 오전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의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이렇게 올해가 가는구나, 내일 출근하면 처리할 일 등 잡생각을 하며 앉아 있었다.
2일차 오후 (국립경주박물관)
오전 행사를 마치고 주최 측 담당 직원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왔다.
주최 측에서 점심 식사도 준비했다고 했는데,
굳이 거기까지 따라가서 먹고 싶지는 않았다.
바로 집으로 갈까 망설이다.
전에 경주박물관의 신라천년서고가 이쁘다는 말을 들은 게 생각나서,
경주박물관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 국립경주박물관의 주차장은 너무 여유가 있었다.
박물관부터 구경할까 싶다가
왠지 목표를 앞에 두고 곁다리를 신경 쓰는 건 아닌 것 같아, 신라천년서고로 바로 향했다.
10년 전에 경주박물관에 왔을 때는 박물관만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건물과 야외의 다보탑과 석가탑이 눈에 들어왔다.
불국사의 오리지널 탑보다 더 크게 만든 것처럼 보였지만,
불국사 오리지널 탑을 본지는 20년 정도 된 것 같아 확실하지는 않았다.
추운 평일 오후에는 박물관 야외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춥기는 했지만 인파에 치이지 않고,
남들 일할 때 여유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월지관을 지나 호수를 돌아 신라천년서고로 들어갔다.
신라천년서고는 사실 도서관이었다.
전에 말해 준 분도, 책은 크게 경주, 신라, 역사, 향토 문화 위주라서 볼 게 없지만,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좋다고 했었다.
방문객이 2~3명 정도에 , 학예사인지 사서인지 1분이 데스크에 계셨다.
추운 바깥과 대조적인 따뜻하고 지적인 분위기와 현대 한옥 건물처럼
목조 위주로 구성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독서용 의자도 획일적인 사무용 의자가 아니라 편한 자세가 가능한 릴렉스 체어 같은 의자였다.
건물 밖의 하천이 보이는 창가 앞의 의자에 앉았다.
옆의 서가를 보니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가 있어 집어 들었다.
2005년도에 출판된 책은 두껍고 종이가 바랜 양장본으로
창가에서 햇살을 받으며 읽기에 어울렸다.
시간이 많이 없는 게 아쉬워서 목차와 중국 관련 챕터를 읽어보았다.
30분 정도 책을 읽다가 집중력이 떨어져서 자리에서 읽어났다.
잠시 출장이고 회사고 집이고 모든 걸 잊은 낯선 곳에서
느낀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신라천년서고를 나와 주차장으로 가다 아쉬워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한잔 주문했다.
추워서 인지 커피전문점 안의 사람들이 박물관내 전체 관람객보다 많은 것 같았다.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오후 햇볕으로 계속 눈이 부셨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23년 올해는 어떤 시간이었나?
스스로에게 충실했던 시간이었을까?
2024년은 2023년보다 더 나은 시간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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