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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0_독서

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

겨울밤 2023. 10. 12. 20:55

월든


《월든》 표지
《월든》 표지



제목:월든(Walden)

저자:헨리 데이빗 소로우
번역:강승영

출판사:이레

독서일:2023.10.2.~2023.10.12.
페이지:503
소장여부:소장                  


 


추석 연휴에 제법 책이 잘 읽어졌다. 역시 가을은 독서에 계절인 것 같다. 

새로운 읽을거리를 찾게 되었다. 

거실 테이블에 몇 달 전부터 놓여 있던 J의 책 《월든》이 눈에 띄었다.

다 읽었냐고 물어보니, 책이 잘 안 읽어져서 방치 중이라고 했다. 

 

《월든》 출판 정보
《월든》 출판 정보


사실 《월든》은 1993년에 초판이 발행된 명작이라고 하는데, 그전까지 들어 본 적 없었다.

책 띠지에 ‘법정 스님이 가장 사랑한 책’이란 미사여구가 눈에 들었다. 


개정2판으로 2011년에 출판된 책을 펼쳐 드니, 

10pt 정도의 좀 작은 활자 크기와 글자의 밀집도를 보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1993년 초판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가져온 듯했다.

정해진 책 두께 안에서 《월든》의 모든 내용을 넣으려고 한 것 같다.


《월든》 저자 소개

저자는 1800년대 초중반 사람이다. 

링컨 대통령 수염 스타일의 저자의 사진까지 나와있다.

 

당시 시대에 요즘과 같은 대중 문학이나 사상, 자유가 있었을까 싶지만,

당시도 지금과 다름 없이 사회적 고민과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자연친화적인 삶은 선구자일지도 모르겠다. 

 


 

《월든》 서문 시
《월든》 서문 시


서문 앞에 저자의 대표 시인 듯한  문장이 적혀 있다.

월든 호수와 자아를 일치시키고 있다.

자연과 물아일치되어 유유자적悠悠自適과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저자의 삶을 대표하는 것 같다.

 

왠지 TV프로그램인 ‘자연인’의 사연 주인공의 고급진 버전이 연상된다.


《월든》 목차
《월든》 목차

 
목차에서 1장 ‘숲 생활의 경제학’은 거의 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긴 챕터이다. 

한 번에 독서의 몰입 시간을 넘어가며 읽기가 힘들다.


책의 절반 정도인 1~10장까지도 계속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도 동양, 서양의 철학과 고전, 사건, 인물을 언급하며 숲과 호수의 생활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문장 1개가 길고 복잡한 서술이 붙은 옛날 문어체의 느낌이다. 

수능 국어의 고전 문학 지문이 떠오른다. 


《월든》 내의 삽화
《월든》 내의 삽화

13장 ‘집에 불 때기’부터는 《월든》 호수 오두막에서 겨울맞이를 준비하는 모습에 조금씩 공감이 생긴다.

아직 10월이지만 서서히 서늘해져 가는 기온을 생각하니,

11월 정도에 확실히 스산해질 시기를 상상하니 잘 읽어졌다. 


밝은 불꽃이여! 너의 다정한, 인생을 비추는
친숙한 공감이 내 곁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의 희망 외에 그 무엇이 그처럼 밝게 타올랐으랴?
나의 운運 외에 그 무엇이 그처럼 한밤중에 꺼져갔으랴?

어째서 너는 우리의 노변爐邊과 대청에서 쫓겨났는가?
우리가 모두 그처럼 환영하고 사랑했던 너였거늘.
단조롭기만 한 우리 인생의 평범한 빛으로는

너의 존재가 너무 환상적이었더냐?
너의 휘황한 빛은 우리 마음속의 영혼과
신비스런 교제를, 너무도 대담한 비밀을 주고받은 것이냐?
이제 우리는 벽난로 옆에 앉아 안전하고 탄탄하지만,
이곳에선 컴컴한 그림자가 흔들리지도 않으며,
신명을 돋우거나 슬픔을 주는 것이 도무지 없으며,
오직 불 하나가 있어 손발을 녹이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이 난로의 실용적인 자그만 덩치 옆에
현재의 시간은 앉아서 졸 수도 있으리라.
어두운 과거에서 걸어나와 흔들리는 옛 장작불 곁에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유령을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으리라.<P. 365>

저자가 예전에 호수 오두막에서 벽난로를 쓰다가 요리용 스토브로 바꾸고 나서 불을 볼 수 없게 되자, 

생각나게 된 어떤 시인의 불에 관한 시이다. 

 

뭐 예전의 신비하고 낭만이 있던 (벽난로) 불에서 실용적인 (요리용 스토브) 불로

바뀌게 되면서, 과거 불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시로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책 속에 녹여낸 자연친화적이며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지향하는 모습은 공감이 간다.

다만, 1차 세계대전과 미국 남북전쟁, 일본 메이지유신보다

이전인 1840년대의 이야기인 것이 시간적 거리감이 느껴진다.

 

당시 하버드 대학까지 졸업한 지성답게, 풍부한 지식을 책 속에 많이 표현·인용하는 것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150년이 지난 1990년대의 문장으로 번역하여,  2020년대에 읽기에는 좀 무겁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월든》 번역자의 추가문
《월든》 번역자의 추가문


역자의 말처럼 150년 전의 겨울 풍경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미국 동북부의 월든 호수를 겨울에 가보고 싶다. 

꼭, 월든 호수가 아니라도 사람 손이 많이 닿지 않은 평원과 호수에서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한국에서 흔히 갈 수 있는 산 속이 아닌,

드넓은 평원과 호수와 눈 쌓인 봉우리를 가진 먼 산이 있는 곳을 가보고 싶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하며 앞만 보고 달려와서 지친 심신을

아무 걱정 없는 곳에 가서 멍하니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P.S. : 갑자기 그런 곳에는 무섭고 큰 곰이 나타날 거란 걱정이 들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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