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미원숭이
제목:밤의 거미원숭이
원제:YORO NO KUMOZARU
저자:무라카미 하루키
그림:안자이 미즈마루
역자:김춘미
출판사:문학사상
독서일:2024.3.2.~2024.3.2.
페이지:
ISBN13:9788970125572
소장여부:대출(전자책)
※ 2024년 13번째 독서
독서배경
2024년 2월도 지나가 버렸다. 2월 마지막 주에 블로그를 1개 더 쓰고 싶었다. 하지만 급하게 닥친 업무와 더 급하지는 마음 덕분에 블로그는 뒷전이었다. 사실 글감도 없어서 속으로 뭐 적지라는 고민도 있었다.
3월이 되니 다시 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권수가 초기화 되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전자책의 대출을 심사(?)하였다. 좋은 책이라고 하여도 대출받고 나서 읽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또한 읽기 시작해도 난해고 길어지는 책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선택은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전자책으로 거의 나오지 않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있어 클릭해 보았다. 초단편소설 모음집이라 금방 금방 읽을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대출하고 바로 읽어보기 시작했다.
표지
표지 제목은 ‘밤의 거미원숭이’이다. 거미원숭이라는 원숭이 종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밤의 거미원숭이’는 책 속 36편의 초단편소설 중 하나이다.
조프루아거미원숭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표지의 그림은 적녹 배경에 거미 원숭이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안자이 미즈마루’라는 화가가 그렸다.
하루키의 언어(나카무라 구니오, 도젠 히로코) (tistory.com)
전에 《하루키의 언어》 내에서 언급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 맞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저자
전자책에서는 저자에 대한 소개가 없다. 뭐 무라카미 하루키는 워낙 유명해서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히트한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의 장편소설과 《잡문집》, 《먼 북소리》 등 수많은 수필집, 단편모음 등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도시와 그 불안한 벽》을 발표했다.
차례
- 제1부
- 호른
- 연필깎이
-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 타임머신
- 크로켓
- 트럼프
- 신문
- 도넛화
- 안티테제
- 장어
- 다카야마 노리코 상과 나의 성욕
- 문어
- 무시쿠보 노인의 습격
- 스패너
- 도넛, 다시
- 제2부
- 밤의 거미원숭이
- 아주 오래전 고쿠분지에 있었던 재즈 카페를 위한 광고
- 말이 표를 파는 세계
- 방콕 서프라이즈
- 맥주
- 속담
- 구조주의
- 무즙
- 자동응답 전화기
- 스타킹
- 우유
- 굿 뉴스
- 능률 좋은 죽마
- 동물원
- 인도장수 아저씨
- 천장 속
- 모쇼모쇼
- 세찬 비가 내리려 한다
- 거짓말쟁이 니콜
- 새빨간 고추
- 한밤중의 기적에 대하여, 혹은 이야기의 효용에 대하여
- 덤/아침부터 라면의 노래
초단편소설이라는 말처럼 하나의 글은 3~4페이지 정도이다.
감상
처음에는 밑도 끝도 없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형식으로 기승전결도 없나라는 의문이 든다. 내가 그냥 읽어서 짧은 글 속에서 기승전결을 못 찾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읽어 본 글도 여러 개였다.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무슨 뜻이지 싶은 물음표만 늘어간다. 하지만 읽다 보면 그냥 이야기하고 싶은 걸 이야기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하루키가 아니면 누가 이런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일상 속에서 소설가(작가)의 짧고 이상한 상상 이야기' 정도 인 것 같다.
책의 시작 문구처럼 "(왜 이렇게 썼냐고 묻지 말고) 우리는 우리대로 즐기고, 들쥐는 들쥐 나름대로 재미있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후기에서도 있는 '마음 내키는 대로 즐겁게 쓴 글들'이라고 한다.
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유명 작가는 막 생각나는 데로 적어도 '와우'라고 감탄하며 읽어주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어디서 본 글이 생각난다. "유명해져라. 그럼 x 을 싸도 대중은 박수 칠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런 별난 이야기를 다른 누가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똑같은 생각만 하며 비슷한 이야기만 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재미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짧고 유연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디어가 되고 응용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하루키 씨의 글을 읽고 싶으니까, 글이 제 멋대로여도 그냥 아무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루키 씨의 글은 불편하지 않게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치고 나오는 맛이 있거든요. 물론 읽기 싫어지면 안 읽을 거고요. 그게 제 마음이니까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본다.
기억나는 초단편
「타임머신」(16%)에서는 평범한 고타츠(일본식 탁자 난로)를 통해 유니크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재미있다. 그냥 타임머신은 작가의 비유인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진짜 타임머신이라면 작품 속 상황이 참 웃기겠네라는 생각도 들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작가(작품 속의 나)도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인 「밤의 거미원숭이」(42%)는 밤 두 시,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 창문으로 거미원숭이가 들어온 이야기이다. 거미원숭이는 작가를 똑같이 말을 따라 하며, 작가의 작업을 방해한다. 작가는 내일 아침까지 마감을 생각하며 시간 뺏김을 곤란하게 생각한다. 어떻게 해도 거미원숭이의 말 따라하기를 피할 수 없어 무시하고 그냥 자기 일을 한다. 하지만 거미원숭이는 작가의 일도 따라하며 귀찮게 한다. 작가는 마지막에 (제발) 그만해 달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거미원숭이는 심야에 원고 압박에 쫓기는 작가 마음속에서 만들어 낸 방해꾼(하기 싫은 마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말이 표를 파는 세계」(46%)에서는 왜 5월 7일 금요일이고, 왜 말이여야 하고, 무엇 때문에 표를 파는지 설명도 없다. 그냥 그 속의 상황을 상상하며 느끼게 만든다. 글 속에서 아버지가 이야기해 주는 죽음 후 세계(=말이 표를 파는 세계)와 그 세계 속에서 말과 죽은 사람이 먹을 음식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야기 바깥의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있는 나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능률 좋은 죽마」(69%)에서는 존재와 인식의 관계를 의인화한 건가라는 깊은 생각이 빠졌다가 ‘아니, 그럴 리 없겠지요. 그렇게 머리 아픈 이야기보다는 그냥 점심시간에 집에 찾아온 죽마(또는 죽마 같이 잘난 체하는 사람)와 그냥 별 일이 잘 사는 나의 이야기로 생각하시면 재밌지 않을까요?’라고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고바야시 히데오는 일본 작가 같은데, 모차르트의 「K-421」는 뭐야라는 물음이 생긴다.
※ 모짜르트 K.421 : 모짜르트 현악 4중주 15번 K.421 라 단조(D 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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