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넬 No.08 나이프
제목: 오피넬 No.08 나이프 사용기
아직 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주위의 나무들은 갈색 잎을 하나 둘 떨어뜨리고 있다.
아침, 저녁에는 외투 없이는 좀 견디기 힘든 기온이 된다.
슬슬 야외 활동을 많이 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이다.
도시 생활만 하다 보니, 아웃도어와 캠핑에는 선뜻 손이 안 간다.
관심은 많지만, 그 많은 장비를 챙기고, 전개하고,
요리해 먹고, 버티다가, 철수하고, 뒷정리하고 하는
수고스러움에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된다.
최근 읽은 책 속의 알프레드 아들러 선생님이 말한
‘현재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용기’가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무엇인가, 야외 활동에 대한 접점이나 도구를 찾고 싶었다.
취미활동에서 액티비티를 실행하는 노력보다는
관련 장비를 준비(쇼핑)하는 즐거움의 축소판과 비슷한 것 같다.
인터넷 서핑하다 보니, 야외용 나이프가 눈에 띄었다.
캠핑 나이프, 멀티툴 같은 도구는 전형적인 남성향 제품인 것 같다.
사실 이런 도구보다 공업용 커터칼이나 전문 공구가 더 낫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왠지 캠핑 나이프, 멀티툴은 남자에게 토템 같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먼저, 레더맨 멀티툴을 보니, 가격이 코로나 시기 전보다 제법 오른 것 같았다.
회사 사무실에서는 그냥 열쇠고리형의 미니 멀티툴, 맥가이버칼(스위스 아미 칼) 정도만 사용해도,
작은 나사 풀기, 박스 포장 풀기, 음료수 병따개 등에 큰 도움이 된다.
‘홍철 없는 홍철 팀’처럼 아웃도어,
캠필 활동을 하지 않는 스스로에게 거창한 캠핑 나이프는 좀 오버하는 것 같았다.
그냥 참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뭔가 5만 원 이내에 관련 장난감을 손을 넣고 싶은 마음에 생겼다.
찾다 보니, 오피넬 나이프가 눈에뛰었다.
‘made in France’, ‘원목 소재’, ‘프랑스 탄소강 칼날’, ‘칼날 안전장치’ 등의 문구가 눈을 끌었다.
가격도 2만원 밑으로 저렴했다.
너무 심플한 폴딩 나이프지만, 프랑스, 원목 소재, 안전장치란 말에
실용적 이용 & 가격 대비 아깝지 않음에 바로 질렀다.
이틀만에 택배는 도착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종이 상자에 포장되어 있었다.
‘SAVOIE FRACE’란 문구를 보았다.
https://en.wikipedia.org/wiki/Savoy
프랑스 샤보이 지방에서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샤보이 지방은 이탈리아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찾아보니, 프랑스 남동쪽, 알프스산맥과 스위스, 이탈리아 지역에 접한 사부와(Savoie) 지방이었다.
더 찾아보니, 이탈리아어로는 Savoia, 영어로는 Savoy, 프랑스어로는 Savoie 로 같은 샤보이 지방인 것 같았다.
제품을 꺼내 보니, 따로 설명서는 없고, 나이프 한자루만 들었다.
나이프 손잡이는 너도밤나무라고 한다.
손잡이 끝에 가죽인지, 종이인지 모를 끈으로 고리가 만들어져 있다.
칼날은 헐겁지도, 뻑뻑하지도 않게 부드럽게 펼쳐진다.
판매 사이트 리뷰에는 제법 날카롭다고 했는데,
내 기준에서는 조금 무딘게 아닌가 싶었다.
종이나 생선 횟감에 갖다 되면 쓱 잘릴 정도의 날카로움은 아니었다.
어차피 시퍼렇게 날을 너무 세운 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 정도만 되어도 쓸만 할 것 같았다.
칼날은 묵은 식용유로 몇 번 닦아야 할 것 같았다.
손잡이가 원목 나무이므로 가급적 물을 피하고,
물에 접촉한 뒤에는 잘 말려야 한다고 판매사이트에 주의사항이 나와 있었다.
칼날 안전장치는 심플하였다.
접힌 칼날을 손잡이에서 펼치고,
손잡이 위의 칼날 연결부 링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칼날 수납홈이 막혀서 잠금 상태가 되어, 칼날이 불시에 접히는 것을 방지한다.
칼날 연결부 링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면
칼날 수납홈이 나타나며 잠금 해제 상태가 되어, 칼날을 접을 수 있게 된다.
칼날이 접혀 있는 상태에서도 칼날 연결부 링을 잠금 상태로 돌려,
가방 안이나 어디에 걸려서 칼날이 펼쳐지는 사태도 막을 수 있다.
당장은 칼을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출퇴근 가방에도 넣고 다니기는 좀 애매하다.
나중에 J랑 여행 갔을 때, 사과나 배 깎아먹으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포장 상자 뒷면을 보니,
품명이 ‘주방용 나이프’이고 ‘식품용’ 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어, 원래 과도였어?’라는 생각이 든다.
‘과도 치고는 비싼데...’,
‘판매 사이트에서는 주방용, 식품용 이란 문구는 전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주방용, 식품용이면서 손잡이는 물에 닫지 않도록 해라는 주의사항은 무슨 말이야...’
라는 생각 머릿속에 지나간다.
그냥 포장 상자 뒷면의 문구처럼
‘I’m purchased every ten seconds worldwide.‘,
’I’m your Opinel!‘와
’You’re from France.‘를
뽕으로 삼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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