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11월이 가장 싫었다.
공휴일이 없는 달이어서 더 싫었다.
뭔가 몸도 마음도 스산해지는 시기였다.
추석과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사이에 10월의 볕 좋은 가을은 끝나고,
겨울의 초입에서 푸른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무와
바싹 말라서 거리 귀퉁이에 모여서 버려질 날을
기다리는 낙엽을 보면 올해가 이렇게 끝나는 구나란 아쉬움이 남았다.
정작 12월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시기이고,
크리스마스·연말·연시 분위기로 흥겨워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지금은 12월이 11월보다 더 싫어졌다.
대학생 졸업연도에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이렇게 12월을 보내고, 2월에 졸업하면 백수라는 것 때문인지,
연말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다.
직장인이 된 지금도 11월은 그래도 해 바뀜까지 1달은 남은 늦가을이고,
12월이야 말로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은 일자로 카운트다운되는 달로 느껴진다.
이젠 크리스마스도 연말연시도 어릴 때처럼 설레지 않는다.
후회 없이 보내지 못한 한해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올해 나이를 생각해보니 이제는 정말 인생의 1/2을 지나는 구나란 느낌이 온다.
인생의 시간이란 산 정상까지 열심히 올랐으니,
이제는 내려오는 길만 남았나 싶다.
실제 산행에서는 얼른 올라가서,
빨리 내려와서 집에 와서 푹쉬고 싶지만,
나이란 산행에서는 천천히 정상에 올라가고 천천히 내려가고 싶은게 마음인 것 같다.
노화는 누구나 공평한 시간으로 흘러가는 것이지만,
인생의 성과는 노력과 기회, 결과, 운에 의해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미 큰 산을 이룬 사람, 작은 산을 근근히 올라가는 사람,
크기와 상관없이 지하까지 내려간 사람등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인생의 성과란 산을 만들고 있을까?
현재에 만족하고 더 큰 성과를 욕심내지 않는 산의 높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 그 산에 올라가고 있는지, 이미 내려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12월이 되니 괜히 올 한해를 생각해보고, 후회하고, 나이를 생각해 본다.
나의 중심은 어디 있을까? 인생의 불안은 왜 없어지지 않고 계속 생길까?
몇 년 또는 몇 십 년 후에는또 그때 40대 중반일때가
좋았지, 팔팔했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에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스스로 행복하지 못해서 일까? 욕심만 많아서 일까?
마음 속의 산등성이를 푸른 바다로 바꾸고 더 먼 곳으로 향해 가고 싶다.
2021.12.06.
'0910_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2. 빠른 시간 (0) | 2023.02.07 |
---|---|
빅데이터 분석기사 자격 취득 (0) | 2022.07.20 |
요즘 뭐해? (0) | 2022.07.12 |
펜케익 만드는 토요일 아침 (0) | 2021.08.07 |
블로그의 시작 (0) | 2021.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